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어 뉴욕 점령한 BTS… 美 열성 팬들 앞에서 공연 [글로벌 현장을 가다/임우선]
23일 맨해튼 피어17서 공연… 스포티파이가 참석자 선정
고추장 쿠키, 쌀 너깃 등… 팬 제공 간식도 K컬처
BTS 월드투어 경제 효과 관심… 팝 여제 스위프트 넘어설지 주목


23일(현지 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피어17(pier 17)’ 공연장. RM의 말이 끝나자 객석을 가득 채운 1000여 명의 BTS 팬들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환호했다. 21일 컴백 앨범 ‘아리랑’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군 BTS가 이틀 만에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팬들과 만났다.》
서울 공연이 넷플릭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세계 190개국 팬들과 만나는 자리였다면, 이날 공연은 미국의 ‘톱 1%’ 팬들이 불과 100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다시 돌아온 BTS를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K팝의 상징과 같은 BTS의 글로벌 활동이 뉴욕에서 첫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전역의 ‘찐 팬’ 대거 초청
‘BTS 스윔사이드(SWIMSIDE)’라는 이름의 이날 행사는 미국 앱스토어 음악 분야 1위 앱인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주최한 행사였다. 스포티파이는 BTS의 컴백 기념행사를 준비하며 미국 계정 이용자 가운데 BTS 음악을 가장 많이 들은 1000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이번 행사의 초청장을 발송했다.
이날 행사장 앞에는 영하의 기온과 종일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수백 m의 긴 줄이 늘어섰다. 공연을 보기 위해 전날 밤 비행기를 타고 남부 조지아주에서 왔다는 에밀리 씨는 “(뉴욕 근처) 뉴저지주에 사는 아미(ARMY·팬덤명)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며 “수년 만에 다시 만나는 BTS를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서부 끝에서 동부 끝으로,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공연을 보러 온 팬도 만날 수 있었다. 시애틀에서 온 BTS 팬 토니 씨는 “어젯밤 비행기를 타고 6시간 만에 오늘 아침 뉴욕에 도착했고 공연을 본 뒤 내일 비행기로 집에 간다”며 “작년에는 BTS의 나라를 보기 위해 난생처음으로 혼자 한국으로 여행도 갔다”고 말했다. 그는 “BTS의 팬이 된 뒤로 인생에 엄청난 변화들이 일어났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 벨기에 등 전 세계에 아미 친구가 생겼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전했다.
●팬들 위해 ‘고추장 쿠키’ 등 제공

특히 과거 세계적 무역항이었던 이곳에는 바로 옆에 멀리서도 보이는 커다란 돛을 자랑하는 범선이 세워져 있는데, 바로 1885년 만들어진 ‘웨이버트리(Wavertree)호’가 그 주인공이다. 과거 전 세계를 항해하며 물건을 실어 날랐던, 국가사적으로도 지정된 철제 범선이다. 그런데 이번 BTS의 메인 타이틀곡 ‘스윔’ 역시 바다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보니 공연장과 범선의 조화가 절묘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공연장에는 팬들을 위한 식음료도 마련됐는데 ‘고추장 쿠키’, ‘쌀로 만든 너깃’ 등 한국적 맛을 가미한 음식들이 세심하게 준비됐다. 공연장에서 만난 한 아미는 “BTS를 좋아한 뒤 한국 문화 박사가 됐다”며 “한국의 음악뿐 아니라 한국의 맛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팬덤 친밀감 극대화… 신규 K팝 발굴도
이날 행사에서 BTS는 ‘스윔’ 등 3곡의 무대를 선보이기에 앞서 미국 팬들이 사전에 미리 보낸 질문들에 답을 하고 그간의 시간과 앨범에 대해 설명하는 ‘팬과의 대화’도 가졌다.
BTS는 “타이틀곡 스윔은 마치 헤엄을 치듯이 힘든 시간과 감정의 파도를 마주할 때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결국은 우리의 삶을 사랑하고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며 나아가자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미국 팬들이 보낸 질문 중에는 ‘누가 가장 수영을 잘하는지’, ‘샤워할 때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등 사소한 일상에 대한 것도 많았다.
스포티파이에서 K팝팀을 담당하는 한나 피차이 씨는 “우리는 이번 행사가 오랜만에 BTS를 다시 만나는 미국 팬들에게 가장 친밀한 행사가 되길 바랐기 때문에 팬들의 질문을 마련했다”며 “BTS에게도 팬들과 가까이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밀도 있는 규모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레이디 가가와 그의 팬덤인 리틀 몬스터와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한국 지사(2021년 설립)가 생기기 전인 2017년부터 BTS를 지원해 왔다. 피차이 씨는 “당시엔 K팝 팀도 없어서 동남아팀이 K팝을 함께 담당했던 시절”이라며 “그러던 중 해당 팀에서 BTS란 가수를 끌어올리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흥미롭게도 미국팀뿐 아니라 남미팀에서도 ‘우리도 같은 가능성을 본다’는 반응이 나와 파트너십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번 컴백 행사가 스포티파이에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피차이 씨는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하루 종일 새로운 음악을 듣고 좋은 음악이 스포티파이의 어디에 들어갈지를 결정한다”며 “많은 이들이 이런 업무를 모두 인공지능(AI)이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데이터가 함께 결합된 방식”이라고 전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넘어설까” 주목
K팝의 대표 간판인 이번 BTS의 컴백을 두고 외신들은 팬덤의 열기와 경제적 가치 창출 규모를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곧 시작될 BTS 월드 투어는 20억 달러(약 3조 원)의 기록적 성과를 낸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Eras Tour)’에 필적할 만한 투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PR은 빌보드지 기자를 인용해 “많은 사람들이 ‘골든’과 ‘K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K팝에 입문했다고 하지만 BTS가 이미 이런 흐름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골든’의 성공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AP통신은 이번 주 공개되는 BTS의 컴백기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리턴’을 소개하며 “이제 그들에게 남은 질문은 ‘앞으로 어떤 방향의 음악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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