방송사 유튜브, 이란전쟁 '대목' 삼아 '시청자 자극 경쟁'
[비평] 화염·연기에 호전적 표현 난무하는 방송사 유튜브 섬네일
전쟁을 '게임'처럼 소비…"침공 맥락과 전체 현실 지워"
"긴장감 높이려는 영상 사용 안돼" 외신은 비교적 편집 절제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방송사들이 유튜브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보도를 활용해 '시청자 자극 경쟁'에 나서고 있다. 조회수 올리기에 몰두하면서 호전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전쟁을 게임처럼 소비하도록 유도한다는 비판이다. 전쟁의 불법성이나 민간인 피해 문제를 짚지 않은 채,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마저 윤리적 보도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튜브 플랫폼에선 KBS, SBS, MBC, YTN, TV조선 등 지상파와 종편, 보도채널 등 방송사들이 올리는 이란전쟁 뉴스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뉴스를 요약하는 섬네일(대표 이미지)을 선정적인 이미지와 제목으로 꾸몄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반격 중인 이란의 졸파카리 군 통합전사령부 대변인 등 수뇌부를 전면에 내세우고, 배경 전체엔 노랗고 빨간 불길을 뿜는 폭발 장면을 배치한 이미지가 반복된다. 섬네일 제목 역시 '복수혈전' '초대형 후폭풍' '(트럼프) 대폭발' '발칵' 등 자극적인 수식어와 의성어로 채워졌다.
대부분 화염·폭발 이미지에 극단적인 수식어 사용
일례로 SBS는 날마다 뉴스 방송을 유튜브 라이브로 중계하며 조금씩 다른 폭발이나 화염 장면을 배경으로 이란·미국 수뇌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제목은 <UAE 석유 저장고, 이라크 미 대사관 폭발 “다 불태운다” 이란 복수혈전> <동맹 등 돌리자 “호르무즈 손 뗀다?” 또 책임 떠넘기기 “원유 호송 각자도생!”> <“이란원유 제재 해제” 전세 역전? 에너지 전쟁 부메랑 “자업자득”> 등이다. '복수혈전' '자업자득' '각자도생' 등 '따옴표' 전달을 넘어 실제 당사자들이 쓰지 않은 단어로 사안을 규정했다. 일부 섬네일에선 인물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앙각 구도로 위압적인 느낌을 주는 이미지가 쓰였다.

지상파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파병 요구 관련 뉴스에서 KBS는 유튜브에 <등돌린 동맹국 사이 나홀로 돕겠다 답한 나라>란 제목을 달았다. 뉴스 내용을 요약하는 섬네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UAE의 가르가시 외교 보좌관이 서로를 향해 웃는 모습을 배치했다. 텔레비전 방송과 온라인 기사 제목인 <'호르무즈 참여' 동맹국 거듭 거절 속 UAE, 나홀로 '동참' 시사>보다 훨씬 단순화된 표현이다. 섬네일이 '등돌린 동맹국'과 양국 간 협력을 대비하면서, 동맹국들이 파병 거부 이유로 밝힌 동맹국들이 파병 거부 이유로 밝힌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 △전쟁의 국제법과 유엔헌장 위반 등 맥락은 담기지 않았다.
YTN 역시 유튜브 섬네일 제목 <파병 거부에 트럼프 대폭발, 초대형 후폭풍 예고>와 함께 불꽃과 연기가 타오르는 모습을 배경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 이미지를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엔 명암 대비가 강조됐고, 제목엔 '대폭발' '초대형' '후폭풍' 등 불안감을 자극하는 용어들이 사용됐다.
가이드라인엔 “편집상 '명백히 정당한 사유' 있어야”
언론업계에서도 전쟁 관련 이미지를 게임이나 오락거리처럼 대상화하면서,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나준영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집행위원장(MBC 영상기자)은 통화에서 “영상·속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쟁 보도가 실제 상황을 전달하기보다 게임처럼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 보도는 필요한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자료화면 여부와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데, 출처나 맥락이 불분명한 유사 장면을 반복 사용하거나 과거 자료를 현재 상황처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보도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도 반한다.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제정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BBC 편집 가이드라인'을 인용해 사진과 영상 편집 원칙으로 '전쟁 등 비상한 상황에서 사진과 영상을 사용할 때에는 편집상의 명백히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했던 나준영 위원장은 “전쟁 보도에서 영상은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어야지,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로 사용돼선 안 된다. 소위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없는 장면을 만들거나, 과거 영상을 반복 사용해서도 안 된다”며 “특히 섬네일에 쓰인 이미지가 어느 사진에서 추출됐는지, AI로 생성됐는지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BBC 알자지라 등 외신과 비교돼…“긴장감 조성용 안 돼”
외신은 유튜브 섬네일에서 폭격 이미지 변형이나 편집을 절제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폭격 장면을 쓰는 경우, 어떤 폭격 사건인지 특정하기 수월하도록 장면 전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BBC 유튜브 채널에서 '이란 전쟁(Iran war)'을 검색하면, 보도 콘텐츠 섬네일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사진을 프레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폭발 장면도 미사일 발사나 공격 위협 등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뉴스에서 주로 쓰였다. 두 채널 모두 화염이나 연기를 부각시키고 특정인을 합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전쟁을 평면적이고 선정적인 영상 이미지로 전하는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황인성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방송사도 시청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쟁과 관련해 감정을 동요시키는 이미지를 써왔지만, 유튜브가 전통미디어를 앞지르고 시청자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알고리즘대로 전쟁 관련 이미지를 접하는 환경에서 그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에서 정서적으로 현혹시키는 시각 이미지를 중심으로 뉴스를 내보내고, 이 이미지들은 시청자가 이를 현실로 믿도록 하는 힘을 가진다”는 지적이다.
'환유 효과'의 위험성…특정 이미지를 전체 현실로 느끼게 해
황 교수는 특히 이러한 전쟁 뉴스 편집이 '환유 효과'를 낸다고 짚었다. 일부 이미지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작동해,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사건의 전부를 이해했다고 착각하도록 하는 효과다. 황 교수는 “뉴스가 전달해야 할 정보가 10가지라면 실제로는 2~3가지만 선택적으로 제시한다. 나머지 중요한 7~8가지는 제공되지 않는다. 재미가 없고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지정학적 구도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전쟁을 이해해야 함에도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해 한국이 직접 당사자가 된 상황에서, 이 같은 보도가 공익과 더욱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제도권 매체가 운영하는 유튜브라도 전쟁을 자극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방송은 중단해야 한다. 더구나 현재는 미국이 한국에 파병을 요구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과 일반 유튜브 채널들이 모두 전쟁 초기 스펙터클을 강조하며 시청자가 전쟁을 '재미'로 소비하게 만들었다”며 “이제는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를 논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때임에도, 대중의 구미를 자극하거나 영합하면서 갈등을 강조하는 보도 방식은 문제가 크다”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에게 AI 영상 보여주고 싶을까” EBS의 답변은 - 미디어오늘
- 언론노조 “SBS, 책임 무겁게 느껴야…李, 표현 방식 신중할 필요 있어” - 미디어오늘
- 경찰, BTS 공연 전주부터 ‘자유대학’ 혐중 시위 막았다 - 미디어오늘
- 민주당, 전한길·최수용 고발…“이재명·김민석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 미디어오늘
- 스카이라이프 노조 “사장 내정자, 98억 투자 실패 책임자” - 미디어오늘
- 홍익표 “李, ‘조폭연루설’ 부도덕한 사람 연상돼 마음의 상처” - 미디어오늘
- 지난해 MBC 매출액 294억 감소… 광고·콘텐츠 수익 동반하락 - 미디어오늘
- 수백만 원 주고 산 삼성전자 냉장고에 광고가? - 미디어오늘
- ‘추미애 나간 법사위원장 달라’는 국힘 “들러리 세울 거면 국회 해산하라” - 미디어오늘
- JTBC “검찰, 무혐의 5개월 전 김건희 불기소 문건 만들었다”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