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모님들 “이제 마음 놓고 맡겨요”…루이비통 이긴 사장님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김혜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heyjiny@mk.co.kr) 2026. 3. 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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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승소…이경한 강남사 대표 인터뷰
대법 “수선집 리폼, 상표권 침해 해당 안돼”
루이비통측 수선업계에 내용증명 보내기도
강남사 30~50년 경력 장인 손으로 수작업
이경한 강남사 대표가 매경AX와 인터뷰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진 기자]
“내 속이 다 시원하다, 버텨줘서 고맙다 등 손님들의 한 마디에 힘이 절로 납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의 상표권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지 한 달.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명품 수선업체 ‘강남사’를 운영하는 이경한(59) 대표에게 요즘 달라진 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서 ‘정말 고생했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소송 기간엔 명품 리폼 문의가 눈에 띄게 줄고 맡기더라도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판결 이후엔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졌죠.”

이 대표는 지난 4년간 루이비통과 상표권 침해 소송을 벌였다. 고객이 맡긴 가방을 리폼해 돌려주면서 서비스 비용을 받는 것이 상표권 침해인지가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루이비통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대표가 하는 리폼 행위를 ‘생산·유통·판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객이 맡긴 제품을 수선해 돌려주며 서비스료를 받은 행위일 뿐,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루이비통은 리폼 과정에서 자신들의 로고가 들어갔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이걸 어떻게 생산이나 유통으로 볼 수 있느냐’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경한 강남사 대표가 직원이 수선하는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 [김혜진 기자]
루이비통 측 논리 중 하나는 소비자와 수선업자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소비자가 직접 리폼하는 것은 문제 없지만, 전문업자에게 맡기면 상표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가방을 리폼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전문가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데, 그걸 불법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거죠.”

해외에서도 비슷한 판례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가 모델의 롤렉스 시계를 고가로 리폼한 사건이었는데 스위스와 독일 연방법원은 소비자가 개인 소유물을 어떻게 수선하든 문제없다고 봤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금전적인 것보다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컸죠.” 이번 소송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이같이 말했다.

루이비통 측은 당시 국내 명품 수선업계에 내용증명을 보내 리폼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했다. 대부분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 확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 루이비통 측이 그에게 소송을 건 이유다. “다른 분들이 확약서를 쓴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사실 저도 다시 4년 전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못 할 것 같아요.”

이경한 대표가 운영하는 강남사에서 리폼 장인들이 작업하고 있다. [김혜진 기자]
1심과 2심에서 패소했을 때는 더욱 막막했다. “특허 전문 변호사들도 열이면 열 ‘1·2심에서 졌기 때문에 대법원에 가도 뒤집기 어렵다’고 했어요. 그래서 1·2심 지고 대법원에서 뒤집힌 건 처음 본다는 분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상고를 선택한 그는 “대법원에서는 사건을 좀 더 큰 틀에서, 왜 소비자들이 값비싼 명품을 사 전문가에게 수선을 맡기고, 리폼을 할 수밖에 없는지 맥락을 봐준 것 같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강남사는 그야말로 명품 수선과 리폼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 브랜드의 가방을 염색, 광택 복원, 스티치 보강 등으로 정교하게 되살리는 작업을 한다.

초등학교 졸업 후부터 수선일을 하기 시작해 30~50년 경력을 자랑하며 ‘수선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명품 리폼 장인이 8명, 그리고 이제 막 이 일을 배우기 시작한 30대 청년 1명, 그래서 총 9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루이비통 소송에서 이긴 뒤 일감이 많아졌어요. 하루 평균 20~30건의 수선 문의가 들어오고 이 중 명품 리폼은 하루 10건 내외로 들어오고 있어요.”

원래 소송 전에는 6명이 같이 일했는데, 지금은 식구가 9명으로 늘 정도로 일감이 많아졌다고 했다. 때문에 2~3개월은 걸리는 명품 리폼 작업이 5~6개월 걸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강남사만의 수작업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또 그 동안 신뢰를 쌓은 덕분에 수선 및 리폼 의뢰는 전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작업실 곳곳에는 제주도에서부터 온 택배 상자가 2~3층 쌓여있었다.

이경한 강남사 대표(왼쪽)가 장인과 의논하고 있다. [김혜진 기자]
명품수선이 단지 5년, 10년 경력으로도 잘 해내기 어려운 이유는 같은 일의 반복적 수련이 아니라 똑같은 수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늘 다양한 수선일들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변색된 루이비통백 카우하이드 손잡이 교체부터 이염, 변색, 마모된 샤넬 램스킨 백의 질감과 광택을 복구하는 기술, 또 완전히 찢어진 PVC원단을 붙여 형태를 만드는 수선 등은 명품 제작과 다름없을 정도로 정교함을 요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수십년에 걸쳐 배워도 늘 처음처럼 새롭다는 이 대표. 대신 질긴 가죽과 실을 붙잡고, 각종 약품과 유약 등을 손에 직접 발라 작업을 하며 생긴 상처 투성이의 손이 그의 경력을 잘 보여주는 듯했다.

35년 동안 이 일을 하며 가장 호황인 시기를 묻자 그는 “지금”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세계적 명품 루이비통을 상대로 이겼기 때문일까. 영향이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그 보다는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명품 소비가 늘면서 명품 수선을 맡길 곳이 부족해졌고 특히 백화점 뿐 아니라 아웃렛, 면세점, 온라인 플랫폼 등 명품 구입이 여러 루트를 통해 이뤄지다보니 더더욱 명품 수선업체를 찾는 손님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용과 상관없이 유품이나 추억과 기념을 위한 복구를 목적으로 의뢰하는 고객들도 많아 더욱 정성들여 수리하게 된다고 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때 잃은 딸의 유품을 가져와 리폼해달라고 하거나, 돌아가신 어머님의 가방을 들고와 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고객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 대표가 말했다.

루이비통과의 4년에 걸친 소송이 끝난 지금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한다는 그는 “내년이면 나도 환갑”이라며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데, 소송을 겪어보니 하루하루 무탈한 게 제일 좋더라”고 말했다.

다만, 수십년 명품 수선업계에 몸담아 온 이로서의 고민은 업계에 젊은 기술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래서 최근 같이 일하게 된 막내 기술자가 더욱 기특하다고 했다.

“지금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저보다 젊은 사람은 30대 막내 한 명뿐이에요. 이 업계에서 거의 마지막 세대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워보겠다고 왔으니, 기특하죠. 운전에 비유해 보면 F1 드라이버 수준은 돼야 업계에서 실장급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될 때까지 열심히 가르칠거예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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