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 증시 상장 시동... “현금 넘치는 회사 신주 발행 방식은 안된다”는 지적도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한 현지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만약 이 작업을 위해 SK하이닉스가 신주를 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시장에 ADR을 상장하기로 하고, 지난 24일 이를 위한 공모 등록 신청서(Form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ADR은 기업이 자국에 보관한 원주를 담보로 해외(미국)에서 발행하는 증서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증시에서 직접 주식을 거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창구 다변화와 기업 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막대한 시설 투자가 요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대규모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미 증시 상장을 통해 마이크론 등 현지 경쟁사들과 동등한 선상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평가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장 초반 미 ADR 상장 추진 기대감에 4%가량 상승한 102만원 선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회사의 자금 조달 방식이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가 막대한 현금을 보관하는 상황에서 만약 주식을 발행한다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4조9423억원으로 전년(14조1564억원) 대비 146.8% 증가했다. 이는 전체 차입금(22조2479억원)을 12조원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는 “SK하이닉스가 현재 현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되는 신주 발행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무리한 신주 발행 대신 기존 주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주식 수의 10~15%를 자사주로 취득해 일부는 소각하고, 대부분을 미국 증시에 상장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주주 가치 훼손을 막으면서도 미 자본시장 진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단순히 ADR을 발행한다고 해서 미국 마이크론과 같은 급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며 이번 사안이 최근 개정된 상법의 안착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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