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왕’ 박왕열 9년 만에 송환…李대통령 "국민 해치는 자, 지구 끝까지 추적"
靑 "해외 숨은 범죄자도 반드시 대가 정부 의지"
정부, 마약 조직 실체 규명·범죄 수익 환수 방침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닉네임 전세계)이 25일 새벽 국내로 압송됐다.
송환이 약 9년 만에 성사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정상회담에서 인도를 공식 요청한 이후 약 3주 만에 이뤄진 조치다.
박왕열을 태운 아시아나 OZ708편은 필리핀 클라크필드를 출발해 이날 오전 6시 34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경찰과 법무부 인력 수십명이 배치돼 신병 확보에 나섰고, 도착 직후 곧바로 호송차로 옮겨져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이동했다.
이번 송환은 한국과 필리핀 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임시 인도 절차를 적용한 사례다. 필리핀 내 재판이나 형 집행을 중단한 뒤 한국에서 형사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 바콜로시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국내에서 150억 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인 뒤 필리핀으로 도피한 피해자들을 살해하고, 카지노 투자금 7억 2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후 현지에서 두 차례 탈옥을 시도한 끝에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교도소 내에서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국내에 마약을 대규모 유통하다 적발되는 등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는 이를 방치할 경우 사법 신뢰 훼손과 유사 범죄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송환을 추진해왔다.
청와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한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임시 인도를 요청하면서 송환 조치가 급물살을 탔다.
강유정 대변인은 "정부는 오늘 새벽 필리핀에 수감 중인 마약왕 '전세계'를 국내로 송환했다"며 "해외에 숨어있는 범죄자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차례의 외교·사법적인 노력에도 9년 넘게 난항을 겪어왔으나, 초국가범죄 근절을 위한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외교적인 노력이 더해져 결실을 보게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오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대한국민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는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와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박왕열의 신병을 넘겨받는 즉시 사법처리 절차에 즉시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별도 보도자료에서 "수사 기관으로 즉시 인계해 철저한 수사로 엄정히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박왕열이 몸담은 마약 유통 조직 실체를 규명하고, 취득한 범죄 수익도 철저히 추적·환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