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가슴에 ‘쇠말뚝’ 박은 국립공원공단

광주일보 2026. 3. 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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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야자매트 설치 때 박은 쇠말뚝 제거 않고 곳곳 방치
탐방객 부상 우려…시민단체 “전수 조사하고 정비 급선무”
무등산 탐방로에 박혀있는 쇠말뚝.
국립공원공단이 공원 내 시설물 설치를 이유로 국립공원 곳곳에 철근핀, 이른바 ‘쇠말뚝’ 수십개를 박아놓고 정비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공원을 보호해야할 공단이 오히려 공원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점검·제거하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4일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이하 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야자매트 설치 과정에서 고정용 쇠말뚝을 탐방로에 박아놓았는데, 매트가 닳아 없어진 뒤에도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공단은 등산로가 질퍽거리거나 나무뿌리가 많이 드러난 구간에 주로 야자매트를 설치하고 쇠말뚝 등으로 고정하는데, 통상 매트 100m 설치하면서 쇠말뚝 42개를 박아 고정하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한다.

광주일보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무등산 탐방로 일대를 직접 돌아보며 살펴본 결과, 야자매트가 닳아 사라졌는데도 탐방로 곳곳에 튀어나온 채 박혀있는 쇠말뚝만 50개나 됐다.

새인봉 삼거리에서 중머리재로 이어지는 1.5㎞ 구간에서 발견한 말뚝이 7개나 됐고 중머리재~토끼등까지 1.6㎞ 구간에서는 10m 간격으로 마치 안내용 표시처럼 26개의 쇠말뚝이 잇따라 박혀 있었다. 탐방로 양쪽 뿐 아니라 등산객들이 지나다니는 탐방로 가운데에도 2~3개씩 연속으로 박혀 있어 자칫 발에 걸려 넘어질까 걱정도 들었다.

토끼등부터 바람재로 이어지는 940m 구간에서도 9개의 쇠말뚝을 찾았고 바람재~증심사까지 2.4㎞ 구간에서도 야자매트 없이 8개의 쇠말뚝만 덩그러니 박혀 있었다. 무등산 국립공원 내 탐방로 중 쇠말뚝이 없는 등산로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쇠말뚝 대부분이 땅 위로 10㎝ 가량 튀어나와 있고 일부는 끝부분이 휘어진 채 지상에 드러나 안전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매주 휴일마다 무등산을 찾는다는 등산객 김모(70) 씨는 “튀어나온 쇠말뚝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게 한두 번 아니다”며 “전문 장비 없이는 제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탐방로에는 ‘U’자 형태의 철근이 등산로 가운데 드러난 곳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단측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등산객들은 알아서 말뚝을 피해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발 밑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탐방로를 걷다 말뚝에 발에 걸려 넘어질 뻔한 등산객도 만났다.

공단측은 “매트를 철거할 때나 불편하다는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쇠말뚝을 제거하고 있는데 매트가 닳아져버린 경우에는 별도로 제거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단측은 지난 23일에도 “‘새인봉 갈림길~동접골’ 구간에서 쇠말뚝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는 등산객 민원을 접수받은 뒤에야 현장을 찾아 제거했다. 등산로 곳곳을 돌면서 체계적으로 설치부터 철거까지 관리하는 게 아니라,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될 경우에만 나서는 소극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만신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훼손된 매트 뒤에 남겨진 쇠말뚝은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는다”며 “탐방객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수 조사와 정비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한솔 광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산에 묻힌 쇠말뚝은 플라스틱처럼 썩지 않더라도 습기와 물에 닿으며 부식될 경우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식 과정에서 토양 미생물이나 식물 뿌리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빗물과 함께 중금속이 지하수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석 국립공원공단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탐방시설과 계장은 “무등산 등산로 곳곳에 설치된 야자매트가 많아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을 확인해 철거하는 방식이 지금으로서는 한계”고 말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윤주은 기자 yu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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