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스포츠 중계권 분쟁, '시청자' 위한 길은?

박서연 기자 2026. 3. 2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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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78, 지상파 부담 낮추는 방안 제시했으나 묵묵부답
'90% 시청' '75% 시청'만 규정한 보편적 시청권 제도 손질 필요
'비용 없는' 시청 가능하도록 개선 필요, OTT 독점도 견제해야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지난해 11월 볼리비아와의 평가전 당시 선발 출전한 축구대표팀 11명의 모습. 사진=KFA

70만에 달하는 가구는 오는 6월11일 열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시청 못할 수도 있다.

JTBC가 지난 2월 열린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이어 북중미 월드컵도 중계권 재판매 협상에 실패해 단독중계에 나설 수 있다. JTBC는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재판매하기 위해 개막 80일 전인 지난 23일 처음으로 구체적인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료(1억2500만 달러, 한화 1900여억원)를 공개하며 “전체 중계권료에서 디지털 재판매액을 뺀 나머지 중계권료를 JTBC가 속한 중앙그룹(50%)과 지상파3사 각 사가 절반(16.7%씩) 나눠 부담하자”라고 제안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그룹 750억 원, 지상파 3사 각 25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JTBC는 “현지 중계 부스 등 기술적인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이달 안에 모든 재판매 협상이 끝나야 한다. JTBC는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다급한 상황임을 알렸다. 지난 4일부터 전진배 JTBC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나서 MBC와 KBS, SBS 임원들을 만나 중계권을 사달라고 요청했지만, 지상파 3사는 반응이 없다. 지난 24일에도 JTBC는 “3월 말까지 중계권 재판매 협상 반드시 끝내야 한다”라는 내용의 입장을 냈다.

지상파3사와 JTBC의 대립이 조명 받고 있지만 “본질은 비싼 중계권료”가 본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주최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관련 공개 시민간담회'에서 “갈등의 원인은 월드컵 중계권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영신 동국대 대우교수 역시 “2019년 우리 매체 환경과 2026년의 환경은 다르다. 광고 수익이 반토막이 났다. 누가 중계권을 샀어도 2026년도에 적용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료 지상파 사업자라고 하는 코리아풀이 그때 입찰해서 땄다고 해도 오늘 기준으로 보면 막대한 손해를 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 띵동! JTBC 왔습니다. | 중계진 프로모션 필름'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방송사 입장에선 국제스포츠경기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중계권을 구매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유료방송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유료 기반 글로벌 OTT가 중계권을 독점하게 되더라도 현재 제도로는 견제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방송법은 국민적 관심 행사의 경우 90%(월드컵, 올림픽 등) 또는 75%(WBC 등) 이상의 시청 범위를 확보하도록 하는 '보편적 시청권' 규정을 두고 있다. 유료방송인 JTBC가 단독 중계해도 법적 문제는 없지만, 지상파만 수신하는 3%가량의 가구(약 70만 가구)가 시청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 유료방송 가격이 낮지만, 무료는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여기에 최근 넷플릭스가 국제 야구대회인 2026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일본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면서 OTT 독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WBC 독점 중계를 위해 제시한 중계권료는 직전 대회보다 5배가량 상승한 150억 엔(한화 약 1415억3550만 원)으로 추산돼 일본 방송사들은 중계를 포기하게 됐다. 이노우에 다쓰히코 NHK 회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중계권료 상승으로 국민의 시청 기회가 제한되는 것은 경기 보급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WBC의 경우 '75% 이상 시청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어 당장 넷플릭스의 독점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쟁점이 남게 된다.

▲ 지난 9일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극적으로 8강행이 확정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직후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따라서 다음 주요 국제 스포츠경기 중계권 협상 전까지 OTT 서비스를 포괄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미통위 국장 출신인 양한열 오픈미디어정책연구소장은 지난 23일 미디어오늘에 “한국은 유럽과 달리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이 없어 OTT 규제 자체가 없다. 빨리 시급하게 정비해야 한다”며 “2032년 중계권 이후 경기도 곧 중계권 협상에 들어갈 텐데 넷플릭스나 스포츠에이전시 같은 곳에서 중계권을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충분히 해외 OTT가 독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이날 미디어오늘에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 이슈는 계속 불거질 것이기 때문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법안을 만들기 전에는 방송법에 시청권 확보를 위한 조항을 보완해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 현행 보편적 시청권 주요 내용.

실질적인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무료로 접근 가능한 방송'을 대상으로 규정하는 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강형철 교수는 “무료 지상파방송, 무료 디지털 온라인 등으로 시민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4년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연구용역에 따라 펴낸 <해외 보편적 시청권 보장 제도 분석 및 국내 제도 발전방안 연구> 역시 “우리나라의 보편적 시청권 법규는 보편적 시청의 개념이 무료시청을 보장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명확히 하여 시청자가 '추가 비용 없이' 국민관심행사를 시청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무료로 접근 가능한 방송' 등 개념을 구체화한 곳이 적지 않다. 조영신 동국대 대우교수는 지난 20일 간담회에서 “영국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의 경우, 유료방송사가 중계권을 확보해도 반드시 무료 지상파 방송사에 전 경기 실시간 생중계 권한을 우선적으로 제안해 협상을 완료해야만 방송 승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이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해당 사업자 매출액의 5%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중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곽진희 방송기반국장 직무대리도 “올림픽, 월드컵의 경우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 채널 한 개 또는 두 개를 통해 의무적으로 방송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국과 독일은 지상파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올림픽, 월드컵을 중계하도록 의무를 부가하고 있다”며 “프랑스도 지상파에 우선 중계권을 구입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강력한 법 규정이 있다. BBC는 온라인에서도 무료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무료로 볼 수 있게 온라인 독점권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 입법 및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중계권료가 치솟아 방송사들이 외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헌율 교수는 지난 20일 간담회에서 “보편적 시청권이란 공공성과 상업화되고 있는 방송 환경이 부딪히는 모순적인 부분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재”라며 “공공성에 기반한 국민 관심 행사, 사회통합행사를 방송사에 규제하는 것이 정확하게 맞는 것인가? 아니면 이 규제 틀을 오히려 지원의 틀로 좀 바꿔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올림픽, 월드컵 등이 사회통합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양한열 소장은 미디어오늘에 “정부 지원 문제는 더 어려운 문제”라며 “방송통신발전기금이 적자인 상황인데, 우선적으로 재원을 발굴한 뒤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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