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5% 팔고 가라?···SK 美 상장 막으려는 '국장 내 괴롭힘'

이상헌 기자 2026. 3. 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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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 전략에 이남우 회장의 반란
미국선 자사주도 미발행주식인데
신주 발행이 지분 희석이란 궤변
지난달 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한국식 호프집 '99치킨'에서 가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만찬회동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신간 '슈퍼모멘텀'을 펼쳐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을 내포하며 국내에서 즉각적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외형상 기업가치 재평가를 목표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 밸류에이션 한계를 우회하려는 기업 엑소더스로 해석된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이번 상장은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여 가격 재산정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TSMC와 ASML은 이미 ADR 구조를 통해 미국 시장에 편입되며 지수 편입과 유동성 확대 효과를 동시에 확보했다. 한국 기업은 동일한 글로벌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 묶이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반복돼 왔다.

이 지점에서 논쟁은 단순한 '지분 희석' 문제가 아니라, ADR의 본질을 어떻게 보느냐로 이동한다. 국내에서는 상장을 곧 지분 매각이나 자금 조달 이벤트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를 '가격 형성 구조의 이동'으로 본다. 이런 인식 차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최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제기한 "발행주식 15%를 취득해 소각 후 ADR 상장" 주장이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ADR은 지분 대량 이전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한다. TSMC 역시 초기부터 대규모 지분을 이전해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린 것이 아닌, 유동성과 비교 기준을 확보하면서 가격이 재평가됐다. 상장은 '얼마를 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 가격이 결정되느냐'의 문제다.

발행주식 10~15%를 취득해 상장하라는 주장은 현실적으로도 모순이다. 그 수준의 물량은 단순 ADR이 아니라 사실상의 대규모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매입 후 재매각이라는 이중 구조를 요구한다. 이는 막대한 현금 소모와 함께 주가 충격, 수급 왜곡을 동시에 유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사주 취득 후 소각까지 전제하는 구조는 기업 자본을 인위적으로 축소한 뒤 다시 시장에 내놓는 비효율적 순환에 가깝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처럼 초기부터 대규모 지분을 이전하는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

주주 충실의무라는 국내만의 프레임
빅테크가 韓 실상 알면 글로벌 망신

신주 발행을 반대하며 '주주 충실의무'를 근거로 드는 논리 역시 자본시장 구조를 오해한 것이다. 기업의 자본조달은 현재 주주만이 아니라 미래 투자자까지 포함한 가치 극대화 문제다. 그럼에도 단 1주의 주주까지 기준으로 삼아 모든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순간, 자본조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이 주장은 미국에서는 전략으로 작동하는 ADR 구조를 국내에서는 규제로 묶어두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국내 시장에 가두는 논리에 가깝다.

미국 자본시장은 신주 발행과 지분 구조 조정이 기업의 전략적 선택으로 폭넓게 인정된다. 한국은 상법과 시장 규범이 결합되며 신주 발행 자체가 경영권 방어, 주주 침해 논쟁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자사주를 미발행주식으로 취급한다. 한국에서 자사주는 발행주식으로 계산돼 총주식수에 포함되지만 미국에서는 발행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같은 자사주라도 어느 시장에 있느냐에 따라 주식 총수가 달라지는 셈이다.

또한 이 차이는 지분 희석 계산의 출발점을 완전히 바꾼다. 한국에서 신주를 발행하면 자사주까지 포함해 희석률을 산정하지만, 미국에서는 자사주가 빠진 상태에서 신주만 추가된다. 같은 자본 조달 행위가 미국 시장에서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다른 시장에서는 규제 회피로 해석되는 간극의 배경에는, 이사가 '단 1주' 주주에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과잉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판단 하나하나가 소송 리스크로 연결되는 구조다.

지난 2017년 최태원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확보한 실트론 지분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이는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금융계약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구조로, 본질적으로는 자본시장 내에서 흔히 활용되는 파생·우회 보유 방식이다.

이 구조는 현재 추진되는 ADR과도 성격이 유사하다. ADR 역시 실물 주식을 예탁기관에 맡기고 그에 대응하는 증서를 발행하는 '구조 설계형 자본조달'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TRS가 사익편취 논란으로 규제 대상이 된 반면, ADR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전략으로 인정된다. 같은 '구조'라도 적용되는 규제와 해석이 완전히 다르다.

결국 이런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사실상 국내 시장 탈출 경로에 가까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자본조달 구조라도 미국에서는 기업의 재량으로 인정되지만 한국에서는 곧바로 위법성이나 책임 문제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차이가 누적되면 기업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규제가 덜한 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 미국에서 외국 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권이다. 실제 주식을 미국 은행에 예탁하고 그 대응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미국 투자자가 복잡한 해외 주식 직접 매수 없이도 글로벌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다. TSMC와 ASML은 이미 ADR을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으며 S&P500 등 주요 지수 편입으로 유동성 확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