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못 살던 시절 질병”… 방심하다간 폐 건강 뚫린다

최해진 기자 2026. 3. 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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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
한국, OECD 국가 중 발병률 높아… 2주 이상 기침-발열 땐 의심해야
국가검진 소견 시 무료 확진검사… 항결핵제 복용 땐 100% 완치 가능

매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은 과거의 질병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감염병이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공기 매개 감염병으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된 균이 주변 사람의 기관지를 통해 폐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다.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여전히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

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이다. 다만 기침은 감기나 기관지염, 천식 등에서도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결핵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서 체중 감소, 발열, 야간 발한 등이 동반될 경우에는 결핵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폐결핵 의심 소견이 발견되면 무료로 추가 검사를 받을 수 있고 확진 시 치료 관련 진료비의 본인 부담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결핵은 항결핵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결핵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을 동반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기관 전향적 결핵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이 없는 폐결핵 환자에 비해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을 위험이 약 1.6배 높았고 당뇨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그 위험이 1.8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에서의 결핵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암을 동반한 결핵 환자는 두 질환의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핵과 암은 영상 검사에서 결절, 종괴, 공동, 림프절 침범 등 유사한 소견을 보일 수 있고 기침, 체중 감소, 객혈, 만성 피로 등 증상 역시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폐의 동일 부위에 결핵과 폐암이 함께 존재할 경우 한 질환만 확인되고 다른 질환이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조직검사와 결핵균 검사를 모두 고려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암 환자는 면역력이 저하돼 결핵 감염과 발병 위험이 높은 집단이다. 특히 항암치료 과정에서 영양 상태가 악화되기 쉽고 치료에 따른 스트레스 역시 면역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필요할 경우 영양요법을 포함한 적극적인 관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암 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결핵 치료 반응이 낮을 수 있다. 항암치료와 항결핵제를 병행할 경우 위장관 부작용이나 간 독성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자일수록 치료 전 과정에서 더욱 세심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처방된 항결핵제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다. 치료를 임의로 중단할 경우 재발이나 약제내성 결핵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질환이나 암을 동반한 환자는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치료 순응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무증상 결핵’의 조기 발견 중요성이 확인되고 있다. 국내 대규모 전향적 결핵 코호트 연구 결과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된 결핵 환자가 증상이 있는 환자보다 치료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환자의 치료 성공률을 높일 뿐 아니라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조기에 관리함으로써 지역사회 내 감염 확산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민진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진단이 늦어지거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개인 건강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만성질환이나 암을 동반한 환자는 결핵 위험이 높고 치료도 복잡해질 수 있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과 철저한 치료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증상 단계에서의 조기 발견이 치료 성적을 높이는 만큼 국가검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질환이다.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적 관리가 필요한 감염병인 만큼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 예방을 위한 생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해진 기자 haeh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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