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면접하러 간 감독, 전화 한 통 "우승했어요"…순천시청 3연패 비결
매치포인트 뒤집은 추문수…자율 시스템이 만든 쾌거
순천 인프라·동계 훈련 결실…철저히 준비된 타이틀 방어

이런 걸 두고 '겹경사'라고 해야 할까. 감독은 결승 현장에 없었지만, 팀은 우승했고, 다음날에는 정식 감독 합격 통보까지 받았습니다. 순천시청이 만들어낸 시즌 개막전인 회장기 3연패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강렬한 드라마였습니다.
조성제 순천시청 남자 정구부 신임 감독(47)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덕장으로 이름을 날린 전임 김백수 감독의 정년 퇴임 후 지난 1년 가까이 코치에서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던 조 신임 감독은 최근 팀의 제47회 회장기 전국대회 3연패와 자신의 정식 감독 확정을 차례로 이루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조 감독은 난감한 상황을 만났습니다. 전북 순창군에서 열리는 시즌 첫 대회인 회장기 대회에 출전 도중 감독직 서류전형 합격과 함께 통보된 면접 일정을 확인했을 때였습니다. 면접 날짜와 단체전 4강, 결승 일정이 같은 23일로 겹친 겁니다. 조 감독에게 전달된 관련 통지문에는 ''면접시험 대상자는 시험 시간을 준수하여야 하며 미응시자는 불합격 처리됩니다"라는 안내까지 상세히 돼 있었습니다. 순천시청이 결승에 오르면 감독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된 겁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양해를 구한 뒤 차를 타고 순창을 떠나 순천시청(시장 노관규)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면접을 마친 뒤 경기 결과가 궁금해 노심초사하던 조 감독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감독님 우승했어요."
순천시청이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다음 날인 24일 조 감독은 시청으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순천시청의 3연패는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를 남겼습니다. 조 감독이 팀을 비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를 준비하고 승부를 완성했다는 점에서입니다. '지시받는 팀'이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팀'으로의 변화. 조 감독이 추구해 온 방향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극적으로 증명됐습니다.

조 감독은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선수들의 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팀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조 감독은 "그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점이 인상 깊었다"라며 "이번 우승은 선수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순천시청의 전폭적인 지원도 든든하기만 합니다. 조 감독은 "노관규 시장님을 중심으로 담당 공무원분들이 항상 관심을 기울여 주신다.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 덕분의 편히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순천시에는 대형 항공기 격납고 같은 실내 하드코트 8개 면을 비롯해 인조 잔디, 클레이 등 다양한 표면의 코트가 있어 폭넓은 훈련이 가능합니다. 지난 2년 동안 클레이코트에서 치른 회장기에서 우승한 순천시청이 올해 하드코트 대회에서도 여전히 정상을 지킨 비결입니다. 순천시의 뛰어난 인프라도 효자 노릇을 한 셈입니다.

조 감독이 강조하는 팀의 핵심은 '자율'이다.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도 철학의 중심입니다. 조 감독은 "지시하는 팀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팀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이번 대회는 그 변화가 실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는 걸 확인한 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철학은 그의 선수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조 감독은 "선수 때 팀워크가 무너지면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직접 겪었고, 지도자로서는 조직력이 살아날 때 전력이 배가되는 걸 느꼈다"라며 "결국 팀이 하나로 움직일 때 가장 강해진다는 확신이 현재팀 운영의 기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감독이 선수, 코치 시절 인연을 맺은 앞선 순천시청 김태성, 김백수 감독의 영향력도 컸습니다. 두 지도자는 늘 선수들에게 가족 같은 분위기와 함께 무엇보다 희생과 배려를 당부했습니다. 김백수 전 감독(대한정구협회 기획이사)은 "조성제 감독은 선수 시절이나 코치 때나 묵묵하고 성실한 장점이 있었다. 맏형처럼 팀을 잘 이끌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조 감독의 중고 선배인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은 후배의 성과를 누구보다 반겼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순천시청과 함께 NH농협은행의 남녀 동반 우승을 이끈 유 감독은 "조 감독 고생도 많이 했고, 우여곡절이 심했다. 순천시청에서 은퇴해서 잠시 중학교 지도자로 일하다 다시 선수로 복귀해 국가대표에도 발탁되는 등 제2의 정구 인생을 펼쳤다. 우직하면서 성실함이 트레이드마크다. 김태성, 김백수 감독님 밑에서 지도자 수업 및 인생 공부도 잘해서 앞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 같다"라고 반겼습니다.
이번 대회 수훈 선수로는 단연 주장 추문수를 꼽았습니다. 추문수는 결승 단식에서 매치포인트 위기를 뒤집는 극적인 승리로 팀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조 감독은 "작년 결승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200% 발휘했던 선수"라며 "이번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팀에 힘이 되어 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모든 선수가 3연패에 대한 간절함으로 하나가 된 점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2복식과 1단식으로 치르는 단체전에서는 오더 싸움도 중요합니다. 상대 전력을 분석해 출전 선수 명단을 적절히 배치해야 승산이 높아집니다. 조 감독은 비록 몸은 멀리 떠나 있었어도 주장 추문수와 전화 통화로 오더를 상의했습니다.
물론 타이틀 방어에는 철저한 준비 과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순천시청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약 6~8주간 순천에서 동계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체력 강화와 조직력 훈련을 병행하고,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했습니다. 조 감독은 "특히 전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라며 "꾸준함과 준비 과정이 3연패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순천시청은 이달 초 순천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하늘과 류태우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습니다. 조 감독은 "1차 목표는 두 선수가 대표팀 훈련을 통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최종 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선수 출신 지도자로서의 뿌리도 분명합니다. 순천남초 4학년 때 정구를 시작한 그는 순천 삼산중, 순천 매산고, 전주대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습니다. 순천시청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국가대표로는 문경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2013년 은퇴한 뒤 2년 만에 복귀해 전국체전 우승을 거들었습니다. 30대 후반부터 9년 넘게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감독이 자리를 비워도 흔들리지 않는 팀, 스스로 판단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조직. 조성제 감독이 그려온 그림은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순천시청의 3연패는 하나의 기록이 아니라, 한국 정구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답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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