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유료주차장은 텅텅"… 단돈 몇백 원에 마비된 동명동 골목길

황의재 수습기자 2026. 3. 25. 10: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명동 공영주차장 유료화 1년
'풍선효과' 불법 주정차 골목 점령
도심 곳곳 공영주차장 상황 비슷
"요금 낮춘 만큼 시민의식 절실"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푸른마을 공동체 앞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있었지만 주변 골목길에는 불법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 있다. 황의재 수습기자 

"바로 옆에 버젓이 유료주차장이 있는데, 단돈 몇백 원 아끼려고 다들 좁은 골목길에만 차를 대니 온 동네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저기 텅 빈 주차장 좀 보세요. 정말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25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푸른마을 공동체 앞 공영주차장 앞에서 만난 상인이 텅 빈 공영주차장과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이면도로를 번갈아 보며 내뱉은 탄식이다.

이날 이곳은 좁은 이면도로 양옆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빼곡했다. 주차 금지를 알리는 상인들의 컬러콘 사이로, 마주 오는 차량들이 곡예 하듯 비상등을 켜고 아슬아슬하게 교행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반면, 인근의 꽉 막힌 골목길과는 대조적으로 불과 10m 거리의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30면의 주차 공간 중 고작 한두 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지자체가 주차난 해소와 '알박기(장기 주차)' 근절을 위해 지난해 3월 유료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기현상이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0)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공영주차장이 유료로 바뀐 뒤 소액의 요금을 아끼려는 방문객들이 골목길 불법 주정차를 택하는 경우가 확연히 늘었다"며 "지자체가 알박기를 막고 안전을 위해 노력해 줬지만, 정작 운전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니 문제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보행자의 안전이다. 텅 빈 주차장 바로 앞 마을공동체센터에는 저렴한 요금의 공영 키즈카페가 있어 부모와 어린이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다. 한 동네 주민은 "키가 작은 아이들이 센터 마당에서 골목길로 나올 때, 불법 주정차된 차량에 가려 자칫 큰 사고가 날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유료 전환에 따른 요금 부담을 불법 주정차의 원인으로 꼽지만, 실상은 달랐다. 해당 주차장은 최초 1시간까지 무료 이용이 가능하며, 하루 종일 주차해도 요금은 8000원 정도다. 심지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는 전면 무료로 운영된다.

하지만 잘 갖춰진 혜택도 무용지물이었다. 동네 주민 B씨는 "공영 주차장 한곳이 부족한 주차공간을 해소할 수 없지만 밤이고 낮이고 주차장 대신 길거리에 차를 대는 사람이 더 많다"며 "누군가에겐 부담일 수 있겠지만, 모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시스템인데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트럭 운전사 A씨의 대답은 현 상황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공영주차장 바로 옆에 불법 주차를 한 그는 "금방 이동할 것 같아 주차장 안까지 들어가기 귀찮았고, 길거리에 빈자리도 있는데 굳이 돈을 낼 필요가 있느냐"며 급히 자리를 떴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타인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희생시키는 이러한 행태는 동명동만의 일이 아니다. 

차량 184대를 수용할 수 있는 양림동 양림역사문화마을 제1공영주차장의 경우 2시간 무료로 주차가 가능하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무료로 운영되지만 방문객이 몰리는 시간대가 되면 거리는 불법 주정차량으로 점령당하기 일쑤다. 

치평동 먹자골목 공영주차장 역시 마찬가지다. 차량 33대를 수용 가능하지만 근처 도로를 둘러싼 불법 주정차량으로 인해 만성 교통체증이 이어지고 있다.

또 서구 상무지구 유흥가 내부 도로나 광산구청 인근 골목길 등 광주 곳곳에서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결국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 확충도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준법정신 없이는 행정력과 사회적 비용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단속과 함께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기주 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장은 "운전자들은 5분 거리를 걷는 것조차 실제보다 큰 손해로 인식하는 '심리적 거리 부담'을 크게 느낀다"며 "이 때문에 불법임에도 목적지 바로 앞 주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만큼, 꾸준한 단속과 시민 대상 안전 및 의식 교육이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시 동구 보행교통정책과 관계자 역시 "현재 동명동 방문객의 주차 수요 감당을 위해 주차장을 확충하고 요금 부담을 낮추려 노력 중"이라며 "공영주차장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