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의 시선] 박정웅의 마지막 집념, 정관장이 2위를 유지한 이유
안양 정관장이 원주 DB를 어렵게 이겼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사실 기자도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 INTRO
정관장의 2024~2025 승부수 중 하나는 ‘트레이드’였다. 우선 주장이었던 정효근(200cm, F)을 원주 DB로 보냈다. 동시에, 국가대표 빅맨인 김종규(206cm, C)를 DB에서 데리고 왔다. 1년 후를 대비한 트레이드였다.
후속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DB에 있던 김영현(186cm, G)이 정관장 소속이었던 최성원(184cm, G)과 맞트레이드된 것. 정관장 유니폼을 입은 김영현은 끈질긴 수비와 높은 에너지 레벨을 보여줬다. 또, 벤치 밖에서는 특유의 ‘고라니 토킹’(?)으로 팀원들을 독려했다.
김영현의 강점이 정관장에 조금씩 녹아들었고, 정관장은 2024~2025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6위를 확정했다. 플레이오프 티켓을 기적처럼 획득했다. 비록 6강 플레이오프에서 한 경기도 못 이겼지만, 정관장의 여정은 인정받아야 마땅했다.
기적에 동참한 김영현은 정관장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2025~2026시즌에도 꽤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김영현의 핵심 임무는 ‘외곽 주득점원 수비’. DB전에서도 맡은 임무를 착실히 해내야 한다. 특히, DB의 에이스인 이선 알바노(185cm, G)를 귀찮게 해야 한다.
# Part.1 : 속공 혹은 얼리 오펜스
김영현은 경기 전 알바노와 우정(?)을 나눴다. 2023~2024시즌부터 2024~2025시즌 4라운드까지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김영현과 알바노의 우정은 깨졌다. 김영현은 막아야 했고, 알바노는 뚫어야 해서였다.
김영현은 알바노의 폭발력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알바노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알바노한테 볼 쥘 공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DB 진영부터 알바노를 압박했다. 파울 없는 선에서 알바노의 몸을 영리하게 밀었다. 실린더 원칙을 잘 유지한 것.
하지만 김영현은 수비 리바운드 후 치고 나오는 알바노를 막지 못했다. 한승희(197cm, F)가 김영현 대신 파울했음에도, 정관장은 알바노에게 바스켓카운트를 허용했다. 8-9에서 8-12로 밀렸다.
정관장은 DB의 속공 혹은 얼리 오펜스와 마주했다. 정관장의 백 코트 상황에 따라, 알바노의 매치업이 정해졌다. 그런 이유로, 정관장은 포지션에 맞는 매치업을 쉽게 찾지 못했다. 알바노에게도 미스 매치를 허용했다. 알바노한테 3점을 맞았다.
김영현이 제대로 붙었다. 그렇지만 DB의 스크린에 한 발 늦게 반응했다. 알바노에게 또 한 번 3점을 내줬다. 원주DB프로미아레나의 데시벨을 높이고 말았다.
박정웅(192cm, F)이 1쿼터 종료 3분 13초 전부터 김영현을 대체했다. 김영현처럼 알바노에게 집중했다. 그러나 알바노의 아웃렛 패스를 막지 못했다. 또, 알바노의 2대2와 킥 아웃 패스를 저지하지 못했다. 알바노에게 흔들린 정관장은 21-28로 1쿼터를 마쳤다.
# Part.2 : 대등해진 힘
2쿼터가 시작됐을 때, 알바노는 코트에 없었다. 김영현과 박정웅도 꼭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관장은 박지훈(184cm, G)과 변준형(188cm, G)을 동시에 배치했다. 알바노 없는 시간을 공격으로 채우려고 했다.
그러나 정관장의 계획은 어긋났다. 2쿼터 시작 2분 33초 만에 두 자리 점수 차(23-34)로 밀린 것. 이유는 이러했다. 정관장은 공격 실패 후 백 코트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정돈되지 못한 상태에서 3점을 맞았기 때문.
하지만 정관장은 알바노 없는 DB에 적응했다. 무엇보다 DB의 속공을 빠른 백 코트로 저지했다. 그리고 속공으로 되받아쳤다. 2쿼터 시작 4분 2초 만에 29-34. DB의 전반전 타임 아웃 1개를 없애버렸다.
박지훈이 2쿼터 시작 4분 2초부터 알바노를 막았다. 박지훈은 정관장의 공수 겸장 중 하나. 빠른 사이드 스텝과 넓은 수비 시야를 보여줬다. 알바노의 2대2와 킥 아웃 패스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알바노의 드리블 점퍼를 블록슛했다.
브라이스 워싱턴(196cm, F)과 김종규(206cm, C)의 숨은 공헌도도 컸다. 박지훈이 DB 스크리너에게 걸릴 때, 두 빅맨이 알바노에게 얼굴을 잘 비췄다. 알바노와 거리감을 적절히 유지해, 알바노의 판단을 늦춘 것. 두 빅맨의 수비 기여도 역시 존재했기에, 정관장도 2쿼터 종료 3분 34초 전 36-34로 역전했다.
박정웅이 코트로 다시 나왔다. 박지훈을 공격에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고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정관장 수비가 서민수(196cm, F)와 헨리 엘런슨(208cm, F)에게 실점한 것. 돌발 변수와 마주한 정관장은 41-42로 전반전을 마쳤다.

# Part.3 : 미숙한 스크린 대처
박정웅이 3쿼터 시작할 때에도 코트를 밟았다. 그러나 박정웅은 알바노의 페이크 한 번에 뚫렸다. 김종규가 도움수비 및 컨테스트(블록슛을 위한 동작)를 하지 않았다면, 정관장은 실점할 수 있었다.
박정웅이 알바노의 리듬을 쫓아가지 못했다. 김종규의 도움수비도 한계를 드러냈다. 정관장은 결국 알바노의 절묘한 패스와 정효근(200cm, F)의 스크린 및 골밑 침투에 실점했다. 다만, 46-44로 주도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DB가 알바노와 이정현(189cm, G)을 같이 투입했다. 박정웅은 이정현에게 가야 했다. 변준형이 알바노를 막았다. 정관장의 수비 매치업이 꼬였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정관장이 수비 리바운드를 사수하지 못한 것. 3쿼터 종료 4분 56초 전에도 그랬다. 이는 박인웅의 3점으로 연결됐다. 정관장은 이때 50-51로 역전당했다.
조니 오브라이언트(204cm, C)와 한승희가 몸싸움을 강화했다. 정관장은 수비 리바운드를 사수했다. 세컨드 찬스를 저지한 정관장은 또 한 번 치고 나갔다. 3쿼터 종료 3분 전 55-51로 역전했다.
그러나 박정웅이 알바노의 공격 동선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스크린 이후의 동선을 쫓아가지 못했다. 57-51로 앞섰던 정관장 역시 57-54로 쫓겼다. 좋았던 흐름을 잃었다.
박정웅이 에삼 무스타파(202cm, C)의 무빙 스크린을 유도했지만, 정관장 벤치는 김영현을 준비시켰다. 그러나 볼이 멈추지 않았고, 박정웅은 또 한 번 스크린을 피하지 못했다. 알바노한테 또 한 번 3점을 내줬다. 유도훈 정관장 감독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다.
# Part.4 : 마지막 집념
박정웅이 알바노를 놓쳤지만, 정관장은 63-57로 4쿼터를 시작했다. 변준형과 오브라이언트가 연속 3점. 정관장은 4쿼터 시작 2분 12초 만에 75-57까지 달아났다. 승리를 확정짓는 듯했다.
그렇지만 정관장의 외곽 수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4쿼터 시작 3분 15초 만에 75-63. 유도훈 정관장 감독이 후반전 두 번째 타임 아웃을 사용했다.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관장은 집중하지 못했다. 77-70으로 더 흔들렸다. 수비 컨트롤 타워였던 오브라이언트마저 경기 종료 5분 29초 전 테크니컬 파울. 정관장은 더 쫓기고 말았다.
박지훈이 알바노의 턴오버를 유도했다. 사이드 스텝과 버티는 힘으로 알바노를 넘어뜨린 것. 그리고 이를 박인웅의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로 치환했다. 또, 림 근처에 있는 정효근의 볼을 아래에서 긁었다. 헬드 볼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관장은 절정의 리듬인 알바노를 제어하지 못했다. 실점하다 보니, 에너지도 떨어졌다. 이로 인해, 82-80으로 쫓겼다. 남은 시간은 2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박정웅의 에너지는 떨어졌지만, 박지훈의 집념은 그렇지 않았다. 알바노의 엔트리 패스를 끝까지 차단했다. 스틸을 기록하지 못했으나, 경기 시간을 0과 가깝게 했다.
그러나 정관장은 경기 종료 53.5초 전 85-84를 기록했다. 유도훈 정관장 감독이 마지막 타임 아웃을 사용했지만, 정관장의 공격이 실패했다. 불리했다. 달아오른 DB를 막아야 했기 때문.
박정웅이 알바노와 마주했다. 하지만 알바노의 리듬을 끝까지 쫓아갔다. 알바노의 미드-레인지 점퍼를 컨테스트했다. 알바노의 슛이 림을 외면했고, 정관장이 수비 리바운드했다. 그리고 변준형이 자유투로 승부를 매듭지었다. 박정웅이 마지막에 집념을 발휘했기에, 정관장이 승리(87-84)할 수 있었다. 32승 17패로 단독 2위를 유지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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