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 봄철 콧물·재채기…감기와 구별 필요
코막힘·가려움 증상에 고통 호소
연간 700만명 이상 병원 찾아
특정 항원에 면역체계 과반응 원인
히스타민 분출로 점액 분비 유발
만성 염증성 질환 수개월 이상 지속
MAST·피부단자 검사로 확인
야외 활동 줄이고 외출시 마스크
실내 온·습도 유지·코세척 등 도움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며 봄 기운이 완연하다. 길었던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찾아온 포근한 바람은 반갑지만,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봄철은 일교차가 크고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가 동시에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기에 호흡기 건강에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성록 과장과 함께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과 치료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연간 700만명 이상 병원 찾아…감기와 달라
국내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한 해만 743만여명이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료를 받는 등 연간 700만명 이상이 병원을 찾는다.
특히 20~30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데, 최근에는 노인층에서도 느는 추세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 등 특정 항원에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크게 계절성과 통년성으로 나뉘며, 계절성은 봄과 가을 등 특정 계절에 꽃가루 등 외부 요인으로 증상이 심해지고, 통년성은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같은 실내 요인에 의해 1년 내내 증상이 지속된다.
콧물, 발작적인 재채기, 코막힘, 눈과 코의 가려움 등은 대표적인 증상으로, 일반 감기와 혼동하기 쉽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지속될 수 있어 감기와는 구별이 필요하다.
이성록 울산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알레르기 비염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특정 외부 물질(항원)을 위험한 침입자로 오인하여 과도하게 반응하는 일종의 '오작동'"이라며 "꽃가루나 먼지가 코점막에 닿으면 면역세포가 '히스타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분출하고, 이것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점액 분비를 늘려 콧물과 재채기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이 전문의는 "반면 감기는 200여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코나 목의 점막에 침투하여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라며 "즉, 비염은 내 몸의 면역 반응이 문제라면, 감기는 외부 적군(바이러스)과의 전쟁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만성 부비동염, 중이염, 수면 무호흡증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 환자들은 구강 호흡으로 인한 안면 성장 이상이나 치열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봄철에 비염이 심해질까? 이성록 전문의는 "단순히 꽃가루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코는 외부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폐로 보내는 '에어컨' 역할을 하는데, 봄철처럼 일교차가 10℃ 이상 벌어지면 코점막의 자율신경계가 혼란을 겪는다"며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에 번갈아 대응하다 보니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이 과정에서 코점막이 예민해져 알레르기 반응이 더욱 쉽게 일어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몸상태 파악 우선…회피·면역요법
비염 치료의 첫 걸음은 '지피지기'다. 내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알아야 피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전문적인 검사를 시행한다.
이성록 전문의는 "MAST 검사(다중 알레르기 항원 검사)는 한 번의 채혈로 수십 가지(꽃가루, 음식물, 진드기 등)의 알레르기 원인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검사다"라며 "또 피부 단자 검사(Skin Prick Test)는 등이나 팔에 항원을 소량 떨어뜨려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결과가 빠르고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법에는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요법 △비강 세척 등이 있다.
먼저 회피요법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꽃가루가 많은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집먼지진드기를 줄이기 위해 침구류를 자주 세탁하는 식이다.
약물요법은 항히스타민제, 항울혈제,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 항류코트리엔제 등이 사용되고,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요법은 원인 알레르겐을 소량부터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요법은 주로 코막힘이 심한 환자들에게 시행되는데, 레이저나 코블레이터를 이용한 치료법이 있다. 비강 세척은 식염수를 이용해 비강을 세척해 코 속의 점액과 알레르겐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이 전문의는 "비염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은 항원으로부터 도망가는 '회피 요법'이다"라며 "외출 시에는 꽃가루 농도가 높은 새벽과 오전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피하고,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실내 습도는 45% 이하, 온도는 20℃ 이하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침구류는 60℃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해 집먼지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며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코 세척은 코점막에 붙은 항원을 물리적으로 씻어내고 점막 습도를 유지해주는 가장 가성비 좋은 치료법"이라고 밝혔다.
이 전문의는 이어 "결국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는 시작점부터 대처법까지 확연히 다른 질환"이라며 "콧물을 훌쩍이며 봄꽃의 아름다움을 놓치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내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