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범 사용자’커녕 노란봉투법 ‘꼼수’ 찾은 공공기관들

한겨레 2026. 3. 2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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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상생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하며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2주가 지났다.

하청 노동자에게 '진짜 사장'과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려는 법 취지가 무색하게도, 공공기관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공기관 9곳의 노란봉투법 대응 계획을 보면, 하청과의 교섭 책임을 피하기 위한 '사용자성 지우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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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오후 간접고용·하청·플랫폼 노동자 등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실질적인 사용자인 ‘진짜 사장’ 원청과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사정 상생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하며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2주가 지났다. 하청 노동자에게 ‘진짜 사장’과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려는 법 취지가 무색하게도, 공공기관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의 ‘모범 사용자’ 역할을 강조해온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공 부문의 실천을 강제해야 할 것이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공기관 9곳의 노란봉투법 대응 계획을 보면, 하청과의 교섭 책임을 피하기 위한 ‘사용자성 지우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업무 지시 방식, 관리·감독 범위 등에 대한 관리 강화”를 통해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도 계약서 문구에서 ‘실질절 지배력 인정 요소’를 수정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사용자성에 대한 1차적 판단 근거가 되는 계약서에서 ‘지시’로 읽힐 대목을 고쳐 법적 책임을 피해 가려는 꼼수다.

공공기관이 ‘갈라치기’를 통해 노조의 교섭력 약화를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는 “특정 자회사와 먼저 부분 합의를 도출해 통합된 노조의 단결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컨설팅 회사의 ‘제언’을 받았다. 한국공항공사 대응 문건에는 “위탁업무별로 (하청 노조의) 이해관계가 상이해… 차별화된 대응 및 교섭 전략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노란봉투법 회피 전략을 세우기 위해 컨설팅, 자문 등에 쓴 예산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2억2천만원에 달한다.

공공기관은 수많은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이며, 공공 부문의 초기 대응은 민간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청과의 교섭에 나선 공공기관은 부산교통공사 한곳이다. 한화오션·씨제이(CJ)대한통운 등 잇따라 교섭 의사를 밝힌 민간 기업만도 못하다. 정부가 민간에 법과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할 명분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태다.

정부는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해 노란봉투법 취지를 현장에 구현해야 할 주체다. 공공기관의 자발적 교섭을 기다리지 말고, 정부 정책 기조에 따르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울러 법 취지를 훼손하는 ‘꼼수 대응’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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