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나무 베어 번 돈, 이제 돌려줘야죠”…미술관 꿈꾸는 목재회사
호안미로·이성자·김병종…
작품 300여점 소장 컬렉터
日 작은 미술관에서 영감
향토색 짙은 공간 만들것

이 회장은 “처음부터 작품성을 따져가며 매입한 건 아니었다”면서 “후배가 작품 활동을 한다기에 몇 점 사들인 게 시작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우연히’ 들인 작품 가운데는 생명을 소재로 한 김병종 화백의 대표작도 있다. 붉은색 꽃이 강렬한 ‘화홍산수’나 캔버스 한가득 노란 송홧가루가 인상적인 ‘송화분분’ 등이다. 그는 “하나둘 모으다 보니 작품을 보는 눈이 생겼고 욕심도 생겼다”며 “사업하다 보니 미술품 경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낙찰받는 요령은 남들보다 좋은 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취미로 하나둘 모으던 그림이 점점 늘어나자 2021년에는 아예 인천 남동공단 영림목재 본사에 ‘영림 생명갤러리’라는 미술관도 만들었다. 전시장 건너편 건물 3층 양옆을 터서 330㎡(100평) 규모 갤러리를 만든 것. 이 회장은 “작품들이 다 규모가 있다 보니 출입문을 뜯어내 전시장으로 들여왔다”면서 “방송 소품으로 빌려달라는 요청이 와도 문을 뜯어야 해서 손사래를 치며 거절한다”고 말했다. 갤러리에는 재불작가였던 고 이성자 화백이나 스페인 거장 호안 미로의 작품까지 소장돼 있다. 갤러리를 만들면서 김병종 화백의 ‘풍죽’도 새로 들였다. 힘차게 흩날리는 푸른 댓잎이 가로 11m의 캔버스에 그려져 있어 이 회장이 가장 아끼는 그림이다.

단순한 수집을 넘어 지역에 남길 만한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일본에서 접한 지역 미술관들로부터 더욱 구체화됐다. 이 회장은 “사업차 도쿄를 오가며 보게 된 작은 지역 미술관들이 한없이 부러웠다”고 회고했다. 일본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지역 기반 미술관의 탄탄한 역할을 접했고 “왜 한국에서는 향토 미술관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까”라는 아쉬움이 커졌다고 한다.
목재회사의 특징을 살려 목각 기념품을 테마로 기념품숍을 꿈꾸는 등 이 회장에게는 벌써부터 미술관 아이디어가 넘친다. 그는 입장권에 차 한잔이 포함된 ‘아타미 야마구치 미술관’과 하코네 호수 앞에서 후지산을 조망할 수 있는 ‘나루카와 미술관’ 등을 닮고 싶은 미술관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작은 미술관의 매력에 빠져 홀린듯 5년간 미술관을 찾아다녔다”며 “지역 특색을 살린 구성과 기념품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미술관을 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또 하나의 이색 타이틀도 갖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RCHC)’에 3대가 함께 이름을 올린 전국 첫 사례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의 RCHC 회원 21명 중 4명이 이 회장 일가다. 평소 문화예술과 지역사회에 대한 나눔을 강조해온 그의 철학이 가족에게까지 이어진 셈이다. “한평생 나무를 베어 돈을 벌었으니 다시 심고 돌려줘야 한다는 부채 의식이 늘 있었습니다. 나무를 심는 일은 한 세대에서 끝낼 수 없고 다음 세대와 함께 이어가야 할 일입니다. 기부와 미술관 건립도 나무를 심듯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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