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봉’ 없이 쓰레기 못 버릴까?···‘종량제 사재기’ 안 해도 됩니다[설명할경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종량제 봉투를 사재기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석유화학제품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비닐봉투도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번진 영향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종량제 봉투를 쟁여둘 필요는 없습니다. 25일 경향신문이 관계 부처와 주요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당장 봉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설령 공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쓰레기를 못 버리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배출’과 ‘처리’ 단계로 나뉩니다. 종량제 봉투는 배출 단계에서의 ‘관리 수단’일 뿐입니다. 봉투가 없다고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구조가 아닌 겁니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배출을 관리하고 비용을 부과할 것인가’인 거죠.
‘종량제 대란’? 팩트체크 들어갑니다
현재 봉투 수급 상황부터 보겠습니다. 서울시는 약 4개월, 인천은 약 200일, 대전은 1년치, 대구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치, 부산은 약 350일치, 울산은 약 2개월치, 광주는 3~4개월치, 경기 성남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치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 원료 기준 최소 3개월치 재고가 있다고 합니다.
2~3개월치는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요? 평시에도 이 정도 재고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자치구별로 보관 공간이 제한돼 있고, 한 번에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간격을 두고 계속 제작되기 때문입니다. 즉 ‘당장 끊긴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른 셈입니다.
쓰봉 가격, 오를 가능성 낮아요
종량제 제도는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봉투 가격에 쓰레기 처리 비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봉투 원료인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르면 제작 단가가 상승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치구는 조례로 종량제 봉투 가격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가격을 인상하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합니다. 또 주민들의 물가 상승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원자잿값 상승이 ‘쓰봉’의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쓰봉 없어도, 쓰레기 버릴 수 있어요
“그래도 종량제 봉투가 없어지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든다면, 이 부분도 답은 이미 있습니다.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일반 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거나’ ‘단독 주택지 등에서 거점 수거를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무지 봉투를 배포해 확인 후 수거하는 방식’ 등 다양한 대안이 가능합니다. 일부 외곽이나 도서 지역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무상 배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쓰봉, 되팔지도 못해요
‘지금이라도 사서 되팔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접는 것이 좋습니다. 종량제 봉투는 재판매나 중고 거래가 금지돼 있습니다. 폐기물관리법은 개인 간 거래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봉투를 판매하면 최대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안한 이유는
사재기는 ‘불안 심리’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불안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다퉈 사재기에 나서면 유통 물량이 줄고,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걱정할 상황이 아닌데 사재기로 공급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도 “과도한 불안 심리가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불안의 근원에는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고갈 자원인 석유화학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합니다. 사재기는 그 불안이 얼마나 빠르게 우리의 일상으로 번지는지 보여주죠. 일회용 플라스틱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에너지·자원 수급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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