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머스크 테라팹 위협론에 '옴짝달싹' 한국 반도체
머스크 수직계열화 선언
분업 생태계 붕괴 위기감
韓 룰 추종보다 판 짜야
인재 유출이 가장 큰 위협

글로벌 반도체 마을에서 아주 성대한 '포트럭 파티(각자 음식을 가져와 나누어 먹는 파티)'가 열리고 있다.
대만(TSMC)은 땀을 뻘뻘 흘리며 메인 요리를 굽고 있고 엔비디아는 요리 레시피를 기깔나게 짜서 던져준다. 한국은 장인 정신으로 세계 최고의 디저트(메모리 반도체)를 깎고 있다. 네덜란드(ASML)는 요리에 필요한 불판을 독점 공급하며 콧노래를 부른다. 각자 잘하는 걸 가져와서 평화롭게 때론 치열하게 파티를 즐기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파티장 벽이 굉음과 함께 무너진다. 일론 머스크가 불도저를 끌고 난입한 것이다. 머스크는 손에 접시 대신 청사진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이제부터 포트럭 파티는 끝났다. 내가 소도 직접 키우고 불판도 만들고 요리도 하고 서빙도 다 하겠다. 내 주방의 이름은 '테라팹'이다."
이 황당한 상황이 지금 전 세계를 떨게 만든 머스크발 반도체 충격의 본질이다.
표면적으로 산업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트랜서핑(Transurfing)의 안경을 쓰고 보면 전혀 다른 서늘한 진실이 드러난다. 에너지의 방향 즉 누가 흐름을 통제하고 누가 그 흐름에 질질 끌려가는가의 문제다.
월 100만장의 웨이퍼 생산. 기존의 분업 구조를 박살 내는 설계·제조·패키징의 수직계열화. 전 세계 AI 연산능력의 50배. 이 숫자를 듣고 반도체 전문가들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파운드리가 동네 구멍가게인 줄 아느냐며 헛웃음을 쳤을지 모른다.
한데 머스크의 작동 방식은 늘 이랬다. 트랜서핑에서 말하는 '슬라이드(원하는 현실의 뚜렷한 이미지)'를 허공에 무식할 정도로 강하게 쏘아 올린다. 압도적이고 폭력적일 만큼 거대한 미래의 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현실이 그쪽으로 알아서 줄을 서게 만든다. 전기차·우주 로켓·스타링크가 그랬다.
기존 반도체 생태계는 팹리스·파운드리·장비·패키징 등 수많은 플레이어가 복잡하게 얽혀 각자의 이익을 뜯어먹는 거대한 '펜듈럼(사념체)'들의 집합장이다. 머스크는 이 여러 개의 펜듈럼에 휘둘리는 짓을 그만두고 자신의 의도라는 단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로 판 자체를 재편하려 하는 것이다.
이게 무서운 이유는 그가 '게임의 룰' 자체를 자기 식대로 뜯어고치고 있기 때문이다.
불도저 몰고 온 머스크 삽질 속도만 높이자는 한국
이 지점에서 한국 반도체의 대응을 돌아보면 어딘가 애잔해진다. 일제히 머스크가 위협이니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외친다. 맞다 위협이다. 그런데 트랜서핑 관점에서는 이 대응 방식 자체가 가장 치명적인 오류다.
머스크가 불도저를 몰고 와서 판을 엎고 있는데 우리는 모여서 큰일 났다며 주52시간 근무제 풀고 삽질 속도를 20% 더 높이자며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꼴이다.
머스크가 위협이니 우린 어떻게 대응할까라는 사고구조는 이미 머스크가 쏘아 올린 '슬라이드' 안으로 우리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는 뜻이다. 남이 만든 놀이공원에서 어떻게 하면 표를 더 싸게 끊을까 고민하는 것과 같다.
상대의 중요성을 키우는 순간 균형력은 반드시 그 반작용을 만든다. 업계가 머스크 위협론을 호들갑스럽게 떠들수록 시장의 에너지는 흔들리고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과대평가도 그렇다고 무시하는 것도 모두 '과잉 중요성'이 부르는 패착이다.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전력망 확충 △인재 양성 △규제 완화. 다 좋은 말이고 꼭 해야 할 일이다. 한데 이건 식당으로 치면 '위생 점검'이나 '직원 출퇴근 관리' 같은 기본 운영 지침이지 전략이 아니다.
전략이란 "우리는 어떤 현실을 만들 것인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머스크가 "반도체는 이제 내가 다 하는 수직계열화가 최고다"라는 그림을 던졌다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그림(슬라이드)을 던져야 한다.
공포에 질린 마라톤 유도 전이의 함정
지금 반도체 시장의 서사는 매우 강력한 또 다른 펜듈럼을 낳고 있다. 위기이므로 당장 뭐라도 해야 하고 안 그러면 도태된다는 것이다.
공포는 사람을 뭉치게 하고 발걸음을 빨리하게 만든다. 속도는 빨라질지언정 시야는 극도로 좁아진다. 트랜서핑은 이런 공포 기반의 선택을 '유도 전이(부정적 파동에 휩쓸려 원치 않는 현실로 끌려가는 현상)'로 본다.
다들 AI·전력·패키징·수율을 외치며 한 방향으로 죽어라 뛰고 있다. 문제는 앞서가는 놈 엉덩이만 보고 뛰느라 "지금 뛰고 있는 이 길이 절벽으로 가는 길은 아닌지" 묻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맞다고 맹신하고 뛰어가는 시장은 이미 혁신이 끝난 레드오션일 확률이 높다.
인재가 움직이면 미래가 이동한다
'한국 인재에게 3억원 연봉과 주식 보상'을 내걸었다는 대목. 트랜서핑의 세계에서 돈·인재·관심은 곧 '에너지의 이동(흐름)'이다.
머스크는 한국이 가진 혁신의 에너지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똑똑한 머리들이 이동하면 그들이 가진 지식이 이동하고 결국 그 위에서 노는 생태계 자체가 대륙을 건너버린다. 조 단위의 돈을 들여 공장을 짓는 것보다 이게 백배는 더 무서운 짓이다.
머스크는 지금 세상이 굴러가는 '기준'을 통째로 갈아치우려 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의 진짜 위기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수율이 몇 % 떨어지거나 공정 미세화에서 몇 ㎚ 밀리는 데 있는 게 아니다. '타인이 설정해 놓은 룰과 기준 안에서 피 터지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다.
지금의 반도체 전쟁은 '누가 다음 10년의 미래를 먼저 정의(Define)하느냐의 싸움'이다.
☞트랜서핑= 가능태 공간에 존재하는 현실 중 원하는 것을 사념 에너지를 통해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웨이퍼= 반도체 집적회로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주재료인 얇은 판이다.
☞팹리스=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 및 개발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이다.
☞파운드리= 다른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 전문 기업이다.
☞수직계열화=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과정을 한 기업이 모두 통제하고 수행하는 경영 방식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 [김현우의 핫스팟] 월스트리트 ‘잃어버린 10년’ 경고에도 끄덕없는 ‘와플하우스’ 방탄 투자
- [김현우의 핫스팟] 암호화폐 키 노출한 금융당국의 실적 증명 집착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이재용과 리사 수가 시계 톱니바퀴에 숨긴 HBM 역전극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BTS 아리랑이 숨겨 둔 연금술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씨 마른 빌라···아파트 전·월세 폭등 부른 나비효과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분열하는 연준과 케빈 워시가 들고 올 '피의 청구서'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졌다고 판 엎는 재판···'좀비 재판' 부른 법 왜곡죄·재판소원제 - 여성경제
- [김현우의 핫스팟] AI 시대, 징징대는 지식인들의 밥그릇 사수 대작전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중국 소비 부양책 왜 안 먹히나···\"사람은 명령으로 돈 쓰지 않는다\"
- [김현우의 핫스팟] 노란봉투법 시행, 구걸이 명령으로 바뀐 날 - 여성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