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먹는 알부민 논란…엉터리 ‘쇼닥터’의 억지

피로 회복, 체력 개선,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먹는 알부민’ 광고를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언론 기사가 소비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진짜’ 의사들이 홈쇼핑과 온라인 광고에 등장하는 ‘쇼닥터’의 엉터리 주장을 뒤늦게 반박하고 나서면서 생긴 일이다.
대한의사협회도 먹는 알부민이 의학적 효능을 기대할 수 없는 ‘식품’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고 식약처도 먹는 알부민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혼동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제조사에 당부했다.
먹는 알부민 소동은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식품기업이 개발한 ‘단백질 마케팅’의 끝판왕이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단백질의 묘한 감칠맛(우마미)을 그리워했던 우리의 아픈 기억을 자극해 수익을 챙겨보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화장품·생활화학용품 제조사도 단백질 마케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피부의 탄력과 보습에 도움이 된다는 ‘콜라겐’이나 ‘실크(누에) 단백질’, 손상된 모발을 복구해 준다는 ‘케라틴’이 모두 단백질 성분이다.
● 먹는 알부민은 ‘단백질 보충제’
사실 ‘먹는 알부민’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기적의 제품이 아니다. 단순히 달걀 흰자(卵白)나 우유에서 분리한 유청(乳淸)을 말려 만든 ‘단백질 보충제’일 뿐이다. 라면의 분말 수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단백질 보충제는 근육을 키우고 싶어 하는 운동선수나 단백질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목표로 미국에서 1950년대에 처음 개발된 제품이다.
그런데 음식이나 음료수에 들어 있는 모든 단백질은 소화 과정에서 ‘단백질 소화효소(protease)’에 의해 20종의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몸속으로 흡수된다. 단백질 보충제에 들어 있는 단백질도 마찬가지다. 중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가르치는 기초적인 과학 상식이다.
그렇게 흡수된 아미노산은 DNA에 들어 있는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다시 우리 몸에서 생리작용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단백질로 재합성된다. 쇼닥터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려고 이런 기초적인 과학 상식을 의도적으로 무시해버린 것은 윤리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실 ‘먹는 알부민’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지 않더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먹는 알부민 제품에 들어 있는 알부민은 우리 몸에서 생리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 혈청 알부민(human serum albumin)’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걀 흰자에 들어 있는 ‘오브알부민(ovalbumin)’이나 우유의 유청에 들어 있는 ‘락트알부민(lactalbumin)’으로는 정맥으로 직접 주사하는 의약품인 ‘수액(輸液)’의 의학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물론 ‘단백질 보충제(영양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단백질 보충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백질 보충제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것도 아니어서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 리포트’ 보고에 따르면 대략 70%의 단백질 보충제에서 상당한 수준의 납이 검출됐다. 카드뮴과 비소가 검출된 제품도 있었다. 단백질 보충제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신장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건강에 좋다는 제조사의 달콤한 광고를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소비자가 평소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는 일은 바람직하다. 특히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 번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양 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식품’과 질병의 예방·치료에 사용하는 ‘의약품’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물론 식품과 의약품의 구분이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효능이 확인된 ‘식이요법’도 많다.
심지어 식품의 의학적 효능을 밝혀내는 것이 식품과학의 존재 이유라고 착각하고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애매한 사자성어를 강조하는 전문가도 넘쳐 난다.
그럼에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품에서 ‘의학적 효능’을 기대하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 가공식품의 생산자는 소비자가 식품과 의약품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식품표시광고법’이 바로 그런 취지다.
실제로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거나” 또는 “의약품으로 인식할 수 있는 표시·광고”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지역 특산물의 의학적 효능을 과도하게 홍보한 농민들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식품기업과 의사·식품과학자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식약처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중요하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 유지와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2003년에 제정된 ‘건강기능식품법’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성 표시·광고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식약처가 인정하는 ‘기능성’의 근거가 허술한 것도 사실이다. 동의보감과 같은 전통 의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식약처의 검증도 우려스럽다.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질병 발생 위험 감소, 생리 기능 활성화, 영양소 기능 강화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제조사가 제출한 어설픈 학술논문 한 편으로 기능성과 안전성을 확인해 주는 현재 식약처의 승인 절차는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영양제·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에 대한 경계심도 필요하다. 무엇이든 지나치게 많이, 자주 섭취하면 뜻밖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식품안전정보원에 접수되는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강관리의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내 건강은 아무에게나 함부로 맡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는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건강한 상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부·전문가·언론에는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건강은 소비자의 건전한 상식과 노력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려는 기업의 교묘한 마케팅 전략이나 어설픈 명성만 쫓는 ‘쇼닥터’와 ‘선무당급 식품과학자’의 화려한 궤변은 처음부터 믿을 것이 아니다.
본래 ‘약(藥)’과 ‘독(毒)’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독성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16세기 파라셀수스의 “용량(用量)이 독(毒)을 만든다(The dose makes the poison)”라는 명언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독’이 되고 아무리 치명적인 ‘독’이라도 적절하게 활용하면 ‘약’이 된다는 뜻이다.
‘과식’이나 ‘편식’을 피해야 한다는 원칙은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확한 정체와 효능을 확인할 수 없는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남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갈 이유는 없다. 이제 쇼닥터의 어설픈 억지가 판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와 진짜 전문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필자 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 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3200여 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질병의 연금술》《지금 과학》을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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