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뛰면 이긴다? 정말 그럴까

김세훈 기자 2026. 3. 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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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상대보다 많이 뛴 팀의 승무패. BBC

축구 경기에서 더 많이 뛰는 팀이 실제로 승리 확률이 높은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팀별 활동량 데이터가 화제가 되면서 ‘더 많이 뛰는 것이 경기력과 직결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됐다.

24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2025-2026시즌 EPL에서는 지금까지 309경기가 치러졌다. 이 가운데 더 많은 거리를 뛴 팀이 승리한 경기는 전체의 48%였다. 반대로 더 적게 뛴 팀이 승리한 경기는 78경기(약 25%), 나머지 84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최근 논쟁의 계기는 첼시의 기록이었다. 첼시는 이번 시즌 EPL 모든 경기에서 상대보다 덜 뛰었지만 승률은 42%로 리그 평균보다 약 17%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활동량이 적다고 해서 반드시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활동량 순위와 리그 순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 EPL에서 활동량이 가장 적은 팀 가운데 하나인 리버풀과 애스턴 빌라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경기당 이동 거리가 두 번째로 많은 리즈 유나이티드는 강등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버풀 역시 지난 시즌 활동량 순위 16위였지만 리그에서 우승했다.

전문가들은 활동량 데이터가 경기 내용을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활동량보다 중요한 요소는 팀의 전술과 선수 구성의 적합성이라는 것이다.

실제 사례로는 노팅엄 포리스트와 토트넘 경기에서 나타났다. 노팅엄은 토트넘보다 약 5㎞ 덜 뛰었지만 경기에서는 3-0 완승을 거뒀다. 노팅엄은 수비 조직을 유지하다가 빠른 역습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경기 운영을 했고, 이 과정에서 모건 깁스화이트와 타이워 아워니이 같은 공격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애스턴 빌라도 비슷한 사례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이끄는 빌라는 상대보다 덜 뛰고도 승리한 비율이 52%로 EPL에서 가장 높다. 에메리는 촘촘한 수비 블록을 유지한 뒤 역습으로 공간을 공략하는 전술을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올리 왓킨스와 모건 로저스 같은 빠른 공격수들이 큰 공간을 활용하도록 만든다.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주요구단의 뛴 거리 대비 순위. BBC

일부 팀은 의도적으로 활동량을 줄이기도 한다. 지난해 첼시 감독이었던 엔초 마레스카는 “우리는 전환 속도가 빠른 경기에 강한 팀이 아니다”라며 경기 템포를 늦추고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사례도 비슷하다. 이번 시즌 시티는 EPL 경기당 평균 이동 거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많이 뛰는 것은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좋은 축구를 하면 오히려 덜 뛰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주도권을 잡고 공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선수들의 활동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위르겐 클롭 감독은 과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강한 전방 압박을 강조하며 활동량을 중요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상대보다 더 많이 뛰었다는 기록을 보면 기쁘다. 그것이 팀의 노력과 경쟁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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