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평해전 후 27년”…뒤늦게 PTSD 온 제복 영웅들도 ‘보상’ 길 열렸다
뒤늦게 생긴 PTSD도 국가유공자 인정…보훈 사각지대 해소 기대
유용원 “국가 위해 목숨 걸었던 영웅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켜야”
(시사저널=정윤성·변문우 기자)

군 복무 중 교전을 경험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뒤늦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지만 재해 보상을 받지 못했던 참전용사들에게 보상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제1연평해전 발발 약 27년, 제대한 지 20년이 넘도록 '보훈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을 겪었던 참전용사 측은 "제복 입은 분들에 대한 예우가 현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24일 전체회의를 통해, 퇴직 후 6개월이 지나 전상(戰傷) 또는 특수직무공상으로 인한 PTSD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장애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군인 재해보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6월25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지 9개월만이다.
현행 군인 재해보상법은 PTSD 등 심신장애 판정을 받고 퇴직하거나, 퇴직 후 6개월 이내에 판정을 받은 경우만 장애보상금 지급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PTSD의 경우 외상 직후가 아닌 수개월에서 수년 뒤에야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도 많아 이 기한이 사실상 장벽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PTSD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될 위험이 높은 만큼 실질적인 전투 후유증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었다. 당초 유 의원의 법안은 PTSD 등 공무상 심신장애 전반을 지원할 목적으로 마련됐지만, 국방위 논의 과정에서 PTSD에만 보상을 한정하는 것으로 수정의결됐다.
과거 제1연평해전(1999년)·제2연평해전(2002년) 참전용사 등 퇴직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PTSD 진단을 받은 이들은 현재까지도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용사들은 여전히 총성과 폭음이 귀에 맴도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유공자나 보상자 재심사 과정에서도 '비해당' 판정을 받으며 논란이 일었다. 유공자에 해당되지 않은 참전 장병들은 국가보훈부를 상대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행정 소송까지 벌인 바 있다.
그럼에도 법안은 지난해 9월 초 소위원회에 회부된 뒤 약 6개월간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국방위에만 100건이 넘는 안건이 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방위 "헌법상 본연의 책무 타당해"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는 이어졌다. 제2연평해전의 영웅 고(故) 한상국 상사 아내인 김한나씨(영웅을위한세상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이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왔다. 배현진·정성국·김예지·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시위에 동참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당시 시위 현장에서 "누가 보면 수억원을 주는 줄 아는데 액수가 크지도 않고 상징적이고 명예에 관한 것"이라며 "이걸 굳이 이렇게까지 안주겠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시사저널에 "제1·2 연평해전 참전 용사들은 제대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이 분들이 그 기간 동안 PTSD로 괴로워했는 데도 우리 법이 미흡했던 점이 아쉽다"며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제복을 입은 분들, 특히 군·경찰·소방관들에 대한 예우도 옛날 법에서 벗어나 현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여야 모두 법안 취지에 특별한 이견이 없고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실전 교전 참전 용사들이 지연성 PTSD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반복되는 만큼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국방위도 검토보고서에서 "군 복무 중 입은 정신장애에 대한 적절한 경제적 보상과 국가가 헌법상 본연의 책무를 다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대상자들의 소급적용 여부가 불확실하고, 퇴직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발생한 질환에 대해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등의 문제도 남아있다.
유 의원은 "전투 중 입은 부상뿐 아니라 PTSD 역시 실질적인 전투의 결과임에도 법률과 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영웅들을,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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