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규범에서 생명의 규범으로 [생명과 공존]

2026. 3. 2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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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올해 초, 한 재개발 구역의 길고양이를 보호해야 한다며 제기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사건이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구성원이 개별 동물에 가까이 다가가 구체적 고통을 바라보는 따뜻한 사람들이라면, 법을 적용하는 사람들은 한 걸음 떨어져 생태계 전체와 인간의 조화를 고민해야 하는 차가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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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이 철거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초, 한 재개발 구역의 길고양이를 보호해야 한다며 제기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사건이 있었다. 현행법 테두리로 본다면 지극히 법에 충실한 해석이었다. 이미 길고양이에 대한 보호대책이 진행되고 있었다거나,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였다는 사정을 차치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없는 한 개인이 '환경보호'에 관한 헌법상 기본권만으로 공사 중지를 청구하기는 어렵다.

각종 개발사업에서 환경보호를 이유로 공사중지나 허가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종종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사건에서 사업이 실제로 중단되는 경우는 흔하지도 않고, 드물게 있더라도 대개 맹꽁이, 남생이, 삵, 황조롱이 같은 '법정보호종'이 문제 된 사안이다. 우리 법이 보호하는 것은 특정 개체의 생명이 아니라 종의 존속과 생태계, 환경의 보전이라는 공익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별 고양이의 안녕은 무겁게 고려되지 않는다. 때로는 법이 너무 소극적이고,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법을 만들거나 해석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해 보자면, 거리를 두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사람은 조금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동물보호단체 구성원이 개별 동물에 가까이 다가가 구체적 고통을 바라보는 따뜻한 사람들이라면, 법을 적용하는 사람들은 한 걸음 떨어져 생태계 전체와 인간의 조화를 고민해야 하는 차가운 사람들이다. 이들이 냉정하다기보다는 그 역할이 냉정함을 요구하는 것일지 모른다. 모든 개별 생명의 이익이나 정서적 친밀함에 일일이 반응해서는 저울의 균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 주변에 있는 개별 생명체의 고통에 무관심하면서, '생태시스템' 유지만을 외치는 것은 너무나 공허하다. 생태적 냉철함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거나 적극적으로 자연을 보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의 법 구조는 '인간'을 위한 규범이 될 수는 있어도, ‘생명’을 위한 규범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생명의 고통 그 자체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법은 사회적 합의이고 국민의 감정이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생태적 희소성이 곧 법적 권리의 크기인 것처럼 치환되는 구조, 동물의 생명을 이익으로 형량해보는 구도는 점차 공감을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이질감에 모두가 의문을 제기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 법체계가 생명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도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장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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