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부터 요양까지 집에서…고관절 수술받은 71살 김명자 할머니가 웃었다
미리 도입한 부천시 가보니

“살던 집에서 그냥 곱게 앓다가 갔으면 좋겠어.”
지난 19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사는 김명자(가명·71) 할머니는 지난해 7월 고관절 수술을 받고 퇴원한 뒤 집에서 지내고 있다. 돌봐줄 가족이 없는 그가 요양병원이 아닌 집으로 올 수 있었던 건 부천시의 통합돌봄 서비스 덕분이다. 할머니는 퇴원하고 집에서 병원 동행, 가사 지원(청소), 방문 건강관리 등 돌봄 서비스를 무료로 받고 있다.
부천시 통합돌봄 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주거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2024년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오는 27일부터 부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시행된다. 각각 분리돼 있던 서비스를 ‘돌봄 대상자’의 필요에 맞게 하나로 연결한 통합돌봄은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김 할머니 집으로 소사보건소 통합건강돌봄센터에서 김지영 운동지도사와 박은자 치과위생사가 방문 건강관리를 하러 왔다. 김 지도사가 “다리에 힘이 많이 생겼다”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알려줬다. 할머니는 “어제도 (운동을) 했다”며 웃었다. 청소 등 집안일은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의 생활관리사가 돕는다. 처음엔 낯선 이의 방문이 반갑지 않았지만, 서서히 마음의 문이 열렸다. 김 할머니는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할머니는 수술 뒤 보행 보조기가 없으면 움직이기도 힘들었는데, 통합돌봄 지원과 함께 운동지도를 꾸준히 받아 지금은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됐다.
김 할머니가 통합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으면 어땠을까. 혼자 밥 한끼도 챙겨 먹기 쉽지 않아, 요양병원에서 계속 지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22년 7월~2023년 6월 전국 1494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55만7678명 중 8만7145명(15.6%)이 ‘선택입원군’ 환자로 조사됐다. 의학적으로 꼭 입원할 필요가 없지만, 돌봐줄 가족이 없는 등 여러 사정으로 계속 병원에 머무는 환자를 말한다. 김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가긴 싫었다. 거기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며 “집에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이어 2023년부터 시설이나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의료와 돌봄,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병원 29곳과 연계망을 구축해 고령의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방문 진료뿐만 아니라 가사 지원 등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병원에서 나와 주거·돌봄 서비스 받는 박 할아버지
고혈압에 심부전증,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박 할아버지는 지난 2월부터 장기요양 5등급 판정을 받고, 요양보호사의 방문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도시락·청소 등 가사 지원도 받는다. 박 할아버지가 원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집으로 오는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소득 수준에 따라 진료비의 5~30%를 본인이 부담한다. 박 할아버지는 “병원에선 간섭하는 사람도 많고 답답하다. 여기 오니 너무 편하다”고 좋아했다. 박 할아버지를 돕는 김미영(가명) 요양보호사는 “동네 공원에서 매일 운동하시고 식사도 날이 갈수록 잘하신다”고 말했다. 통합돌봄 서비스를 경험한 박 할아버지는 부천에서 홀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케어안심주택 계약이 끝난 뒤 지낼 수 있는 새로운 주거 공간을 찾고 있다. 통합돌봄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지역사회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영미 부천시 돌봄지원과장은 “통합돌봄은 지방자치단체가 혼자 할 수 없다”며 “대상자 발굴과 지원, 모니터링 등 전 과정에 병원·자활센터 등 75개의 민간 기관이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와 퇴원 환자 연계 사업을 하는 강순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사회사업실 팀장은 “2015년부터 병원에 오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발굴해 돕는 ‘의료 사각지대 지원 사업’을 시와 함께 해오며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의료 칸막이 부수고 ‘하나로 지원'

복지부는 올해와 내년엔 노인, 고령 장애인, 65살 미만이지만 의료 필요도가 높은 심한 장애인(지체·뇌병변)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등 통합돌봄 서비스를 시행한다.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생활돌봄 등 30종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칸막이를 부수고 하나로 연계할 계획이다. 2028년부턴 심한 정신질환자까지 대상자를 넓힌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본·영국 등 주요 국가들도 10~20년에 걸쳐 (통합돌봄) 제도를 성숙시켰다”며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돌봄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용호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복지·의료 등 돌봄 서비스 체계가 집과 지역사회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집에서 존엄하게 노후를 보내려면 재활이나 일상 돌봄을 받고 임종까지 맞이할 수 있는 통합돌봄 생태계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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