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인정받았는데...밀리는 이유, '기술' 아니라 '구조'[사이버 리포트⑤]

이인애 기자 2026. 3.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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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된 구조, '턴키' 방식 전환 필요...'하나의 플랫폼'으로 작동해야


국내 보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시장 경쟁에서는 외산 솔루션에 밀리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을 기술이 아닌 '구조적 한계'에서 찾는다.

◆해외서도 인정 받는
K-보안, '플랫폼 부재' 한계

실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뚜렷하다. 빅데이터·AI 보안 기업 S2W는 자사의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CTI) 플랫폼 '퀘이사'를 대만 IT 기업 에이수스에 공급하며 글로벌 제조 환경 보안 시장에 진입했다. 일본에서는 정부기관과의 재계약을 통해 기존 대비 3.5배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기술력과 신뢰성을 함께 입증했다.

데이터 보안 기업 파수는 미국 현지 AI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신규 법인을 출범시키며 북미 AI·보안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보안 기술에 현지 AI 컨설팅 역량을 결합해 'AI 전환(AX)' 시장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니언스 역시 싱가포르 글로벌 제조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36개국 63개 파트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중동·인도 등 주요 거점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산업 전체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핵심은 '플랫폼 부재'다.

글로벌 보안 기업들은 처음부터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제공한다. 팔로알토네트웍스와 포티넷 등은 네트워크, 클라우드, 엔드포인트 보안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단일 콘솔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별도의 연동 없이 열쇠만 돌리면 가동 가능한 상태로 제공하는 '턴키' 방식으로 도입이 가능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개별 솔루션을 따로 파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로 연결된 구조로 설계해 고객이 '묶음'으로 쓰게 만든다는 점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방화벽, 인증, 관제 등 기능별로 나뉜 개별 솔루션 중심 구조가 여전히 강하다. 동일한 수준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업의 제품을 조합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연동 작업과 비용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은 한 회사가 10가지 기능을 통합 제공한다면, 국내는 두세 개 기업이 협력해야 같은 구성이 나온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업체를 조율하기보다 한 번에 도입 가능한 통합 솔루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K-시큐리티 얼라이언스'로 연합 시동...이해관계 등 현실 장벽 높아

이같은 구조는 외산 솔루션 선호로 이어진다. 초기 도입 비용이 높더라도, 통합 관리에 따른 운영 효율성과 유지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에서도 변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 간 API 공개와 기술 연동을 통해 여러 솔루션을 하나의 제품처럼 제공하는 '연합형 플랫폼'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를 중심으로 한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협회는 'K-시큐리티 얼라이언스'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통합된 형태의 보안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턴키 방식의 제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수 KISIA 협회장은 "턴키 방식으로 제안하려고 하면 업체들끼리 협의를 해야 하는데 글로벌 진출할 때도 동일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K-시큐리티얼라이언스를 저희가 잘 구성을 해서 통합된 모델로 제안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 간 이해관계 조정과 기술 표준화, 수익 배분 구조 등 협업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결합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처럼 작동하는 완성도 높은 통합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국내 보안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구조에서 갈리고 있다. 이미 입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편화된 산업 구조를 넘어 '플랫폼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인애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