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행사서 사라진 6대 경제단체…李, 기업과 직접 소통
李주재 간담회 단체장 잇단 패싱
경제계, 정책제언 기능 약화 우려
연구소는 보고서도 안낸다

청와대가 경제계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경제단체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경제단체장이 초청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이 대통령이 이달 주재한 대·중소기업 상생 간담회(10일), 중소기업인과의 대화(20일) 등에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가 주관하는 경제계 간담회에 통상 경제단체가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경제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이 주인공인 행사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최진식 중견련 회장이 불참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24일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이 자본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대한상의 보도자료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후 대한상의는 한 달 넘게 정부 정책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국무역협회가 매년 여는 ‘무역의 날’ 행사에도 불참했다. 현직 대통령이 무역의 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제단체를 거치기보다는 기업 또는 현장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이 대통령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도 기업 및 경제 관련 간담회를 통해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경제단체 패싱’이 우호적 기업 환경 조성과 정부 정책 제언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 관련 대통령 행사에서 잇달아 배제된 김 회장은 이날 3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李, 현장 뛰는 기업과 '직접 소통'
상속세 가짜뉴스·尹정부 인사 등 잇단 논란도 경제단체 '배제' 원인

청와대가 경제단체를 배제하고 기업과 소통에 나선 것은 산업 현장에서 기업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초 각 단체의 정책 제언을 이미 많이 받았기 때문에 생생한 의견을 청취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제단체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책 제언이나 연구 보고서도 내지 않고 있다. 자칫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소통하는 李 스타일 반영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달 4일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 이후 지금까지 경제단체장을 이 대통령 주재 행사에 부르지 않았다. ‘확대국가관광 전략회의’(2월 25일), ‘대·중소기업 상생 간담회’(3월 10일), ‘중소기업인과의 대화’(3월 20일) 등 세 번의 기업인 관련 간담회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 등을 통해 준비했다. 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 간담회에 회원 자격으로 3개 경제단체가 참가한 게 전부였다.
여권에서는 현장에서 뛰는 기업과 직접 소통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 대통령 의중이 깔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각 단체에 소속된 기업이 워낙 많기 때문에 공통 의견을 취합하다 보면 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정책이 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단체가 제언하는 정책들이 임기 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기에 ‘만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각 경제단체가 정부와 엇박자를 낸 점을 거리두기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한 ‘무역의 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무협이 한·미 관세협상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데다 윤진식 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사람으로 인식된 게 주된 이유로 분석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높은 상속세 탓에 해외로 이탈한 한국 백만장자가 2400명에 달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로 이 대통령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대한상의는 산업통상부 감사 결과를 기반으로 이례적으로 주요 임원 3명을 해임·면직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연임 제한을 푸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김기문 회장의 3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기업인 상속세 완화를 줄곧 주장해온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반대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법 개정안의 부당함을 지적한 한국경제인협회도 정부 기조와 다른 주장으로 여권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정책 제언 약화 우려도
올 들어 이 대통령은 기업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등 다양한 행사를 주재했고, 해외 방문 시엔 경제단체와 소통해 기업 관련 행사도 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주요 참모진도 기업 총수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친기업 행보를 늘리고 있지만 경제단체들은 바짝 움츠러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 대통령 지적 이후 한 달 반 동안 정책 관련 자료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한경협과 경총 역시 최근 정책 제언 등의 자료 수가 줄었다. 정부 정책을 분석하고 기업 애로사항을 건의하는 게 경제단체의 역할인데, 운신 폭이 확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김세직 KDI 원장의 취임 간담회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이 ‘추가경정예산안 등 재정 정책에 반대했다’고 보도하자, KDI는 그렇지 않다는 취지의 보도 설명자료를 냈다. 이 기관이 보도 설명자료를 낸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들도 입 열기를 꺼리고 있다. 한 교수는 “경제 정책에 할 말이 많지만 현 정부로부터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며 “기고문을 쓰는 것도 조심스럽고 지방선거 이후 시간이 지난 뒤에 정책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형규/최형창/김우섭/김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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