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듀프, 어디까지 써봤니?

정주원 기자 2026. 3. 25.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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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더 이상 브랜드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듀프템’을 고르고, 그 선택을 ‘잘 산 소비’로 공유한다. 이제 그 선택은 합리적인 취향이 됐다.
듀프 신드롬의 시작, '워킨백' /사진=각 브랜드 홈페이지 워킨백(왼) 버킨백(오)

[우먼센스] "비싼 가격표에 받은 스트레스, '로고'가 밥 먹여주나"

'듀프(Dupe)' 소비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SNS에는 이를 '합리적인 선택'으로 공유하는 게시물이 끊이지 않고, 틱톡·인스타그램에서는 #dupe, #듀프템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며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시대'에 '같은 기능이라면 저렴한 것이 낫다'는 소비자 인식이 강화된 영향이다. 기술 평준화로 중저가 제품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면서 브랜드 프리미엄에 비용을 지불할 이유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MZ세대는 '합리적 소비를 하는 나'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식하며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 자체를 만족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짝퉁'이 숨겨야 할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듀프는 드러내고 공유하는 소비다. 이 흐름은 패션과 뷰티를 넘어 가전과 여행으로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어디까지 확장됐나 — '듀프의 진화' 

패션

럭셔리 감성, 가격은 가볍게

자라/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라(왼) 생로랑(오)/ 사진=각 사 홈페이지

에르메스 버킨백의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미국 월마트의 '월킨백'이 미국 MZ세대를 사로잡으며 시작된 듀프 제품이 가장 활발히 소비되는 분야는 역시 패션이다. 국내에서도 자라(ZARA), H&M, 유니클로(UNIQLO) 등은 명품에서 출발한 디자인 흐름을 빠르게 반영해, 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량 생산·판매해오고 있다.

그 중 자라(ZARA)의 레더 재킷, 더로우(The Row) 스타일 로퍼는 이미 대중화된 사례다. 앞서 말한 월킨백처럼 발렌시아가 '로데오 백', 보테가베네타의 '카세트백' 등 명품 디자인을 차용한 듀프 제품도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오히려 명품은 심플해서 따라하기 좋지만 원단 등 재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그만큼 원가를 낮추기에도 좋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샤넬 클래식 플랩백과 유사한 디자인과 체인 스트랩을 보여주는 알도 체인백, 메종 마르지엘라 독일군 스니커즈와 비슷한 실루엣과 클래식한 디자인을 차용한 아디다스 삼바, 포터 탱커 숄더백처럼 실용적인 포켓 구성과 경량 소재를 사용한 유니클로 멀티 포켓 숄더백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중국 온라인 쇼핑몰 쉬인(Shein)은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명품 및 인기 브랜드 디자인을 빠르게 반영한 '듀프 의류'를 초저가로 대량 판매하고 있어, 글로벌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뷰티

이젠 성분까지 닮았다

샤넬(왼)/다이소(오) 제품/사진=각 홈페이지
사진=쎈스쟁이 유튜브 캡처

화장품 시장에서도 고가 브랜드와 유사한 색감과 제형을 구현한 저가 제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샤넬 립밤(6만3000원)을 연상시키는 다이소 손앤박 아티스프레드 컬러밤(3000원), 디올 립 글로우와 유사한 발색과 촉촉한 발림성을 구현한 에뛰드 시럽 글로시밤, 샤넬 레 베쥬 쿠션의 자연스러운 커버력과 지속력을 구현한 롬앤 쿠션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패키지 유사성을 넘어 성분과 사용감까지 "거의 동일하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 성분 정보가 브랜드 공식몰과 올리브영, 화해(앱) 등에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검증하는 소비 방식도 확산되는 추세다.

듀프 향수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이레도 블랑쉬 향수의 상쾌한 비누향과 상쾌한 화이트 플로럴을 재현한 클린 웜코튼 향수, 그리고 조말론(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르 라보(상탈 33) 등 니치 향수를 재현한  비욘드 퍼퓸 화이트 피오니와 헴퍼스 샌달우드가 있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을 통한 저가 뷰티 제품 구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화장품은 소모 주기가 짧은 소비재인 만큼 고가 제품 대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가격 대비 효용을 기준으로 제품을 비교·선택하는 소비 방식이 일상화되고 있다.

가전

기능은 같고, 가격만 다르다

다이슨(왼) 대표 차이슨으로 일컬어지는 디베아(Dibea)(오) /사진=각 홈페이지
사진= 낫싱 이어 공식 홈페이지
사진= 샤오미 레드미 워치 홈페이지

다이슨을 겨냥한 이른바 '차이슨' 무선청소기는 확장된 시장의 대표 사례다. 다이슨 V12 무선청소기 대신 디베아 올뉴 29000 플러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며, 강력한 흡입력과 다양한 브러시 구성 등 핵심 기능은 유사하다.

헤어 스타일러 시장에서도 다이슨 에어랩을 대체하는 루킨스, 유닉스 에어샷, 슈틸루스터 등 10만원 이하 제품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에어 스타일러, 헤어 에어랩, 뷰티 드라이어 등의 검색어로 관련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샤크 스타일러'는 스타일링 기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또한 애플 제품을 차용한 제품도 늘고 있다. 애플 워치 시리즈 10을 겨냥한 샤오미 레드미 워치4는 유사한 디자인과 함께 일일 활동, 스트레스, 호흡, 수면, 혈중산소, 심박수 등 다양한 운동 모드를 지원한다. 에어팟 프로를 겨냥한 낫싱 이어(nothing ear)2 역시 유사한 음질과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전 시장에서는 샤오미·드리미 등 중국 브랜드가 핵심 기능을 유지한 채 가격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분야에서는 삼성 비스포크 큐브 Air와 유사한 성능을 구현한 샤오미 미에어 3H가 대표적이며, 필터 효율과 스마트 기능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가습기 시장도 마찬가지다. 발뮤다 레인을 겨냥한 샤오미 스마트 가습기 2는 가습 성능과 스마트 제어 기능을 상당 부분 따라잡았으며,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무풍 에어컨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삼성 제품과 유사한 콘셉트를 가진 듀프 제품도 등장했다. 파세코에서 출시된 제품들은 인버터와 자체 증발 방식, 풍향·풍량 조절, 제습 기능 등을 공통적으로 탑재했으며, 기본적인 냉방 성능을 유지하는 등 핵심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별도의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는 '창문형' 구조로 설치 편의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가구

예산은 절반, 감성은 그대로

듀프 가구 / dupe.com 캡처
듀프 가구 / dupe.com 캡처
Instagram #couldcouchdupe 검색

구글 트렌드 글로벌에 따르면 가구 듀프 검색량은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2023년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가구 듀프 아이콘은 'RH 클라우드 카우치'인데 켄들 제너 거실에 놓이면서 '인스타 소파'로 인기가 폭발했다. 문제는 가격인데, 기본형 800만 원, 대형은 2,700만 원이다. 그러자 아마존에서 70만원 짜리 '거의 똑같은 모듈러 소파가 등장했다.  원조의 30분의 1 가격. 틱톡에서 "이거 진짜 RH 아니에요?"라며 비교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cloudcouchdupe 조회수가 1억 8,000만을 돌파했다. 웨이페어, 이케아까지 뛰어들면서 지금은 수십 종의 클라우드 듀프가 경쟁 중이다.

 이 밖에도 이케아 제품을 기반으로 한 '이케아 해킹(IKEA hack)'부터, 허먼밀러 에어론 의자나 USM 모듈 가구, 카르텔·비트라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저가 제품까지 '디자인 듀프'가 폭넓게 확산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케아 소파의 듀프 제품인 다이소 접이식 소파가 있다. 이는 디자인과 실용성 모두 잡았지만 가격은 5분의 1 정도라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식음료

가격은 3분의 1, 맛은 한 끗 차이

왼쪽부터 스타벅스, 빽다방, 컴포즈커피. 커피 듀프상품들 / 사진= 각 사 제공

식음료와 커피 업계에서도 듀프 현상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타벅스 인기 음료 에어리카노를 저가 빽다방이나 컴포즈커피 같은 저가 브랜드가 유사한 레시피로 재현하거나, 편의점 PB상품으로 '○○ 스타일 라떼'가 출시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CU에서는 하프커피의 '버터크림라떼'를 재현한 '하프 바나나 크림라떼'를 선보였고, 테일러커피,  테라로사 등 카페 메뉴를 편의점에서 재현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베이커리 역시 유명 디저트 브랜드의 레시피와 비주얼을 차용한 제품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과거에는 '모방 메뉴'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비슷한 맛을 더 저렴하게 즐기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특히 SNS에서 레시피가 공유되며, 소비자 스스로 듀프를 만들어내는 'DIY 듀프' 문화까지 확장되고 있다.

여행

"거기 말고, 여기"

사진=노랑풍선 제공

여행 업계에서도 듀프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비싼 해외 여행지 대신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체 여행지'가 주목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대신 저렴한 물가에 첨단 기술과 야경,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대만 타이베이, 그리스 산토리니와 유사한 풍경과 식문화를 갖고 있지만 인파가 훨씬 적은 그리스 파로스, 스위스 페르마트 대신 눈 축제와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일본 삿포로 등이 대표적이다.

여행사 '노랑풍선'은 지난해 8월, 인기 여행지의 감성과 경험은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듀프 여행' 기획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비슷한 경험을 더 효율적으로 선택하는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SNS를 통해 비교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여행지 선택 기준 역시 가격 대비 경험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소비 기준이 바뀌고 있다  

직장인 A씨(29)는 "청소기나 이어폰은 굳이 비싼 제품을 살 필요를 못 느끼겠다"며 "가격 대비 성능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소비자 B씨(31)는 "기본적인 사용에는 전혀 문제 없지만, 오래 사용할수록 디테일이나 완성도에서 차이를 느끼게 된다"며 "제품 특성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듀프 소비는 '가격 대비 효용' 측면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사용 기간과 제품 특성에 따라 체감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듀프를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입문 단계'로 활용하는 소비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대 직장인 C씨는 스스로를 "합리적 듀프 소비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가격 부담이 큰 제품일수록 먼저 듀프로 사용해보는 편"이라며 "실제로 써보고 만족하면 나중에 정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듀프를 통해 실패 비용을 줄이고, 경험을 먼저 축적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듀프 소비를 두고 "지금의 MZ세대도 경제력이 생기면 결국 정품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Z세대가 듀프를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할인·비교·검색을 통해 최적의 소비를 찾는 행동 자체가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듀프는 더 이상 '돈이 없어서 하는 소비'가 아니라, 정보를 활용해 효용을 극대화하는 소비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듀프 열풍은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소비 기준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흐름에 가깝다.

다만 지식재산권 침해 등 브랜드 가치와 창작물에 대한 존중, 상대적으로 짧은 사용 주기로 인한 환경적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무분별한 소비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주원 기자 jungjuwon05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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