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트라우마…“피해자 통합지원 체제 구축을”
2026년 3월 24일 지자체·전문가 모여 통합 대응책 모색

이날 토론 좌장은 이성은 젠더폭력통합대응단장이 맡았다. 원진아 젠더폭력통합대응단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대리, 류혜진 인천여성가족재단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 팀장, 안나현 이젠센터 부산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팀장의 주제 발표와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혁신연구본부장,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토론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이성은 단장은 “스토킹, 교제폭력 등 젠더폭력 사례마다 디지털성범죄가 중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경기도뿐 아니라 인천·부산 관계자가 함께 토론하며 각 지역의 경험, 현장 성과, 해결 과제를 나누는 이런 자리가 정부가 중앙지원 체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원진아 대리는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지역 중심의 대응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경기도가 광역 단위 최초로 개소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는 개소 초기부터 상담 지원과 삭제 지원을 분리해 운영하는 구조를 유지해 운영하고 있다. 상담 지원 인력이 피해자와의 소통을 통해 피해 정황과 핵심 욕구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연계하는 동안 삭제 지원 인력은 피해영상물 유포 여부를 확인하고 삭제 요청에 집중하는 분업을 통해 초기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는 토대를 마련했다.
원 대리는 “디지털성범죄는 영상물 삭제 외에도 수사, 법률, 심리적 외상 등 복합적인 과제를 동반한다”며 “이러한 한계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대응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피해자 지원 영역을 수사, 법률, 심리 치유, 의료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삭제 지원 과정에서 일부 해외 플랫폼이 지자체 센터를 공식적인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 인식하지 않아 삭제 요청에 대한 대응을 지체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점도 지적됐다.
원 대리는 “국가 단위 기관인 중앙 센터와 달리 지자체 센터는 공신력을 증명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플랫폼사가 지자체 센터의 제도적 지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신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 지원 전문성 유지를 위한 종사자 고용 안정성 확보도 시급하다. 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 역량과 기술적 이해가 동시에 필요한 전문 영역임에도 종사자 상당수가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어 고용 안정성 측면의 한계와 숙련된 인력 누수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축적된 인력이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구조 마련과 고용 구조 개선이 피해지원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과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류혜진 팀장은 2021년 6월 설치된 인천여성가족재단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가 그간 지원해 온 피해자 지원 사례를 중심으로 원스톱 통합지원에서의 ‘삭제지원’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가해자의 장기간 그루밍과 협박에 의한 성착취물 제작 피해를 입고 있던 피해자’를 센터에서 지원한 사례로 소개했다. 센터는 상담 당시 촬영물 유포보다 가해자와의 관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알려 피해자 스스로 가해자와의 관계를 끊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지상담을 이어갔다. 또 가해자와 연락을 끊는 전·중·후반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가해자의 그루밍으로부터 스스로 지키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지원했다.
류 팀장은 “성착취물 영상이 제작되고 유포 되는 것을 막는 ‘삭제지원’을 넘어 타인에 대한 신뢰 회복, 피해자 스스로의 대응 능력 강화, 심리적 안정,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 등 을 아우르며 상담, 삭제, 사건, 법률, 피해회복 지원 등 원스톱 통합 지원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였다”며 “가해자 검거의 어려움, 삭제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가 가장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젠센터 부산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안나현 팀장은 국가공조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해외에서의 불법 콘텐츠 유통의 예방을 규제하기 위해선 국제법과 국내법 차원에서 ‘명확한 공조 근거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해외 불법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이트들의 합법과 위법부터 분류하고 위법성 정도에 따른 분류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작동하는지 검토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국제공조를 위한 통합대응기구를 마련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상 기본권인 ‘잊혀질 권리’는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삭제하거나 수정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며 “디지털 매체의 발달과 함께 범죄 수법이 다양화·지능화됨에 따라 제도적·기술적 논의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피해지원기관의 대응체계 구축은 긴밀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혁신연구본부장은 디지털성범죄 피해대응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과 상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 영역은 그동안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속적으로 확대·발전됐으나 지난해부터 중앙–지역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중앙과 지자체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고 한계를 극복할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장 본부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성평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예산을 집중해 추진하고 지역센터 담당자 교육, 기술지원 등을 중앙에서 담당·실시해 지역센터 간 지원 편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통합지원’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구체적인 통합지원 모델을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일괄적으로 사회복지시설로 등록해 관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 기준을 적용해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현행 지역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구체적인 현황과 성과를 실증적으로 검토·분석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의 합의와 이해를 기반으로 중장기적 차원에서 통합지원 체계가 구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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