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을 새기다]“희귀난치질환 1000개가 넘는데, 사회적 관심 부족”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유지현 회장<사진>은 최근 의학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현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유지현 회장은 지난 2월 23일 정기총회를 통해 새롭게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그에게 희귀난치질환연합회는 낯선 곳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합을 맞춰온 공간이었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5~6개의 희귀난치질환모임이 뜻을 모아 2001년 창립했는데 유 회장은 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에 소속돼 있으면서 연합회의 시작부터 함께 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교사 생활(1981~2001년)을 하다가 1998년에 다발성경화증(MS)이 발병했는데, 당시 신 환자의 경우 보험이 안 되면서 첫달에 3000만원, 두번째 달에 2000만원이 들면서 치료비가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움이 겪었다"며 "2001년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를 찾아갔는데 어떤 질환인지도 모른다고 해서 미국의 병원 자료를 요약해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당시 담당 공무원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조언을 해줬다. 이를 계기로 다벌성경화증협회를 환자들과 함께 만들었으며, 이를 포함한 5~6개 환자단체가 교류하면서 2001년 희귀난치질환연합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한 목소리로 질환을 알리면서 의료적 지원을 알린 결과, 최초 건강보험료가 50% 정도로 적용되다가 희귀난치성질환에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조금 덜어졌다는 것.
현재 희귀질환 지정은 1389개(2026년 3월 기준)까지 확대됐으며, 매년 희귀질환 신규 지정 심의를 통해 확대되고 있다. 희귀질환 지정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산정특례제도(본인부담금 10%), 질병관리청 의료비 지원 사업 등 국가지원 정책으로 연계돼 환자를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귀난치성질환'의 특수성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유지현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희귀·난치성질환은 국내에 총 100만명의 환자들이 앓고 있다고 추산되고 있어 그 수가 적지 않다. 연합회에 활동하는 환자단체도 89개가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환자가 포진해 있는 것"이라며 "인원수나 사회적인 어려움을 봤을 때도 암·중증질환과 동치에 놓고 정책이 이뤄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자는 해마다 늘어나면서 사회적 손실이 크고, 여건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의료비도 만성질환에 가깝다보니 합병증이 많은데 산정특례가 닿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장애를 동반한 희귀질환자들이 일반 장애에 의해서만 분류되면서 혜택에서 소외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정특례 항목이 바뀌거나 의약품이 산정특례에서 제외되는 등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는데 안정적 치료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희귀질환 관심 계속돼야…국립암센터같은 '희귀질환센터' 제언도
다만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의 희귀질환 개선책(12월 24일) 주문 이후, 정부에서 준비해 올해 초 발표한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1월 5일)'은 이러한 인식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정부안에서는 고액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산정특례 지원에서 본인부담율을 10%에서 단계적으로 최대 5%까지 완화하고,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도 소득·재산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며, 당장 1월부터는 샤르코-마리투스 질환 등 9개 질환(구리대사장애 관련 3개, 배체트병 관련 5개)에 대한 재등록 시 검사를 삭제하는 등 절차를 개선했다.
유지현 회장은 "희귀질환 발표가 환자들에게는 가장 큰 이슈로, 대통령이 국가책임제를 공표하고 정부가 이를 위한 세부사항을 낸 것은 희귀질환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물론 체감으로 닿을 때까지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동안 희귀질환을 단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뤄진 정책이 없었는데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정부정책에 따라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도 정부에 희귀질환자들의 실태를 알리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현황'을 지속적으로 제출하는 활동도 그 일환이다.
유 회장은 "희귀질환 치료제도 신속등재로 100일 안에 허가가 나오는데, 고가로 환자가 쓸 수 없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았다"며 "급여가 되더라도 급여 기준이 엄격하고 장벽이 높아 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치료제들이 있는데, 올해 1월 정부에 이에 해당되는 치료제 22개에 대한 현황을 전달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유지현 회장은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자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나 정책적 입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정책입안에서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창구가 있기를 바란다"며 "의료비 부담을 지속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바라며, 최종적으로는 국립암센터처럼 '희귀질환센터'를 통해 전문적 치료 여건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현재 질병청과 희귀질환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수출입은행·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으로 의료비지원사업을 함께하는 등 직접 지원활동을 비롯해 문화복지사업, 교육자활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