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주총서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성공…영풍·MBK 영향력 확대
고려아연, MBK·영풍의 적대적M&A 공세 올해도 '차단'
최윤범 회장, 황덕남 의장 2·3위 기록하여 '이사 재선임'
MBK·영풍 측 추천 후보, 4~7위에 그쳐

고려아연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시작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최윤범 회장의 경영 방어로 마무리됐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했다.
2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는 예정시간 보다 3시간 가량 지난 낮 12시께 개최됐다. 당초 오전 9시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중복 위임장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늦어진 것이다. 지난해 주총에서도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 모두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중복 사태가 발생해 주총 개최가 지연된 바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우리 회사 정관 22조 규정에 따라 총회 의장을 맡게 됐다"며 "지금부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주총에서 집중투표에 의하여 선임할 이사의 수를 5명으로 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의 건은 출석 주식 수 1858만189주 가운데 1170만2643주가 찬성해 62.98%가 동의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이사 6인 선임의 건은 출석 주식 수 1855만7174주 가운데 968만8020주가 찬성해 52.21%가 동의했다. 두 안건 모두 보통 결의 요건을 충족했으나 5명 선임 안건이 더 많은 득표를 기록해 해당 안이 승인됐다.
투표 결과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후보들이 나란히 2위와 3위에 오르며 최윤범 회장은 사내이사로, 황덕남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 후보는 최다 득표를 기록하며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김보영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김보영 감사위원은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로 국제경제·ESG 분야 전문성을 갖춘 학계 대표적 여성 리더로 인정받고 있으며, 독립적 의사결정을 통해 회사 내부통제와 주주권익 보호 강화에 기여할 인물이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은 4위에서 7위를 기록하며 2명이 선임되는 데 그쳤다. 특히 직전까지 영풍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박병욱 후보는 전체 후보 중 가장 적은 득표를 기록하며 많은 주주들의 불신임을 받았다.
반면 감사위원 확대 안건에서는 최 회장 측이 고배를 마셨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의 감사위원 선임 구상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정관 변경 안건 역시 희비가 엇갈렸다. 소수주주 보호 명문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은 가결됐지만, 양측이 각각 경영권 견제 또는 방어 수단으로 판단한 일부 안건은 부결됐다. 다만 이사회 소집 절차를 개선하는 안건은 비교적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다만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수주주로부터 받은 의결권 위임장 중복 여부 갈등과 표결 도중에는 주주들 사이 고성이 오가며 격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번 주총은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핵심 안건인 이사 수를 5명으로 묶으며 이사회 과반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다만 MBK·영풍 측도 이사회 내 지분을 확대하며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

결국 이번 주총은 최 회장측의 경영권 방어와 영풍·MBK 측의 영향력 확대로 마무리 됐다. 또 이날 주총에서는 주당 현금배당을 2만원으로 결정하고 임의적립금 약 9177억원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노조는 주총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노조는 "MBK의 먹튀 경영과 무책임 경영이 노동자와 함께 할 자리는 없다"며 "고려아연 경영 참여를 당장 중단하고 국가기간산업에서 철수하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많은 주주들께서 현 경영진 중심의 거버넌스와 이사회 체제를 통한 경영 연속성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실어주신 것으로 평가한다"며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프로젝트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가기간산업이자 한미 경제안보의 모범사례로 맡은 바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