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가 된 아이는 아버지 영정 앞에서 조문객 등을 토닥였다
경찰 등 이틀째 현장 감식…노동청, 손 대표 등 중처법 위반 입건

24일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인 A씨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 상주로 이름을 올린 초등학생 아이는 아직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환하게 웃는 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서 검은 양복과 넥타이를 맨 채 빈소 주변을 분주하게 오갔다. 조문 때 절하기 위해 깔아둔 매트가 흐트러지자 아이는 “이거 반듯하게 해야 해”라며 직접 매트를 고쳐 놓았다.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바르게 서는 연습을 하며 몇차례 절을 해보기도 했다.
잠시 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가 빈소를 찾자 어머니의 품 안에 있던 아이가 재빨리 영정 앞에 서서 절을 준비했다. 조문을 마친 손 대표와 회사 임직원들이 아이를 안아주며 위로하자 아이가 오히려 이들을 손으로 토닥이면서 위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유족이 아이를 끌어안고 끝내 오열했다.
이 장례식장에는 지난 20일 일어난 자동차 부품업체 안전공업 화재로 숨진 14명 중 A씨 등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회사 동료 수십명이 차례로 각 빈소를 돌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빈소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한쪽에서는 유족 한 명이 끝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하며 쓰러졌고 주변 가족들이 그를 부둥켜안은 채 함께 흐느꼈다. 다른 빈소에서도 “아이고 어떡해” “아직 너무 젊은데…” “아이고 ○○야”라는 절규가 이어졌다.
아버지와 함께 빈소를 찾은 고등학교 2학년 B군은 “희생자 세 분 모두 아버지의 회사 동료이자 절친한 사이였다”며 “어릴 때 함께 저녁을 먹고 용돈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사고 당시 1층에 계셔서 급히 대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면서 “많은 동료들이 숨진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몹시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늘 입버릇처럼 ‘정말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들이야’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손 대표를 향해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희생자의 어머니는 손 대표 앞에서 “어떻게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느냐” “자식을 잃은 마당에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 죽을 때까지 평생 갚아라” “내가 너무 분해죽겠어”라고 울부짖었다.
경찰 등 유관기관들은 대전 대덕구 문평동 사고 현장에서 이틀째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안전보건공단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자체 감식을 실시했고, 경찰은 별도로 화재 감식을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무너져내리거나 불탄 곳이 많아 정확한 발화지점이나 발화원인 확인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전고용노동청은 지난 23일 밤 손 대표와 임직원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영 책임자인 손 대표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 불법 증개축 등 구조적 위험 방치 여부, 화재 대응 체계 구축 여부 등을 놓고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석 노무사는 “사망자가 발생한 공간이 안전을 고려해 설계됐고 노동자들의 대피 교육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피해가 없었거나 최소화됐을 것”이라며 “정황 증거와 노조 증언 등을 종합하면 사측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피해자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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