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용자 안 되도록 유의” 공공기관 ‘노조법 회피’ 내부문서

강한님 기자 2026. 3. 2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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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광양항만공사 각 부서에 “각별한 유의” 당부 … 마사회 연구용역 “하청노조 쟁의행위시 채증하라”
▲ 마사회가 박해철 의원실에 최초 제출안 연구용역보고서(왼쪽)와 다시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오른쪽) <박해철 의원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관련 공공기관 사용자들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내용의 내부 문서가 확인되는가 하면, 연구용역 결과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쟁의를 적극적으로 채증하라는 권고를 받은 기관도 있었다.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움직임이 연이어 감지된다.

'직접적 소통, 지휘·감독 지양 등 관여 최소화'
사용자 인정 가능성 높은 계약 선별해 노무자문

24일 <매일노동뉴스>가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받은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노란봉투법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면, 공사 경영지원부는 각 부서에 "우리 공사가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뿌렸다.

원청의 역할을 최소화하라는 지시다. 공사 경영지원부는 "도급·위임·하청 등 계약시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소통 및 지휘·감독 지양 등 관여 최소화, 원·하청 간 역할 구분 명확화 및 장소적 분리(혼재근무 지양)"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는 예시로 들었다. 공문은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지 이틀째인 지난 12일에 발송됐다. 재난안전실장·상생소통부장·지획조정실장·ESG경영실장·감사실장 등이 이 공문을 받았다.

공사는 노무자문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계약 리스트를 선별한 뒤, 계약서와 과업지시서상 실질적 지배력 지표를 검토·조치하려는 목적이다. 노조법상 사용자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 공사 경영지원부는 공문에서 "도급·위임·하청 등 계약에 대한 자문을 희망하는 부서에서는 계약서 및 과업지시서 등을 17일까지 우리 부(경영지원부)로 회신해달라"며 "공사 사업장 내 상주하며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계약 등이 자문 대상이고, 건설공사는 사업 구조상 발주자가 계약 외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안내했다.

노조법상 사용자가 되는 걸 우려하는 공공기관들이 잇달아 나오는 형국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자회사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작업방식·근무일지 등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자회사 과업지시서(시방서)를 대폭 수정했다. 노조법 대응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긴 공공기관도 여럿이다. <본지 2026년 3월16일자 2면 "[단독] '원청 사용자성 지우기' 한수원, 자회사 과업지시서 '싹 갈았다'", 본지 2026년 3월17일자 2면 "[단독] 공공기관 '원청 사용자성' 잇단 연구용역, '교섭-꼼수' 갈림길" 기사 참조>

"손배책임 제한에 쟁의강도 높아질 것, 촬영·녹취 필요"
한국마사회, 연구용역 내용 가리고 국회에 자료 제출

연구용역의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한국마사회는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쟁의를 "적극적으로 채증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받아든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박해철 의원에게 받은 '자회사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 문서에 따르면, 연구용역 수행자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는 "개정 노조법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노조 및 근로자의 손배책임을 제한하고 있어, 쟁의행위의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장 촬영·녹화·CCTV 영상 확보·대화자 녹취 등을 바탕으로 노조와 근로자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지어는 채증 담당자를 지정하라고까지 권고했다. 대륙아주는 "단체교섭·노동쟁의·쟁의행위 등 단계별로 상황 발생시 보고체계 및 보고 라인을 구축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법적 분쟁 및 법적 대응에 대비해 촬영·녹취 담당자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자회사에서 쟁의행위가 이뤄지는 경우, 귀회(한국마사회)가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어려우니 자회사 노사관계 담당자와도 긴밀히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법적 대응을 적극 시도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마사회는 채증 권고를 포함, 한국마사회가 "자회사 근로자에 대해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용역 기관이 판단한 내용을 가린 채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을 고려했다는 이유를 댔다. 박 의원은 "국회가 어렵게 입법한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형해화시킬 수 있는 공공기관들의 행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전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해 개정 사용자성을 회피하는 행태를 파악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한국마사회는 하청노동자와의 교섭 요구가 있다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법이 모호해서 불필요한 갈등이 유발될 수 있어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자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교섭요구가 온다면 노동부 지침이나 매뉴얼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사회 관계자는 "한국마사회시설관리노조에서 교섭요구가 있을 경우 노동부에서 제시한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과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에 근거해 성실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옥 <여수광양항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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