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치료하는 곳 넘어 사회 복귀까지 돕는게 공공의료 역할”

김지현 기자 2026. 3. 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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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장
30년 교수 가운 벗고 공공의료 선택
창원병원은 지역민도 찾는 공공병원
중력조절보행 등 재활프로그램 운영
김기찬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장. 30년간 의과대학 교수이자 재활의학 전문의로 활동해 온 그는 지난해 공공의료기관 병원장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제공
“병원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환자가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곳이어야 합니다.”

김기찬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장의 말에는 공공의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 약 30년간 의과대학 교수이자 재활의학 전문의로 활동해 온 그는 지난해 공공의료기관 병원장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안정적인 교수직을 내려놓고 산재 환자 재활을 책임지는 공공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도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는 “의료가 환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싶었다”며 “산재 환자가 다시 일상과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을 돕는 것이 공공의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수에서 병원장으로 역할이 바뀌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책임의 범위다. 과거에는 환자 개개인의 치료와 교육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병원 전체의 방향과 의료 환경을 책임져야 한다. 그는 “병원장은 단순히 병원을 관리하는 자리를 넘어 환자와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 환경과 조직 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작은 결정 하나가 환자 치료와 병원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항상 신중하게 판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은 산재 의료에 특화된 병원이면서도 16개 진료과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산재 환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창원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병원장은 “공공병원은 경제적·사회적 여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의료기관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병원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재활치료 분야다. 병원 내 재활전문센터에서는 중력 조절 보행 재활 시스템, 웨어러블 재활 로봇, 휴버360 에볼류션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신체 회복을 넘어 심리적 안정과 사회 복귀까지 지원하는 통합 재활 시스템이 특징이다. 놀이치료와 임상심리치료, 원예·바리스타·필라테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심리·사회 재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재활의 성공은 신체 기능 회복뿐 아니라 마음의 회복까지 포함돼야 한다”며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수익성보다 환자의 삶의 변화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역시 재활 과정에서 만난 환자들과 관련돼 있다. 감전 사고로 양팔을 잃은 산재 환자가 병원에서 열린 사진 콘테스트에 참여해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한 일은 의료진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또 서울에서 치료받다 상태가 악화돼 창원병원으로 옮겨온 말기 암 환자가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낸 뒤 유가족이 감사의 뜻을 담아 병원에 기부금을 전달한 사례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그 순간 공공병원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공공병원 운영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따른다. 제한된 재정과 인력 속에서 필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판단의 기준을 ‘환자 중심’에 두고 있다. 수익성 부담에도 심리·사회 재활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손 기능 회복을 돕는 수공예 기반 수부 재활 프로그램도 새롭게 도입했다.

앞으로의 방향도 분명하다. 그는 “산재 환자의 치료부터 재활, 직장 복귀까지 이어지는 통합 의료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최신 의료 장비 도입과 진료 환경 개선을 통해 산재 환자는 물론 지역 주민 누구나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공공병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창원병원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 되는 곳입니다. 환자와 지역사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김지현 기자 kinn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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