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남아 있는 성차별…여성 팬 “여전히 환영받지 못한다”

축구 경기장에서 여성 팬을 향한 성차별 문제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반차별 단체 킥 잇 아웃(Kick It Out)에 따르면 이번 시즌 개막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축구 경기장에서 보고된 성차별 사건은 13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시즌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영국 BBC가 25일 보도했다.
72세 리버풀 팬 안젤라는 수십 년 동안 축구장을 찾았지만 지금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관람 자격을 의심받는다. 그는 경기장에서 “축구를 뭘 안다고 떠드느냐”, “집에 가서 남편 차나 준비하라”는 식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험 때문에 일부 여성 팬들은 남자 축구 경기 관람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팬은 BBC에 “딸을 남자 축구 경기장에 데려가고 싶지 않다”며 “성차별적인 환경 속에 아이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성차별 문제는 경기장 안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2008~2010년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에서 공인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조이 히친은 촬영 현장에서 반복적인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를 촬영할 때 ‘축구가 뭔지나 아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마스코트가 뒤에서 다가와 신체 접촉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히친은 이러한 사건을 구단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여성 팬들은 경기장 화장실에서도 불편한 경험을 겪는다고 증언했다. 한 팬은 “여성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남성이 있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남성이 있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여성 팬을 향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더비 카운티 팬이자 성차별 반대 캠페인 ‘허 게임 투(Her Game Too)’ 자원 활동가인 심란 앳월은 SNS에 올린 사진이 다른 계정으로 퍼지면서 성적 대상화 댓글이 달린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에서는 이런 일이 매우 흔하다”며 “성차별적 댓글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 팬을 거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진을 조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여성 팬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누디피케이션(nudification)’ 방식으로 조작돼 인터넷에 퍼지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다.
전문가들은 축구장 내 성차별이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 경찰의 콜렛 로즈 수석 경찰관은 “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은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스포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축구 경기장에서 보고된 여성 대상 폭력 사건은 2023~2024시즌 18건에서 지난 시즌 28건으로 증가했다. 다만 로즈 수석 경찰관은 신고 건수 증가가 반드시 상황 악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이 이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신고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심리학자 미시아 저비스 박사는 축구 문화의 전통적인 남성 중심 구조가 문제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남성 팬들은 여성이 남자 축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여전히 생각한다”며 “남성들이 문제 해결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비스 박사는 반복적인 성차별 경험이 ‘마이크로어그레션(미세 공격)’으로 축적될 경우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계에서도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잉글랜드 리그 구단 질링엄은 2023년 팬 카메라 영상을 활용해 여성 혐오 구호를 외친 관중을 경기장 출입 금지한 첫 사례가 됐다. 또한 영국축구협회(FA)는 4년짜리 평등·다양성·포용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온라인 폭력 대응을 위한 특별 조직도 출범했다. 경찰과 구단은 관중의 신고와 현장 대응을 통해 성차별 행위를 줄이는 데 협력하고 있다.
영국 더럼대 스테이시 포프 교수는 “다른 사회 공간에서는 용납되지 않을 행동이 축구장에서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다”며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20년 뒤에 여성 팬들이 ‘예전에는 축구장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가장 바라는 미래”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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