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고향 소나무 우수성 믿고 세계 곳곳에 소문냈죠”

조은별 기자 2026. 3. 25. 05: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 (55) 솔잎 화장품으로 ‘K-뷰티’ 이끄는 신별 피노젠 대표 <경북 안동>
국내 자생 소나무 ‘금강송’ 활용
상쾌한 향에 항산화 효과 살려
폼클렌징 등 다양한 제품 개발
7년간 박람회 발품…수출 물꼬
솔잎 채취땐 주민 일자리 제공
나무 가지치기 하고 수익은 덤
“지역 가치 바로 세우는데 집중”
경북 안동에서 지역 솔잎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신별 피노젠 대표. 안동=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우리는 소나무와 참 각별하다. 소나무는 애국가 2절에 등장할 뿐만 아니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힌다. 우리나라 산림의 25%를 차지할 만큼 흔해 친숙하기까지 하다. 민족 기상을 상징하는 이 나무가 세계로 뻗어나가면 어떨까. 경북 안동엔 이 상상을 현실로 이뤄낸 이가 있다. 국내에 자생하는 소나무 ‘금강송’으로 케이뷰티(K-Beauty)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신별 피노젠 대표(43)다. 그는 솔잎으로 화장품을 만든다.

“창업할 때부터 목표는 하나였어요. ‘금강송’의 가치를 외국 사람에게 소문내자고요!”

회사 이름에도 그 의지가 듬뿍 담겼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 발음하기 쉽게 지으면서 ‘세대를 잇는 소나무’라는 영어 뜻도 더했다. 회사 문을 연 2020년부터 7년간 노력한 끝에 피노젠은 여러 국가에 그 가치를 퍼뜨리게 됐다. 대표적으로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에 수출한다.

신 대표는 꿈을 이루고자 “일단 문을 두드렸다”고 설명한다. “수출 박람회가 열리면 무조건 참여했다”며 “제품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아이디어를 담은 전단지를 돌리며 반응을 살폈다”고 했다. 실제로 피노젠은 2024년 경북도가 개최한 ‘필리핀 경북 우수상품전’에서 100만달러 규모의 협약을 현장에서 체결했다.

“향을 한번 맡아보세요. 묏바람처럼 맑고 산뜻하죠?”

신 대표가 직접 추출한 솔잎 농축액을 건넨다. 겉으론 투명한 물 같은데 코를 대자 숲을 그대로 옮겨온 듯 상쾌하다. 피노젠이 외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이 농축액을 듬뿍 넣은 화장품 덕이다. 세안할 때 쓰는 ‘피네수 폼클렌징’, 피부에 수분을 보충하는 ‘피네수 워터에센스’, 자외선을 막는 ‘피네수 선크림’처럼 종류도 다양하다.

피부에 좋은 성분도 갖췄다. 신 대표는 “옛날에 솔잎은 기력을 보충해주는 약재나 고기를 보관할 때 함께 넣어두는 용도로 쓰였다”며 “역사가 입증한 항균·항산화 효과가 있는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피노젠은 화장품 원료인 솔잎을 채취할 때 주민과 함께하며 일자리를 제공한다. 피노젠

솔잎은 경북 산지에서 채취한다. 재료를 얻는 과정에선 지역경제에도 활기가 돈다. 이때 함께 일하는 건 마을주민이다. 한 주민은 “농한기에 일거리가 생겨 이보다 좋을 수 없다”며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니 매일 불러달라”고 신 대표에게 전하기도 했단다. 매년 10명 이상의 주민이 같이 일한다. 인근 임가도 적극 반긴다. 쓰임새 없이 방치하던 나무를 가지치기해줘 좋고, 솔잎을 팔아 수익도 볼 수 있어서다. 신 대표는 어쩌다 지역 소나무에 푹 빠지게 된 걸까.

쓰임새 없이 방치하던 나무를 가지치기하며 솔잎을 팔아 수익도 볼 수 있어 인근 임가도 같이 일하는 것을 반긴다. 피노젠

“확신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소나무의 우수성을 잘 아니까요.”

의성 출신인 신 대표는 어릴 때부터 소나무가 익숙했다. 아버지가 소나무로 다양한 식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 대표가 선뜻 아버지의 뒤를 잇기로 결심한 건 아니다.

성인이 된 뒤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처럼 고향을 벗어나 프랑스로 떠났다. 신 대표는 “라벤더가 특산물인 지역에 머물렀는데 꽃향기를 맡으러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더라”며 “지역 식물의 힘을 그때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품질 좋은 우리 소나무가 밀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중 꿈을 펼칠 기회가 찾아왔다. 아버지가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가능성을 엿본 신 대표는 일을 배우면서 안동대학교 생약자원학과 석사 과정을 밟았다. 솔잎이 지닌 항산화 성분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실험을 거듭했고 새로운 추출 방법을 개발해냈다. 낮은 온도의 진공 상태에서 솔잎을 증류하는 식이다. 신 대표는 “특허를 출원하고 제힘으로 회사를 차렸다”고 했다.

피노젠은 지역에 마음을 전하는 데도 열심이다. 2022년엔 안동의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화장품 1000개, 2025년엔 영주시청에 500개를 기부했다. 먼저 활동한 선배의 마음으로 지역 청년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2022년엔 지역소멸 대응책을 공유하는 강연회 ‘흔들어보자, 로컬’에 참여해 창업 비법을 전했다. 신 대표는 걸음마를 시작한 후배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한다.

“처음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호롱불 하나 들고 선 기분일지 몰라요. 외로운 마음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겠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진 불을 더 밝게 만드는 거예요. 내가 고른 지역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데 집중하다보면 더 멀리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