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인사이드]⑤ "배합은 옛말"…독점 소재·전달기술로 판바꾼다

국정근 기자 2026. 3.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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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작=구글제미나이
해외 성분을 수입해 단순 배합하던 시대는 끝났다. 전달 기술 고도화와 독자적인 추출 공법으로 원료를 국산화한 기업들이 K-뷰티의 새 기준을 만들고 있다. 누가 더 앞선 기술을 쥐고 있느냐가 곧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시대다.
대봉엘에스, 피부 전달 기술로 '메디컬 뷰티 기업' 도약

화장품 소재 기업 대봉엘에스는 피부 효능 전달 기술 고도화와 친환경 소재 수출을 앞세워 메디컬 뷰티 기업으로 진화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21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 클럽'에 진입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3.6% 증가한 120억원을 달성했다.

성장의 핵심은 피부 약물 전달 시스템(DDS)의 혁신이다. DDS는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하는 체내 표적 부위에 필요한 양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대봉엘에스는 지난해 대한화장품학회에서 유효 성분을 피부 깊숙이 침투시키는 차세대 스킨케어 신소재 4종을 공개했다.

보톡스 유사 펩타이드의 낮은 투과성을 고분자 나노마이셀 기술로 극복한 'AHP-8 나노마이셀(TNM)'과 해양 미세조류 기반 장벽 재생 원료인 '유글레나 리포좀'이 대표적이다. 에스테틱·시술 기반 스킨케어 수요에 맞춰 선보인 의료기기형 크림 'Algi Bio Cell Cream MD'는 병원·약국·올리브영 등 기능성화장품(더마 코스메틱) 채널에서 반복 발주로 이어지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확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바스프·루브리졸 등 글로벌 대형 화학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연근 업사이클 추출물·유자 유래 리포좀 등 친환경·비건 소재를 독일·포르투갈·동남아 등에 수출하며 거래처를 다변화했다.
현대바이오랜드, 식물성 PDRN으로 '원료 주권' 확보

원료 국산화가 기업 가치로 직결되는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국내 화장품 원료 1위 기업 현대바이오랜드다.

최근 현대바이오랜드 충북 오송 공장에서는 장미 DNA 용액에 에탄올을 부어 유효성분을 응집시키는 식물성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정제 연구가 한창이다. PDRN은 DNA를 잘게 분해한 성분으로 피부 재생·탄력 개선·저속노화에 효과적이다. 연어 주사로 불리며 주목받아 온 PDRN은 그간 연어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동물성 원료가 주류였다.

다만 현대바이오랜드는 비건 트렌드에 맞춰 장미·동백꽃·호랑이풀·쌀·녹차·영지버섯·인삼 등 다양한 식물 자원에서 PDRN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식물성 PDRN의 강점은 원료 고유 특성에서 비롯한 부가 효능이다. 쌀눈 유래 PDRN은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고 콜라겐 합성을 유도한다. 장미 추출 성분은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을 함유해 주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는 2023년 신소재파트를 신설하고 이듬해 장미 추출 PDRN 특허를 취득했으며, 관련 제품군을 20여 개로 확대했다. 30년간 축적한 3000여 종 이상의 원료 빅데이터 덕분이었다. 현재 식물성 PDRN은 국내 화장품 업체는 물론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고가 크림의 핵심 원료로도 공급하고 있다.

사업 구조도 재편했다. 2020년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이후 제주공장(2022년)과 중국 해문법인(2025년)을 잇달아 매각해 고정비를 줄이고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대형 화장품사에 집중됐던 매출 구조도 바꿔, 글로벌 숏폼 트렌드를 타고 성장 중인 아누아·스킨푸드 등 인디 브랜드로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2024년 매출 1195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5% 수준인 PDRN 비중을 5년 내 20%까지 끌어올려 2030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으로 소재 공급사의 한계를 넘은 기업들이 K-뷰티 밸류체인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누가 더 빨리 대체 불가능한 소재를 확보하느냐가 다음 판을 가를 변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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