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아시아인 위한 데이트 앱 만든 문경신 큐릴레이션 대표

최연진 2026. 3. 2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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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문경신(36) 대표가 미국에서 설립한 신생기업(스타트업) 큐릴레이션은 최초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데이트 앱을 개발한 곳이다. 2023년 6월 등장한 '크러시'(Krush) 앱은 아시아인들끼리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따라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특정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며 사주궁합을 통해 연결 확률을 보여주는 등 아시아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했다.

공교롭게 크러시 앱이 등장하고 나서 미국 매치그룹이 북미 지역의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데이트 앱 '유주'(Yuzu)를 내놓았다. 매치그룹은 '틴더'를 비롯해 다양한 데이트 앱을 190개국에서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데이트 앱 서비스 업체다. 이 업체는 중동지역에서 만남 앱으로 인기를 끈 '아자르' 를 개발한 국내 하이퍼커넥트를 1조 9,330억 원에 인수했다. "매치그룹이 유주를 내놓은 것을 보고 시장 가능성을 확신했죠. 유주는 크러시 앱만큼 아시아인들의 정서를 반영하지 못해서 승산이 있어요."

문경신 큐릴레이션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아시아인들의 데이트 앱 '크러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미국 생활에서 얻은 경험 녹여내

세계적으로 유명한 틴더 등 데이트 앱이 많이 나와 있는데 굳이 아시아인들을 위한 데이트 앱을 따로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에서 선임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할 때 같은 문화권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아시아인들을 위한 데이트 앱을 만들게 됐죠."

크러시 앱은 문 대표가 파악한 아시아 문화권의 특징이 녹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이다. "아시아인들은 안전을 중시해요. 그래서 가짜 계정을 막기 위해 가입할 때 프로필 사진과 실제 얼굴이 동일한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확인해요." 그에 따르면 다른 데이트 앱의 경우 연예인 사진을 올리는 등 가짜 계정이 전체 이용자의 10% 이상이다.

크러시 앱에서는 프로필 사진과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바로 촬영한 사진을 인공지능(AI)이 대조해 본인 여부를 파악한다. "여기 필요한 AI를 직접 개발했어요. 만약 프로필 사진과 즉석 촬영 사진이 다르면 가입할 수 없어요."

또 타지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모임, 행사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앱에 담았다. "거주지 중심으로 소모임과 행사 등을 찾을 수 있어서 달리기 행사나 공연 관람 등을 앱을 통해 진행해요."

문 대표가 데이트 앱을 만든 이유는 미국의 경우 데이트 앱으로 만나 결혼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결혼하는 사람들의 60% 가량이 데이트 앱으로 만나요. 그만큼 데이트 앱 자체가 진지한 만남을 주선하는 도구가 됐어요."

크러시 앱의 이용자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가입자가 100만 명이 되면 그때 공개하고 싶어요. 가입자 숫자보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유지율이 중요해요. 유지율이 50%를 넘어요."

큐릴레이션에서 만든 크러시 앱 이용화면. 큐릴레이션 제공

여성 이용자 35% 이상

구독 서비스인 크러시 앱의 월 이용료는 30달러다. "구독료를 내지 않아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단 무료 이용자는 하루에 볼 수 있는 데이트 상대의 정보가 10명으로 제한돼요. 유료 이용을 하면 하루에 20명의 정보를 볼 수 있죠."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하트' 아이템을 이용해 대화창을 열 수 있다. 무료 이용자는 하트 수량이 제한돼 많은 대화를 하려면 추가로 돈 내고 하트를 사야 한다. "유료 이용자는 마음에드는 상대와 무제한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크러시 앱은 한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해외 거주자들도 만날 수 있도록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문제는 데이트 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성비 불균형이다.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 일부 데이트 앱 제공업체는 여성 이용자가 부족하다보니 직원이 여성 행세를 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크러시 앱은 여성 이용자가 비교적 많다고 주장했다. "전체 이용자 가운데 여성이 35~40%를 차지해요. 진지한 만남을 강조해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여성이 많이 가입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 계정이나 불건전 이용자가 발견되면 즉시 제재한다. "이용자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 확인 작업을 거쳐 가짜 계정이나 불건전 이용자를 바로 차단해요."

문경신 큐릴레이션 대표는 크러시 앱을 아시아인들의 필수 앱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임지훈 인턴기자

아마존에서 배운 독특한 회의방식 접목

서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문 대표는 첫 직장이 삼성전자였다. "개발자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어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고 2016년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를 양성하는 SCSA에 들어가 6개월 간 코딩을 공부했어요. 이후 개발자 시험에 합격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죠. 거기서 세탁기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어요."

삼성전자 시절 그는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때 낸 아이디어가 옷걸이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옷의 먼지를 털어내는 '에어드레서'였다. "에어드레서가 제품화 된 이후 여기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어요."

삼성전자에서 4년간 일한 그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아마존에 들어갔다. "세상에서 제품관리를 제일 잘 하는 회사가 아마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를 배우고 싶었죠. 아마존에서 배운 회사 운영 방식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어요."

아마존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원 페이저 또는 식스 페이저로 통하는 회의 방식이다. "아마존에서는 회의를 시작하면 15분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고 회의 주관자가 작성한 문서를 읽어요. 회의 주관자는 간단한 회의일 경우 1페이지, 큰 회의면 6페이지짜리 문서를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나눠줘요. 이렇게 요약한 문서를 보면 생각이 정리돼 회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돼요. 그만큼 회의 시간이 줄어들죠. 창업 후 회의에 이 방식을 도입했어요."

그는 미국 생활 시절 취업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말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해외 생활을 하면 연애하기 힘들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창업을 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그러들고 나서 2023년 뉴욕에서 지하철을 타면 온통 데이트 앱 광고였어요. 그만큼 의식주 못지 않게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일도 시장이 크다고 느꼈어요.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다보니 데이트 앱도 따로 있었는데 유독 아시아인들을 위한 앱이 없는 것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죠.”

직원은 5명으로 단출하다. 베트남 개발자와 미국에 사는 한국인 개발자 등 다양하게 섞여 있어서 영어로 일한다. 2024년 국내 법인도 설립했다.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고 비자 문제 때문에 채용이 힘들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국 법인을 만들었죠."

문 대표는 연 매출의 비공개를 원했다. "아직은 적자여서 올해 손익 분기점 도달이 목표입니다." 종자돈 투자는 매쉬업벤처스에서 받았다. "올해 해외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그는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들의 필수 앱으로 키우고 싶어요. 아시아인들의 비율이 높은 영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확장할 생각이에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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