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무기화 시대… 범부처 컨트롤타워 통해 상시 관리해야"[美-이란 전쟁]

김준혁 2026. 3. 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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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안보 2.0시대 (5)·끝 전문가 진단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된 상황에서는 기존 방식은 더 큰 비효율을 초래한다. 상시적인 모니터링 없이 사후대응에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명확하다. 대응방식 자체를 구조적·상시적 관리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위기를 '사건'이 아니라 '상태'로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최근 중동전쟁 격화로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급망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후약방문' 대응방식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통상·안보·민간 간 복합적인 컨트롤타워 구축에 공감대를 이뤘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격화로 촉발된 '자원의 무기화' 추이 속 핵심광물·중간재 확보 차원의 민간·공공 투자는 물론 실용외교·품목별 맞춤형 지원·민간 자원유통 플랫폼 구축 등으로 공급망 위기를 해소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후대응 체계 및 인식 바꿔야"

24일 파이낸셜뉴스가 인터뷰한 에너지·경제 전문가들은 공급망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사후대응 체계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핵심은 전 품목을 상시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이라며 "무역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모든 품목을 기계적으로 스크리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매번 특정 자원 하나를 지목하기보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품목군을 식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최근 중동 지역 불안으로 인해 석유와 나프타의 공급차질로 플라스틱 제품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터진 뒤 대응은 가능하지만 문제 자체를 미리 줄이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개선 방향은 사전대응 체계 구축, 품목별 맞춤형 공급망 전략 수립, 중간재까지 포함한 산업 연계구조 점검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가적 역량 동원을"

최근 공급망 위기는 단순히 통상 문제를 넘어 국제정치·외교·안보(국방) 등과 연쇄적으로 연계되는 등 복잡한 형태로 변하고 있는 데 따라 범부처 차원의 복합적 상시지원 체계 구축이 핵심이라는 제언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자원패권을 꺾기 위해 희토류와 같은 핵심광물에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도 수출입 통제 카드를 검토하는 분위기 속에 민간 또는 공공, 특정 분야에 대한 개별 대응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동맹국인 미국과 광물시장의 최대 공급자인 중국 간 패권경쟁 속 '줄타기 외교'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공급망 문제는 단순 경제 이슈가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정부는 기업이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교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미중 갈등 속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성준 한국자원공학회장은 "지금의 공급망 문제는 산업통상부 등 하나의 부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자원·환경·재정·투자금융·외교력·국방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범부처적인 지원 또는 컨트롤타워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유통망 육성 등 다각적 검토를"

미래 리스크 해소를 위한 해외투자도 중장기적 해법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언급했다. 다만 해외투자, 재자원화 등은 오랜 기간을 소요하는 만큼 영국의 런던금속거래소(LME)와 같은 한국형 민간 자원유통 플랫폼 육성 등의 방안도 거론된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은 "공급망 문제 발생 후 가격대응, 물량조달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가스전, 광산, 제련공장 등 자본을 투자하거나 확보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 공급망은 장기적 투자가 필수"라고 말했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해외자원 투자, 재자원화 외 단기적 현실적 해법이 검토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준 회장은 "재자원화는 특정 품목의 시장이 크게 성장한 이후 재활용품들이 충분히 나올 때 효율적인 전략"이라며 "너무 재자원화에만 집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짚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식량의 무기화'처럼 '자원의 무기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 합작법인 설립으로 대응한다고 해도 해당국에서 수출을 통제하거나 금지하면 실효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당장은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자원 생산과 소비 사이 유통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영국의 LME와 같은 시장·플랫폼을 갖고 있으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조달청·광물자원공사 중심의 조달·비축 체계에서 벗어나 민간 유통기업들을 많이 육성하는 방안을 비롯해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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