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대신·하나증권, 증시 호황에도 전산운영비 줄여

유은정 기자 2026. 3.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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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안정성 우려… 당국 “전산사고 페널티” 경고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국내 증권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일부 대형 증권사의 경우, 전산운용비를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반에 보안 강화와 시스템 안정성 확보를 위한 IT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가 분명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시스템 안정성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은정 기자 

25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전산운용비로 352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480억원) 대비 26.7% 감소한 수준이다.

전산운용비란 전산 체계를 구축하고 유지·운영하는 데 드는 IT 인프라 비용을 의미한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증권 거래부터 고객 정보 보호 등 사이버 보안 관리에 주로 투입된다.

대신증권도 전산운용비를 줄였다. 지난해 3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378억원)보다 35억원 감소했다. 하나증권 역시 314억원을 지출해 전년(315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부분의 증권사는 전산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증권사 전체 전산운용비 지출은 총 1조566억원으로, 전년(9797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증시 활황으로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0대 증권사 상당수가 관련 비용을 늘렸다. 키움증권은 2024년 1097억원에서 지난해 1194억원으로 증가하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1055억원에서 1174억원으로 확대했다. 미래에셋증권(897억원→983억원), KB증권(707억원→755억원), 신한투자증권(671억원→700억원), NH투자증권(377억원→383억원), 메리츠증권(130억원→186억원) 등도 전산운용비를 확대했다.

이처럼 업계 전반이 투자 확대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의 전산운용비 큰 폭 감소는 업계의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잇따른 전산 장애 사례와 맞물리며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2조3427억원, 순이익 2조13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전산 장애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5일 한국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일부 퇴직연금 계좌의 잔고와 수익률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해 고객 불편이 이어졌다. 거래량 급증으로 주문·결제 처리 과정이 지연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1월 초에도 유사한 전산 장애가 발생해 잔고·예수금 등 기본 정보 조회가 일시 중단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IT 관련 투자가 전산운용비뿐 아니라 다른 비용으로도 투입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산운용비만으로 전체 IT 투자 비용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 몇 년간 IT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등 관련 투자를 지속해왔지만, 해당 비용은 재무회계상 판매관리비로 분류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증시 변동성과 거래량이 동시에 확대되는 환경에서 전산 안정성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MTS·HTS 등 비대면 거래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시스템 장애는 고객 신뢰와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시스템 부하와 장애 발생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의 IT 투자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한층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최근 빈번해진 증권사 전산 사고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에서 "향후 전산 사고에 대해서는 금전적 페널티를 강화해 초기 IT 투자에 더욱 신경 쓰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로 판단될 경우 감경 적용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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