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텍터-밀라 요보비치 앞세운 원톱 액션 영화[시네프리뷰]

2026. 3.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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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 요보비치는 여전히 액션 영화의 끝판왕, 아니 끝판 여제였다. 그러나 내러티브는 엉성하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가끔 화면 가득 줄어드는 숫자를 보여주지만 타임어택은 큰 의미가 없다.

/아센디오

제목: 프로텍터(Protector)

제작연도: 2025

제작국: 한국, 미국

상영시간: 93분

장르: 액션

감독: 애드리언 그런버그

출연: 밀라 요보비치, 매튜 모딘, 이사벨 마이어스 외

개봉: 3월 2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제작: 아낙시온 스튜디오, 블러썸 스튜디오

배급: 아센디오

“밀라 요보비치 팬입니다. 무대인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옆자리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영화홍보사의 ‘성의 없음’에 대한 살짝 힐난 조의 이야기다. 그제야 스크린에 비추던 시사회 안내 사진에 총을 겨누고 있는 밀라 요보비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외국 영화를 개봉하면서 주연을 맡은 배우나 감독을 시사회 자리에 데려오는 경우가 있었던가.

그런데 영화 시작에 앞서 마이크를 든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인이 각본을 썼고, 한국팀이 만든 할리우드 영화라는 거다. 그제야 옆자리 남성의 투덜거림이 조금은 이해됐다. 영화 사이트에도 이 영화의 제작국으로 한국과 미국이 병기돼 있다.

한국 제작진이 만든 할리우드 영화

영화 제목도 조금은 성의 없어 보이지만 시놉시스도 전형적인 B급 영화 분위기였다. 전직 미국 특수부대 요원이었던 엄마가 불법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딸을 구출하는 이야기. 이런 미성년자 납치 사건에는 통상적으로 ‘72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 안에 구출해내지 못하면 사실상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밀라 요보비치가 맡은 엄마 니키는 72시간 타이머가 장착된 시계를 차고 있다. 흔한 B급 영화와 다른 점은 주연배우다. 뤼크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1997)로 부터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연기의 정점을 찍은 대형 배우. 영화에서 니키의 나이가 나오는데 실제 밀라 요보비치와 같은 1975년생이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와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화려한 액션 연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여전히 그는 액션 영화의 끝판왕, 아니 끝판 여제였다. 어딘가 모르게 <존 윅> 시리즈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리즈의 액션 장면을 설계한 87노스프러덕션이 무술팀을 맡았다. 칭찬은 여기까지.

얼마 전에 리뷰한 <노머시: 90분>과 같은 영화에서 제한 시간 내에 임무를 완성해야 하는 타임어택(time attack) 이야기는 관객들을 동참시켜 긴장감을 높인다.

그런데 영화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30시간을 통으로 날리고 40여시간에서 시작한다.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차 키를 악당의 눈에 꽂아 죽이는 등 전지전능한 괴력을 발휘하는 니키는 ‘인간도살장’에 묶여 거꾸로 매달린 상황에서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악당을 죽이고 탈출한다. 악당들은 멍청하게도 자신들이 납치한 그의 딸 클로이를 뺏긴다. 그런데 다시 사라진 클로이. 니키는 경찰을 믿지 않기 때문에 홀로 해결에 나선다. 인신매매 사업엔 부패한 경찰의 상층부도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살인 기계’의 무차별 ‘학살’을 멈추기 위해 과거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대령이 나서 만류하지만 듣지 않는다. 오직 딸을 구해내려는 일념이다.

구멍 숭숭 뚫린 플롯, 해결책은

내러티브는 엉성하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악당들은 방심하다 당한다. 가끔 화면 가득 줄어드는 숫자를 보여주지만 타임어택은 큰 의미가 없다. 영화가 중반쯤 흘러갔을 때 결국 이 느슨함을 해결하는 ‘신의 기계장치(deus ex machina)’는 하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방향으로 달려간다.

영화 초반 72시간에서 40여시간으로 건너뛸 즈음, 이렇게 되면 이야기에 큰 구멍이 생기는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도 모르게 살짝 졸았던 건가 싶어 외국 리뷰를 찾아봤는데, 딱히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영화는 2025년도에 제작됐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편집본이 공개됐다. 그때는 밀라 요보비치도 내한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관객들과 만났다고 한다.

‘액션 연기 여제’ 밀라 요보비치의 삶
/유튜브 캡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밀라 요보보치(이하 밀라)는 1975년생이다. 아버지는 세르비아계 출신 소련인 의사로 정치적 이유로 1980년 미국에 망명했다. 밀라가 태어난 곳은 당시 우크라이나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SSR) 키예프로,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키이우다. 망명객이지만 밀라네 가족은 꽤 곤궁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청소일로 근근이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10대 때부터 스크린 데뷔해 활동했던 밀라가 유명세를 얻은 건 뤼크 베송 감독의 <제5원소>에서 고대의 무기이자 여전사인 릴루 역이었다. 이 영화와 <잔 다르크>(2000)에서 감독과 배우의 인연을 넘어 부부가 됐다. 1959년생인 뤼크 베송 감독과는 나이 차가 꽤 난다. 그때 뤼크 베송은 <제5원소>에서 ‘디바’ 역을 맡았던 배우 마이웬과 사이에서 딸을 가진 상태였다.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2년 만에 이혼하고, 2009년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감독한 폴 W. S. 앤더슨과 결혼해 딸 셋을 뒀다.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중 한 작품인 <블랙 위도우>(2021)에서 밀라의 첫째 딸인 에버 앤더슨은 나타샤 로마노프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는데, 엄마와 너무나 붕어빵 얼굴이라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밀라의 아버지는 그가 할리우드 영화계에 데뷔한 뒤에도 불법의료행위에 연루돼 감옥에 다녀온 전력이 있다. 밀라 자신은 이런 사생활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던 것 같다. 2002년 3월, 프랑스의 한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한 밀라를 두고 진행자가 짓궂게도 그 아버지에 대해 질문한다. 밀라는 화를 내며 탁자의 물잔을 내리치고 퇴장한다. 퇴장하는 밀라를 카메라가 뒤쫓는데 깔리는 배경음악은 TV 시리즈 <X파일>의 테마음악이었다. 해당 토크쇼의 유튜브 아카이브는 그 장면을 섬네일로 사용하고 있다(사진). 프랑스 TV 프로그램의 무례함도 만만치 않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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