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절반으로…정부 예산 10억원이면 작은 영화관 살린다”
“관객 수 감소 심각… 지역민 문화적 존엄성 지켜달라”

‘작은영화관’은 문화시설이 거의 없는 농촌이나 소도시 주민들이 문화적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지닌 사업이다. 2010년 전북 장수군이 세운 한누리시네마를 시작으로 2013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인구 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예산을 지원하면서 그 수가 늘었다. 2026년 2월 문을 연 경남 함양군 작은영화관까지 전국에서 73개가 운영 중이다. 2012년 전국 230개 시·군·구 중 극장이 없는 곳이 109개에 이르렀으나, 현재 그 수는 15개로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으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가 이후로도 관객 감소와 예산 삭감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년 3월16일 함주리 한국작은영화관협회 사무국장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극장 없는 지역의 문화 오아시스가 말라간다
―작은영화관의 관객 수 현황은 어떠한가.
“2025년 기준 작은영화관의 평균 관객 수는 3만504명이고, 한 명당 관람 횟수는 0.58회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평균 7만1819명, 평균 관람 횟수 1.10회였던 것에 견주면 크게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2024년과 비교해도 17.7%가 줄었고, 2017~2019년 평균과 비교하면 41.5% 수준에 불과하다. 작은영화관 관객 수는 한국 극장 전체의 평균 관객 수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지만, 2017~2019년 한국 극장 전체의 평균 관객 수(2억2098만 명) 대비 2025년(1억600만 명)이 48%였던 것에 견줘서도 그 하락폭이 심각한 수치다.”
―작은영화관 관객이 감소한 원인은 무엇인가.
“작은영화관 자체의 운영상 문제보다는 영화산업 전반의 콘텐츠 부족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위주의 관람 문화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흔히 작은영화관을 독립예술영화관으로 착각하는데, 작은영화관의 본래 취지는 문화 소외 지역에서도 최신 개봉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상업영화 시장의 침체 원인과 작은영화관의 위기 원인은 따로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물론 ‘씨네브런치’ 사업 등을 통해 2021년부터 독립예술영화도 상영하고 있다.) 여기에 작은영화관만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구 감소’가 더해진다. 2014년 70대였던 작은영화관 관객이 10여 년이 지난 현재도 극장에 올까? 전북 고창의 경우, 2024년 출생아 수가 32명에 불과했다. 대도시 극장은 2030세대가 견인하지만, 작은영화관은 4050세대가 주력 관객인 것이 현실이다.”
―국가 예산 지원 현황은 어떤가. 예산 삭감이 화두인데.
“중앙정부의 지원이 뒷걸음치는 것이 작은영화관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유일한 중앙 지원 사업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작은영화관 기획전’ 사업 예산이 기존 4억8천만원에서 2억7천만원으로 약 44% 삭감됐다. 사업 초기엔 문화 소외 지역의 문화 향유권 확대를 목표로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홍보가 있었지만, 지방분권 기조에 따라 중앙에선 운영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영진위는 예산을 삭감하는 구체적인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관람료와 팝콘값을 올릴 수 없는 이유
―왜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의 지원이 중요한가.
“지자체 지원 사례를 보면 대부분 전기요금 등 공과금이나 청소용역 등을 지원하는 형태다. 중앙 예산이 없으면 극장이 주도적인 기획전이나 문화행사를 기획할 여력이 없다. 역량 부족 문제도 있다. 영진위의 기획전 사업 공모를 통해 지원받으면 대부분 행사에 필요한 펼침막, 포스터, 강사 섭외, 상영료 등을 비롯해 부금 정산까지 여러 극장이 한꺼번에 진행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에이전시(대행업체)와 협상한다. 가뜩이나 100석 규모밖에 안 되는 작은영화관이 개별로 진행하면 몇백만원 단위의 예산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지역에선 영사기사를 못 구하는 형국이고, 군청 공무원이 복잡한 영화 부금 정산을 할 여력도 없다. 인구가 적은 지역의 한계가 있는 셈이다.”
―작은영화관 운영 실태는 어떤가.
“지자체가 직영하는 곳은 그나마 나은데, 대부분은 민간에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작은영화관이 속속 휴관에 들어가면서 작은영화관 34곳을 위탁운영하던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2020년 폐업하고 운영권을 반납했다. 팬데믹이 끝난 뒤엔 민간 위탁업체가 다양해졌다. 강원도 삼척의 경우 새마을금고가 운영 중이다. 운영상 어려움으로 손실이 나면서 6~7명이 2교대로 일반 멀티플렉스처럼 전일 6회차 운영하던 시스템을 접고, 직원 3명이 정오부터 저녁 8시까지 단축운영을 하는 방식으로 꾸려가는 실정이다. 이전에는 관객 4만 명 수준이면 적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관객이 줄어든 것에 더해 비용이 커지고 있다. 작은영화관 관람료는 현재 7천원으로 일반 극장보다 저렴한데, 상영료와 인건비를 비롯해 팝콘값까지 뛰고 있다. 그렇다고 관람료와 팝콘값을 올려서 수지타산을 맞추는 게 작은영화관의 취지에 맞는 건 아니지 않나.”
―지자체의 모범적인 지원 사례라면 무엇이 있을까.
“경남도가 2025년부터 ‘어르신 영화관 나들이 사업’을 하는데, 어르신들을 초청해서 무료로 영화를 관람하도록 돕는다. 일종의 문화사업으로 30~50명씩 버스에 태워서 모셔오고, 군이 티켓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운영자금 지원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청소년·학생·어린이 등 단체관람을 지원하면 어떨까. 군민 영화 티켓 할인 사업도 고민해볼 수 있겠다. 교통약자가 많고 대중교통 인프라가 적은 지역의 특성상 극장 방문을 원활하게 하는 사업도 좋겠다. 과거에 경남 사천시가 ‘요금 100원 착한 택시’를 통해 극장에 오는 어르신들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지자체도 다양한 지원책 가능
―정부나 지자체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역의 작은영화관은 문화의 실핏줄 역할을 하라고 만들었다. 지금 위기는 단순한 관객 감소를 넘어 ‘문화 양극화’의 심화로 인식해야 한다. 수익을 내는 극장이 아니라 지역 소멸을 막는 문화 방파제이자 주민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문화적 존엄으로 이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 문화는 사치재가 아니라 기본권이다. 지자체에만 그 책임을 넘길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나서서 관심을 쏟아야 한다. 부디 문체부나 영진위가 기획전 사업을 최소한 극장의 절반 이상이 지원받을 수 있는 규모로 늘리길 바란다. 10억원 규모면 가능한 일인데, 국가 예산에 큰 부담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사진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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