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왕’ 송환한 李정부…9년 교착 깨고 마약 유입·유통 정조준
교도소서도 마약 지휘 의혹…국내 조직 실체 규명 착수
인천항·공항 밀반입 경로 집중 점검…경기 유통망 겨냥
“범죄수익까지 환수”…수도권 체감도 시험대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국제 마약왕' 박모 씨가 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전국 마약 유통망을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됐다.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25일 박씨 신병을 확보해 수사기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22년 '사탕수수밭 사건'으로 필리핀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지만, 교도소 내부에서 한국으로 마약 유통을 지휘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번 송환은 지난 3월 한·필리핀 정상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에 성사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임시인도를 요청한 뒤 법무부·외교부·국정원·검찰·경찰이 동시에 협상에 나선 범정부 공조가 속도를 내면서 신병 확보로 이어졌다.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초국가범죄 근절을 위한 정상외교의 성과"라고 밝혔다. 해외 체류나 수감 상태와 관계없이 범죄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조치다.
이번 사건은 9년 가까이 이어진 송환 지연을 끝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필리핀 내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과 형 집행이 우선 적용되면서 정식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내 수사는 총책 없이 하부 조직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이번에는 정식 인도가 아닌 임시인도 방식으로 절차를 우회하면서 교착이 해소됐다.
수사의 무게 중심은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인천은 공항과 항만을 통한 유입 관문, 경기는 유통과 소비가 결합된 시장이라는 구조가 맞물려 있어서다.
실제 인천에서는 공항과 항만을 통한 마약 밀반입 사건이 반복적으로 적발돼 왔다. 국제선 수하물, 특송 화물, 해상 물류를 통한 다양한 방식이 확인되면서 관문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기 지역에서는 유통 단계 범죄가 이어졌다. 경기 남부와 서부권을 중심으로 판매책과 중간 공급책이 연결된 조직형 사건이 적발됐고, 일부 사건에서는 해외 총책과 국내 유통 조직이 분리된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처럼 인천 '유입'과 경기 '유통'이 이어지는 구조는 수도권 마약 범죄의 반복된 특징으로 꼽힌다. 인천공항과 항만, 경기 남부 유통 조직이 핵심 수사선에 오를 가능성이 큰 이유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밀반입 경로와 국내 유통망을 동시에 추적하고, 범죄수익 환수까지 병행할 계획이다.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마약 등 초국가범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공범과 자금 흐름까지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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