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섬' 장도 공짜 관람 티켓 [전라도의 숨은 명산 여수 고락산~망마산]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대장 2026. 3. 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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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지맥의 줄기와 가막만이 보이는 고락산 정상.  

전남 여수시는 삼면이 바다여서 밑반찬처럼 바다 풍경을 깔고 산다. 여수 시내 주변의 산들은 대부분 300~400m급으로 높지 않고, 도시와 바짝 붙어 있어서 이웃 마실 가듯 산에 오를 수 있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구봉산(386m)도 정상 근처까지 주차장이 있어서 30분 정도면 정상을 밟을 정도다. 반면에 해안선을 따라가는 짱짱한 구간들도 즐비하다. 미평봉화산림욕장에서 출발해서 봉화산(467m)·부암산(368m)·신덕마을로 가는 11km 코스는 한려해상을 두루 조망한다. 준족들이 즐겨 찾는 여수 5산 종주 코스는 호암산(280m)·마래산(385m)·종고산(200m)·장군산(325m)·구봉산(386m)까지 약 14km로, 5시간 이상 소요된다. 여수지맥에 있는 무선산(217m)~안심산(348m) 9km 코스는 가막만의 섬들을 앞마당처럼 볼 수 있다.

여수MBC에서 출발하면 정상까지 완만하게 오른다.

토박이들만 잘 아는 등산코스가 새롭게 뜨고 있다. 고락산(337m)~망마산(142m) 구간은 '예술의 섬' 장도를 공짜로 관람할 수 있는 약 8.3km 코스다. 장도는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만들던 선소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했던 섬이다. 그래서 '막을 장障'을 쓴다. '진섬'이라고도 불렀던 이곳은 1930년부터 사람들이 살았지만, GS칼텍스가 지역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섬 전체를 매입, 2019년에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켰다. 장도로 들어가는 355m의 진섬다리는 하루 두 번, 물때에 따라 노둣길처럼 바닷물에 잠긴다. 장도는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섬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섬을 천천히 걷기만 해도 미술작품과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섬 둘레는 1.85km로 약 40분 소요되며 입장료는 없다.

생태터널로 연결된 고락산과 망마산

예전에는 고락산과 망마산이 하나의 산줄기였다. 그런데 1980년대에 도로가 뚫리며 웅천고갯길은 흉물로 방치되다가 2009년에 생태터널로 복원되었고 자연스레 등산로가 되살아났다. 고락산 일대는 고락산성을 비롯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던 선소·세검정·군기고 등이 있는 유적지다. 또한 '여수의 강남'으로 불리는 신도시 웅천동을 감싸고 있다. 웅천동은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으나 휴양과 해양레저시설이 복합된 신도시로 변모했다. 요트와 레저선박이 계류하는 마리나, 고급 주택단지와 초고층 아파트, 공원과 문화시설이 집약된 '동양의 시드니'를 표방하고 있다.

장도 옆에 있는 웅천해수욕장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실로소비치, 일본 후쿠오카의 오다이바 같은 인공해변으로, 바닷가를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웅천熊川이라는 지명은 이순신 장군이 어머니를 모신 기거지이던 '곰내' 혹은 '고음천'에서 유래했다. 예전에는 곰챙이(곰땡이)로 불렀다 한다. 바닷가와 접해 있지만 땅이 넓고 내륙 깊숙이 있어서 태풍의 피해가 적은 대신에 일조량이 좋아 농작물이 잘 자랐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억척스럽지 않고 곰같이 게으르다며, 시샘 반 놀림 반 의미로 불렀다고 한다.

정상 근처 고락산성 성벽.

고락산은 정상 오르는 경사면만 제외하면 나머지 구간은 산책길이나 다름없기에 초심자들도 부담이 없다. 산허리를 한 바퀴 도는 6.7km 둘레길도 인기다. 산림욕장 같은 울창한 숲길엔 음수대와 체육시설이 곳곳에 있어 건강 코스로도 좋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매우 다양하다. 고락산 동쪽에 있는 반석교회·신세계허브빌 아파트에서 오르면 상당히 가파르지만 백제시대 산성인 고락산성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락산성은 테뫼식 산성(산 정상부를 마치 테를 두른 것처럼 둘러쌓은 형태)으로, 산 중턱 220m 지점에 있는 본성은 총 둘레 350m 규모로 산성의 형태가 비교적 온전하다. 건너편으로 호암산과 호랑산이 또렷이 보일 정도로 관측하기 좋은 위치다. 정상 쪽에 있는 산성은 보루 역할을 했던 부속성이다.

문수동성당 뒤쪽에 있는 MBC 여수방송국에서 출발하면 정상까지는 1.42km, 완만한 오르막이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지만 길이 여러 갈래여서 방향을 잘 살펴야 한다. 정상처럼 보이는 고락산성의 보루는 커다란 봉수대 터 같은 느낌이 든다. 백제시대 토기와 기와 조각이 많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잡목으로 인해 시야가 막혀 있지만 스치듯 나무 사이로 보이는 구봉산에는 여수 사람들만 아는 일출 명소인 한산사가 있고, 근사한 조망 맛집으로 소문난 장군산 등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파노라마 풍경이 펼쳐진다.

고락산 정상. 2층 팔각정 아래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다.

고락산 정상은 통신탑과 함께 서쪽으로 100m 지점에 있다. 2층 팔각정이 있고, 그 아래에 삼각점과 조그마한 정상석이 있다. 남쪽 바다가 시원하게 열려 있어 조망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여수 시내를 비롯해 여수지맥의 등뼈를 이루는 비봉산, 안심산, 백야도 백호산까지 보인다. 음수대에서부터 생태터널까지는 평길과 같은 내리막이다. 간혹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깨끗하고 활기가 느껴진다. 생태터널에서 망마산 정상까지는 0.7km 거리다.

망마산과 장도 잇는 문화예술 벨트

망마산은 이순신 장군이 말을 타고 해안의 망을 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591년 2월, 전라좌수사에 임명되어 전라좌수영의 본영인 여수에 부임했다. 그는 병력과 전선을 점검하고 성곽과 봉수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망마산 아래에는 거북선을 제작하고 수리했다는 선소船所가 있다. 망마산 정상에서는 가막만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수군들이 훈련하는 모습과 주변의 섬들을 살폈으리라 짐작해 본다. 커다란 팽나무 사이에 삼각점이 있다. 팔각정에 올라서면 상전벽해의 풍광에 놀란다. 웅천지구는 홍콩의 해안가처럼 빌딩 숲들이 쭉쭉 올라가고 있다.

정상 근처 고락산성. 망루와 같은 역할을 했다.

망마산에 있는 예울마루와 장도는 하나의 공간이나 다름없다. '예술이 머무는 언덕'이라는 뜻의 예울마루는 세계적인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복합예술공간으로, GS칼텍스가 2012년 5월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 개최에 맞추어 개관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최고 수준의 대극장과 전시관이 있다. 152m의 기다란 유리지붕이 인상적이다. 'Glass River'라는 이름처럼 망마산 계곡과 바다의 흐름을 형상화했다. 예울마루에 있는 거대한 조각과 설치미술들을 따라가다 보면 발걸음은 어느새 장도 진섬다리를 건너고 있다.

망마산 정상에서 예울마루로 하산하는 길, 멀리 장도가 보인다.
예술의 비단길은 예울마루에서 장도까지 이어진다.

산행길잡이

여수MBC-고락산성-고락산 정상-음수대-생태터널-망마산 정상-주차장-예울마루-진섬다리-장도(8.3km, 4시간)

문수동성당 뒤쪽 언덕에 있는 여수 MBC에는 대형버스 정차가 가능하다. 주차장 안쪽에 있는 파고라에서 문수피오레아파트를 끼고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고락산성까지는 1.4km로, 30분이면 충분하다. 통신안테나가 있는 고락산성 뒤쪽 100m 지점에 정상이 있다.

망마산을 목표로 한다면 두 군데 갈림길에서 주의해야 한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부영9차, 음수대 0.4km'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음수대에서는 '롯데첨단소재 아파트'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망마산 정상에서는 피아노 건반 같은 나무계단을 따라가다가 주차장에서 오른쪽 200m 지점에 있는 예울마루 건물을 통과하면 장도 진섬다리로 길이 이어진다.

교통

서울 용산역에서 여수엑스포역까지 KTX는 하루 15회(05:08, 07:10, 07:43, 08:40, 09:53, 10:53, 12:18, 12:45, 14:10, 14:38, 16:43, 17:44, 18:48, 20:09, 21:48) 운행한다. 요금은 일반실 4만7,200원, 3시간 7분 소요된다. 여수엑스포역 정류장에서 문수동성당(여수해양경찰서 하차)까지는 109번, 111번, 111-1번 버스가 운행한다. 요금은 1,600원, 약 22분 소요된다. 여수엑스포역에서 택시 이용 시 요금은 약 6,600원이다.

고속버스는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여수종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13회(06:20, 07:50, 09:10, 10:30, 11:50, 13:10, 14:20, 15:30, 16:20, 18:10, 19:00, 20:20, 23:00) 운행한다. 요금은 우등 3만6,400원, 4시간 15분 소요된다. 여수종합버스터미널에서 문수동성당(여수해양경찰서 하차)까지는 333번, 115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약 8분 거리로, 요금은 1,600원이다.

맛집(지역번호 061)

4년 연속 1,000만 명이 다녀간 관광도시 여수는 먹거리도 다양하고 맛집도 많다.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은 갓김치와 간장게장이다. 돌산대교 아래 봉산동에 맛집들이 밀집해 있다. 전라남도가 2년마다 지정하는 '남도음식명가'에 지정된 곳 중 여수에 있는 7곳은 광장미가(662-2929, 서대회), 경도회관(920-8888, 갯장어) 여천점, 꽃돌게장 1번가(644-0003, 꽃게탕), 대성식당(663-0745, 삼치회), 풍산식당(662-8697, 아귀찜), 오죽헌(685-1700, 한정식), 한일관(654-0091, 한정식)이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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