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물동량 경쟁 어려워…산업·에너지 결합한 항만 키워야
- 글로벌 해운환경 빠르게 재편
- 中 막대한 내수 바탕 ‘규모경쟁’
- 유럽, 고부가 복합플랫폼 전환
- 부산항 물류처리·인프라 탄탄
- 배후 단지 고도화로 뒷받침을
- 금융·법률 등 서비스도 키워야
부산항은 세계적인 환적 허브 항만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해운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경쟁 기준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물동량과 하역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항만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와 서비스 역량, 정책 실행력까지 포함한 종합 경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주요 항만들은 물류 기능을 넘어 산업과 기술, 에너지, 금융을 결합한 복합 전략을 강화한다. 항만 자체를 하나의 경제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반면, 부산항은 여전히 물동량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성장한 중국 항만의 압박
부산항 경쟁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는 중국 항만의 급부상이다. 과거에는 환적 기능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막대한 내수 물동량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쟁’이 본격화된다. 지난해 글로벌 주요 항만 물동량 순위 명단에 중국 항만은 상위 10위 중 7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특히 상하이항은 세계 최대 물동량 항만으로, 글로벌 해운 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기준 상하이항 물동량은 5505만9000TEU로 부산항(2488만2000TEU)의 배가 넘었다. 상하이는 중국 제조업과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화물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환적 기능까지 확대하고 있다.
닝보-저우산항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 항만은 철광석과 원유 등 대규모 에너지·원자재 물류를 기반으로 물동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항만과 산업이 결합된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정책 지원이 결합되면서 인프라 확충과 운영 효율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들 항만은 자체 물동량이라는 확실한 기반 위에서 환적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물동량 경쟁을 넘어 물류망 자체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와 비교해 부산항은 여전히 환적 중심 구조에 의존한다. 자체 화물 기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글로벌 해운 시장의 변화에 따라 물동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부산항은 물동량 규모뿐만 아니라 화물 구조 측면에서도 경쟁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럽, 산업·에너지 중심 재편
유럽 주요 항만들은 중국 항만과는 또 다른 방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 물류 기능을 넘어 산업과 에너지, 환경 전략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로테르담은 항만 배후에 대규모 정유·화학 산업 단지를 구축, 산업이 결합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원자재가 항만을 통해 유입되고 이를 가공한 제품이 다시 수출되는 구조가 구축돼 있어 항만 자체가 산업 생산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한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체계를 구축하면서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한다. 이는 단순한 물류 기능을 넘어 미래 산업 기반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벨기에 앤트워프항 역시 산업 중심 항만의 대표 사례다.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밀집한 산업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화물을 처리하며, 항만과 산업 생산이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다. 이는 항만이 단순한 물류 거점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함부르크항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항만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 운영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철도 중심의 내륙 물류망과 결합해 유럽 전역과 연결되는 복합 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 항만들의 공통된 특징은 물류 산업 에너지 기술이 결합된 다층적 경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물동량 경쟁을 넘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 항만인가’로 경쟁의 기준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항의 구조적 한계와 과제
부산항은 물류 처리 능력과 인프라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와 서비스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부산항이 가진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항만 배후 산업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현재 부산항 배후단지는 제조와 물류 중심 기능에 머물러 있으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확장이 제한적이다. 글로벌 주요 항만들이 산업과 결합된 구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의 폭이 좁은 편이다.
또한 해양 서비스 산업의 육성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해운금융 해사법률 선박관리 등은 항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지만, 부산항은 이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항만이 창출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과 운영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글로벌 주요 항만이 장기 전략 아래 항만과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것과 달리, 부산항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부산항이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물동량 중심 항만에서 벗어나 산업과 서비스, 기술이 결합된 종합 해양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항만 경쟁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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