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에서 누리는 돌봄] <상>대구 ‘초고령사회’ 진입 2년…돌봄체계 전환 시동
2024년 4월 65세 이상 인구 20% 넘어서
정부·사회 공동 책임 인식 확대 추세
집에서 복지 서비스 누리는 '통합돌봄'
27일 시행… 대상자 맞춤 서비스 제공

2024년 4월 대구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지역 사회가 맞닥뜨린 현실의 단면은 냉혹했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고립과 돌봄 공백 등 노후 생활 보장 문제가 사회적 그늘로 자리 잡게 된 것. 초고령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이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돌봄 수요를 키우는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3월27일 전격 시행되는 '통합돌봄' 서비스가 초고령사회가 직면한 돌봄 문제를 타개할 새로운 복지 모델로 떠오른다. 지자체와 민간 기관이 협력해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등에게 보건의료, 장기요양 등의 돌봄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영남일보가 2차례에 걸쳐 지역 돌봄 체계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통합돌봄을 통해 변화할 사회상을 들여다본다.
◆30년 뒤엔 10명 중 4명이 노인

초고령사회 진입 2년째를 맞은 대구의 고령화 속도가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24일 국가데이터처(KOSIS)에 확인 결과, 대구는 2024년 4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기며 전국 특·광역시 중 부산(25.5%)에 이어 두 번째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당시 20.9%였던 고령인구 비율은 2025년 22.1%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2월 기준 전체 인구 235만1천461명 중 65세 이상이 52만5천605명으로 집계되면서 22.4%까지 확대됐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1인 노인 가구 증가와도 궤를 같이 했다. 2024년 기준(KOSIS) 대구의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1만7천487가구로 2015년(5만7천723가구)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동북지방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52년 대구지역 고령인구 비중은 42.5%로 추산됐다. 시민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노인사회가 되는 셈이다.
고령인구의 노후 생활 보장도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다. 대구지역 65세 이상 노인 대다수가 현재 거주지에서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해서다. 최근 대구시가 지역 내 노인 가구(2천964가구)를 대상으로 한 노후 건강악화 시 희망 주거지에 대한 설문조사(제6기 지역사회보장조사)에서 71.6%가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생활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요양시설 입소'는 18.6%에 그쳤다.
경일대 엄태영 교수(사회복지학)는 "대구는 저출산 흐름에 더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청년 유출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인구 구조상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령인구 증가 흐름 속 떠오르는 문제가 바로 돌봄 문제다. 대체적으로 어르신 대다수가 익숙한 주거 환경과 이웃, 친구 등 기존 관계망을 유지한 채 노후를 보내길 원한다"며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Aging in Place)'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만큼, 재가 중심 돌봄 서비스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될 필요가 있고, 그 대표적인 형태가 통합돌봄"이라고 설명했다.
◆'내 집에서 노후를'… 통합돌봄 27일 시행

대구지역 노인·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돌봄 체계가 이달 27일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부터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 등 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통합돌봄' 사업이 전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시가 추산한 지역 내 장기요양 등급자 및 중증 장애인 등 통합돌봄 대상자는 최대 14만명. 올해 이들을 위한 통합돌봄 사업에만 총 68억원(국비·시비·구비)이 투입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엔 복지·간호·보건직 등 약 150명의 돌봄 인력도 추가 확충된다.
앞서 대구지역 '시 및 구군 통합돌봄 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 지원 연구'에 참여한 진혜민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은 "노인들은 생애 마지막을 집에서 보내고 싶어 하지만, 가족 돌봄이 어려워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통합돌봄은 대상자의 상태를 진단해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연계·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충족되지 못했던 수요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복지 체계의 중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통합돌봄 사업 시행은 대구 기초지자체들이 전담한다. 현재 각 구·군청에서 전담 인력을 꾸려 돌봄 서비스 대응 채비를 마친 상태다. 일부 구·군청의 경우 통합돌봄 시행에 앞서 지원 대상자를 사전에 발굴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지자체는 통합돌봄 발굴 과정을 통해 대상자를 선별한 후 초기 상담을 거쳐 복지 서비스 제공 여부를 1차 판단한다. 이후 가정 방문을 통해 세부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건강보험공단 등 외부 기관에서 추가 조사에 나선다. 개인별 돌봄 지원 계획이 수립되면 기초지자체에서 돌봄·의료·요양 등 관련 복지 서비스를 연계·제공하는 구조다.
이혜원 동구청 통합돌봄팀장은 "지난달 13일 건강보험공단과 보건소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22개 동에서 발굴한 대상자 30명을 대상으로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며 "통합돌봄 본격 시행 전 단계지만, 안부 확인과 다제약물 관리(중복 투약이나 과다 복용 여부를 점검하는 맞춤형 약물관리 서비스) 등의 지원책을 이미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통합돌봄 대상자 발굴 신중 기해야"

대구가톨릭대 나지훈 교수(사회복지학과)는 통합돌봄 대상자 선정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나 교수는 "통합돌봄은 모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 노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고령층, 65살 미만 의료필요도가 높은 심한 장애인 등 복합적인 돌봄 욕구가 있는 대상자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구조"라며 "대상자를 제대로 발굴하고 선별해야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정 과정이 부실할 경우 서비스 과잉이나 사각지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사업 초기 단계에 행정력을 가장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합돌봄 체계의 핵심 쟁점으론 '민·관' 협치가 꼽혔다. 그는 "프랑스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100년이 걸린 반면, 한국은 25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사회적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돌봄 수요가 급증한 것이 현재 위기의 배경"이라며 "이 같은 구조에서는 지역 주민과 비영리 주체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지난달 257명 규모의 건강돌봄단을 출범시켜 대상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복약 관리 등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긴 것도 이러한 지역 기반 돌봄 체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재정 기반 마련도 통합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언급됐다. 나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향후 2년간(2026~2027년) 통합돌봄 전담 인력 인건비를 매년 6개월씩 국고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한시적 지원에 그친다"며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통합돌봄에 필요한 재원을 지역 재정기금으로 조성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윤화기자 truehwa@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