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다시 살아난 콜럼버스 동상… 노동 영웅 차베스는 성폭력 드러나 철거
트럼프 지지층 결집 위해 복원 관측
차베스, 10대 소녀 상습 성추행 의혹
사후 33년, 美 전역서 이름 지우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2일(현지 시각)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 동상을 백악관 경내에 설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는 ‘문화 전쟁’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설치된 동상은 2020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 당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파괴돼 수장(水葬)된 동상의 복제품이다. 볼티모어의 조각가 틸먼 헴즐리가 잠수부를 고용해 부서진 조각들을 건져 올렸고, 아들 윌이 대리석과 수지를 혼합해 높이 4m, 무게 1t의 복제품을 만들었다. 볼티모어시가 재설치에 반대해 창고에 방치됐다가 백악관의 이전 설치 제안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콜럼버스는 미국의 초석을 놓은 영웅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원주민을 노예화하고 유럽 식민 정복의 문을 열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지며 시작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 과정에서 미국 전역의 콜럼버스 동상 30개 이상이 파괴·철거됐다.
CNN은 “미국 수도의 문화·역사적 상징을 재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신 신호”라고 평가했다. 올해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노동운동가 세사르 차베스(1927~1993)는 생전의 성폭력 의혹이 사후 33년 만에 제기되면서 동상과 벽화가 철거되고 있다. 콜로라도주 하원은 ‘세사르 차베스의 날’(매년 3월 31일) 명칭을 ‘농장 노동자의 날’로 바꾸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의회도 차베스의 이름이 붙은 건물과 도로의 명칭을 변경할지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차베스는 농장 노동자의 권익 향상에 평생을 바친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성폭력 의혹을 보도하면서 재평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차베스는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여성 동료와 10대 소녀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동료의 10대 딸 두 명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차베스의 범죄 사실을 공개할 경우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계인 차베스는 1965년부터 필리핀계 노동자들과 연대해 포도 농장을 상대로 대규모 파업을 주도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차베스가 이끈 농장 노동자 운동의 스페인어 구호 ‘Sí, se puede(우리는 할 수 있다)’는 같은 의미를 가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 ‘Yes, We Can’에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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