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제107회 동계체전 믹스더블 동메달’ 김병찬·이수빈 선수
“컬링 향한 집념, 멈추지 않고… 스윕”
인천 비실업팀 혼성 2인조… 2018년 이후 종목 첫 메달 ‘쾌거’
중·고교시절부터 선수 생활… 열악한 환경에 사비 들여 출전도
스킵 콜 따라 경기 뒤흔드는 재미… 내년 동계체전 참가 희망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컬링 국가대표 ‘팀 킴’의 활약으로 컬링이란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은 이제 흔치 않다. 국민적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전국에 있는 컬링 실업팀 수는 많지 않다. 인천도 컬링 실업팀이 없다. 그럼에도 컬링을 하는 선수들이 인천에 있다. 인천시컬링경기연맹에 소속된 이들은 전국동계체육대회를 비롯한 전국대회를 자체적으로 준비하며 출전하고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한 직장 생활이나 학업을 병행하며 컬링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20여명의 선수들이 인천시컬링경기연맹에 소속돼 있다.
지난달 강원도에서 막을 내린 제10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혼성2인조 믹스더블에 출전한 인천시 선수단 김병찬(27), 이수빈(23)은 4위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땄다. 인천에선 2018년 이후 믹스더블 종목에서 처음 나온 메달이다. 컬링 4인조 단체 종목에서도 인천 선수단이 메달을 딴 것은 2022년이 마지막이다.

부전승으로 예선 없이 곧바로 8강으로 직행하는 행운이 따랐고, 8강에서 만난 부산을 8-1로 꺾고 4강행을 결정지었다. 이들은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경북 의성군청팀을 준결승에서 만나 안타깝게 패했다.
최근 인천 연수구 선학빙상장 내 컬링장에서 김병찬과 이수빈을 만났다. 두 개 라인뿐인 작은 규모로 난방도 잘 되지 않는 컬링장이지만, 인천에서 컬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인천의 선수들은 경기 의정부 등 다른 지역을 전전하며 훈련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대회 일정을 앞두고 인천시컬링경기연맹은 이곳을 대관해 연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일 꾸준히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회를 앞둔 훈련에서는 아이스에 대한 감각을 찾고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김병찬은 “실업팀을 만나지 않아 대진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비실업팀도 쉬운 팀은 아니기 때문에 경기 당시에는 재밌게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메달을 따내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이번 대회 소감을 밝혔다.

이수빈도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대학교 졸업식 일정 때문에 대회 출전을 고사하려고 했는데, 부전승이 결정되면서 8강부터 참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인천에서 비실업팀 선수로 활동해오고 있는 이들은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컬링을 하고 있다. 김병찬은 현재 컬링장 아이스를 관리하는 ‘아이스 메이커’ 일을 병행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컬링장을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프리랜서로 수입을 얻고 있다. 얼마 전 호서대학교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한 이수빈은 지난해까지 학교 생활과 선수 생활을 함께했다.
이들 모두 중학교 컬링부 출신이다. 고등학교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당시부터 인천에는 컬링부가 있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김병찬은 2016년 고등학교에 진학한 선인중 컬링부 동기, 선배들과 팀을 꾸려 연맹 소속으로 컬링을 계속했다. 중학교 컬링부 시절 자신이 속한 동기들만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학교 컬링부에 소속돼 있지 않았으나, 컬링을 이어가다보니 점점 욕심도 생겼다고 한다.

김병찬은 “컬링이 접하기 쉬운 종목은 아니어서 더욱 재미있었다”며 “중학교 졸업 후 컬링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대회에서 상을 타기 위해 고등학교에 올라가 자체 팀을 꾸렸다”고 했다. 이어 “이후 엘리트 선수 출신 코치를 만나 체계적으로 컬링을 하며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졌고, 컬링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면서 컬링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4년 후배인 이수빈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수빈은 석정중학교 컬링부 동기들과 고등학교에서도 컬링을 하며 전국동계체전에 출전했다. 그는 “2019년 석정여고에 진학한 뒤 석정중 선생님의 권유로 컬링부를 함께한 동기들과 연습해 매년 동계체전에 나갔다”며 “고등학교 졸업 후엔 컬링을 잠깐 쉬다가 다시 믹스더블로 컬링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이수빈은 동기들과 함께 2020년 제101회, 2022년 제103회 전국동계체전 여고부 컬링 단체전에서 3위에 오르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수빈에게 믹스더블팀으로 뭉치자고 제안한 것은 김병찬이다. 김병찬은 고교 졸업 이후에도 연맹 소속으로 전국동계체전 남자단체전, 믹스더블 종목에 꾸준히 출전했다. 2019년 제100회와 제103회 전국동계체전에서는 남자일반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에도 좁은 풀로 유지되던 인천의 비실업 선수들에게 팀원 한 명 한 명은 귀했다. 김병찬은 2022년부터 기존의 믹스더블 파트너가 함께하지 못하게 되자 새 파트너를 물색했다. 김병찬은 석정중 컬링부 시절 이수빈의 컬링 실력을 떠올리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컬링을 잠시 중단했던 이수빈은 믹스더블을 위해 다시 브러시를 들었다.

이수빈은 “4인 단체전은 드로우를 잘하는 선수가 스킵이나 써드 순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며 “믹스 더블에서는 아이스를 잘 닦는 것이 중요하고, 스톤으로 앞뒤에 가드를 세워 놓다 보니 테이크로 때리기보단 드로우 싸움이 펼쳐진다”고 했다.
4인조와 달리 믹스 더블은 8엔드로 구성되고 5개의 스톤만 사용한다. 미리 스톤을 배치한 뒤 진행하는 것이 4인조 경기와는 다르다. 스톤을 던진 뒤 곧바로 브러시로 아이스를 닦아야 하므로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함께 훈련하던 이들은 지난 2024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사비를 들여 출전해야 했다. 비실업 컬링 선수들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보니 인천에서는 컬링 꿈나무들이 꿈을 키워나가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인천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김병찬은 “실업팀과 대학팀이 많아져야 하고, 국내에서 규모 있는 대회도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컬링장도 많아져야 컬링을 하다 그만둔 선수들도 아이스 메이커 등 다른 직업으로 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컬링을 그만두면 아예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컬링을 향한 애정으로 버텨온 이들이다. 이수빈은 “단순히 샷 하나에 경기 결과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스킵의 콜에 따라 선수들이 닦고 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게 재미있다”며 “하나의 스윕도 겉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의 목표는 ‘그럼에도 컬링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수빈은 대학 전공을 살려 올해 물리치료사로서 구직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에 열리는 동계체전에 나갈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 만약 취업을 하게 된다면 대회 일정을 뺄 수 있을지 불투명할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컬링을 꼭 병행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병찬은 “컬링을 꾸준히 하고 싶어 각종 대회를 많이 나가고 싶은데, 팀 운동이다보니 파트너나 팀 구성원들의 스케줄 등 상황에 따라 그동안 출전이 어려울 때도 많았다”며 “올해 대회에 많이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실업팀에 들어가 제대로 컬링하고 싶은 생각이 아직 남아 있다”며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인천 컬링 믹스더블팀은?
김병찬, 이수빈으로 구성된 인천 컬링 믹스더블팀은 인천시컬링경기연맹 소속으로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중학교 시절 인천에서 컬링을 시작했다. 2022년에 팀을 결성한 뒤 훈련을 이어온 이들은 올해 초 강원도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동계체전 믹스더블에 참가해 처음으로 동메달을 땄다.

/백효은 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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