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찍은 전쟁 종료일 '4월 9일' 이유는?... 협상 앞두고 '기싸움'

곽주현 2026. 3. 2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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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월 상받으러 이스라엘행
미국·이란 중재 급한 파키스탄이 나서
서로 어려운 조건 내걸고 '힘겨루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23일 테네시주 멤피스의 테네시 공군 주방위군 기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멤피스=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이 4주차를 맞으면서 처음으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테이블이 준비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휴전의 '데드라인'까지 정해둔 상태로 구체적인 합의 조항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아직 이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전쟁 종식 목표일을 4월 9일로 정했으며, 이에 따라 약 21일 동안 전투와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회담은 이번 주 후반 파키스탄 이슬라바마드에서 개최되는 것이 유력하다.

데드라인을 4월 9일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중 이스라엘 방문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4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이스라엘 독립기념일인 4월 22일(유대력 5월 14일) 직접 국가 최고 영예인 '이스라엘상'을 받으러 현지를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이스라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대 민족을 위해 특별히 공헌한 점을 인정해 이 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쟁 종료 시점 설정에 이란 측 의견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4월 9일은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40일 추도 기간이 공식 종료되는 날이다. 이슬람 시아파에서는 사망 후 40일을 중요하게 생각해, 40일째 되는 날까지 전국적인 추모집회와 기도회가 계속해서 열리고 축제와 스포츠 행사 등이 금기시된다. 미국 측이 이란 입장을 고려해 이란에 의미 있는 날짜를 일부러 설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시아파 무슬림들이 18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지난달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카라치=EPA 연합뉴스

회담 장소가 파키스탄인 점도 눈에 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났으며, 전날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전방위로 나선 것이다. FT는 "기존 중재는 오만과 카타르가 주선했지만, 2월 이후로는 외교적 노력에 탄력이 붙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건 안보 및 경제적 필요성 때문이다. 먼저 '숙적' 인도와 동쪽으로 국경을 마주한 상황에서 남서쪽 국경을 공유한 이란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지만 시아파 수가 이란 다음으로 높은 곳이어서 국내 안정 문제도 걸려 있다. 동시에 파키스탄은 에너지 수입의 대부분을 걸프 지역에 의존하고 있고, 수백만 명의 자국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 및 이란과 각자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온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협상 시작 전부터 양측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이란 최고지도부와 대화해 핵무기 포기 등 대부분 사안에 대해 거의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호하게 언급한 합의의 '15개 쟁점'은 전쟁 시작 전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협의된 사안으로 보인다. 다만 우라늄 농축 완전 포기 및 호르무즈해협 공동 관리 등의 발언은 이란의 입장과 정면으로 부딪힐 확률이 높다.

차량을 실은 화물선이 22일 아랍에미리트(UAE) 앞 페르시아만을 지나 호르무즈해협을 향해 가고 있다. UAE=AP 연합뉴스

이란에서도 사실상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에 따르면 이란은 교전이 영구적으로 재개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요구할 예정이다. 중동 내 미군 기지 전면 폐쇄와 전쟁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도 언급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에게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며 힘겨루기를 시작한 모양새다.

다만 이란이 물밑으로는 유연한 양보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널12는 "이란 정부가 겉으로는 강경한 요구를 내세우면서 물밑에서는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등 유연한 양보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중동학 교수는 FT에 "이란이 해협에 대한 일정 수준의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고농축 우라늄을 포기하는 데 동의할 수도 있다"며 "통과 선박에 통항료를 징수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 현재 이란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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