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더는 못 버텨"…광주 종량제봉투 대란 오나

임지섭 기자 2026. 3. 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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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자재비 폭등세
지역 생산업체 ‘셧다운’ 위기
각 자치구 납품 차질 우려 커
"정부 차원 대응책 마련 절실"
이란발(發) '플라스틱 대란' 현실화되면서 광주·전남지역 시민들의 필수품 '종량제 봉투'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24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비아동의 한 종량제 봉투 제조업체 대표 김모 씨가 종량제 봉투 제조공정을 설명하는 모습.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당장 다음 달 쓰레기봉투 대란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24일 광주 광산구 비아동 A 종량제봉투 제조업체 대표의 말이다.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광주 지역 종량제봉투 생산과 공급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 분쟁의 충격이 정유·석유화학 업계를 넘어 시민 일상과 가장 맞닿은 생활필수품 수급 불안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광주 각 자치구와 납품 계약을 맺은 종량제봉투 제조업체들은 최근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으로 생산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 종량제봉투 주원료인 폴리에틸렌(PE) 가격이 단기간에 치솟으면서 기존 계약 단가로는 정상적인 생산과 납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구에 봉투를 납품하는 A 업체 대표는 "기존 t당 140만 원 수준이던 원자재 가격이 이달에만 30만 원 올랐고, 내달에는 추가로 80만 원 이상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매달 50t이 필요하지만 현재 창고에는 5분의 1도 못채우고 있다. 당장 다음달이 가장 위기"라고 말했다.
 
A업체 내 폴리에틸렌(PE) 자재 창고.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일부 자치구에서는 공급 불안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남구와 계약했던 업체 2곳 가운데 1곳은 최근 봉투 제작을 중단한 뒤 폐업을 결정했다. 나머지 1곳도 공장 가동률을 60~70% 수준으로 낮췄다.

동구 역시 기존 거래업체로부터 원자재 수급 문제로 생산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동구는 신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다음 달부터 3~5개월치 물량을 납품받을 계획이지만, 수급 불안이 길어질 경우 일부 규격 품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고도 넉넉하지 않다. 동구는 가장 많이 쓰이는 20ℓ와 30ℓ 봉투 재고가 1개월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구와 북구, 광산구도 일부 규격은 2~3개월분에 그치고 있다. 서구는 4~5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단,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안정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급 차질의 직접적인 원인은 PE 가격 폭등이다. PE는 원유에서 추출한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바탕으로 만드는 대표적 범용 플라스틱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나프타를 비롯한 석유화학 원료 수급 우려가 커졌다. 이는 곧바로 종량제봉투 제조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t당 지난 1월 595달러에서 지난 20일 1천141달러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문제는 종량제봉투가 대체하기 어려운 생활필수품이라는 점이다. 각 자치구는 계약업체로부터 봉투를 공급받아 마트와 편의점 등 판매처에 배부하는 구조여서 생산 차질이 길어질 경우 주민 불편으로 직결된다. 더구나 PE는 비닐봉지와 식품 포장재, 농업용 필름, 수도관 등 생활·산업 전반에 널리 쓰이는 소재여서 이번 가격 급등이 지역 물가와 제조 현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손쓸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다. 종량제봉투 계약은 통상 조달청 기준에 따라 이뤄져 원자재 급등분을 자치구가 독자적으로 계약 단가에 반영하거나 납품업체에 별도 편의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광주 각 자치구는 환경부와 조달청에 계약 관련 특례 적용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시적 수의계약이나 계약 조건 완화 같은 예외 조치가 있어야 공급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기존 기준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특례가 있어야 현장에서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