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궁금했다”는 보유세...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 보니

김지섭 기자 2026. 3. 24. 18: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명목상 세율 낮지만... 고가 아파트 실효세율은 도쿄·뉴욕과 비슷
한국 부동산 세금, 취득세·양도세 합치면 적지 않아
나라마다 다양한 감면·공제... 보유세율 단순 비교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대통령실 제공)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소셜미디어에 우리나라와 세계 주요 도시의 보유세를 비교한 기사를 공유하며 “나도 궁금하다”고 쓰자 과연 우리나라의 보유세 수준이 국제 비교를 했을 때 어느 수준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릴 수 있어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앞서 “뉴욕·런던·도쿄·상하이의 보유세를 연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명목상 보유세율은 국제 통계상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다양한 감면·공제 제도가 있어 세율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고, 취득세·양도세를 합친 전체 부동산 관련 실질적인 세 부담은 우리나라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 초고가 아파트 실질 보유세율 1% 근접

24일 토지자유연구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23년 기준 0.15%다. 미국(0.83%), 영국(0.72%), 일본(0.49%) 등 주요국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효 세율은 시가 대비 세금을 뜻한다. 뉴욕의 실효 세율은 시가 대비 0.8~1.5% 수준이고, 도쿄는 고정자산세(1.4%)와 도시계획세(0.3%)를 합쳐 명목 세율이 1.7%에 달하지만 각종 감면을 빼면 실효 세율은 0.4~1% 정도다. 수치만 보면 한국의 보유세가 주요 도시보다 크게 낮아 보인다.

하지만 각 도시에서 보유세가 실제로 매겨지는 상황을 보면, 단순 평균 수치 비교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나뉘어 있다. 과세 표준은 공시 가격에 일정 비율(재산세 약 45%, 종부세 60%)을 곱해 산정돼 명목 세율과 실제 부담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종부세는 누진제로 최고 세율은 5%다. 다주택자나 법인은 세 부담이 더 크다.

서울 남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울 전경을 감상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그래서 1주택자가 재산세만 부담할 때는 실효세율이 0.1~0.2% 수준에 머물지만, 고가 주택에 종부세가 추가되면 0.3~0.6%까지 상승한다.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재산세, 종부세를 합한 세 부담이 시가의 1%에 근접하는 사례도 있다고 알려졌다.

해외에는 세부담을 낮추는 감면·공제도 큰 편이다. 뉴욕은 납부한 재산세를 연방 소득세 신고 시 항목별 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어 실질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도쿄는 집이 있는 작은 땅(200㎡ 이하)에 대해 세금을 크게 깎아준다. 또 땅값이 갑자기 올라 세금이 늘어도, 전년보다 최대 10%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한다.

◇“취득세·양도세까지 합해서 봐야”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에 비해 보유세 부담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율이 약 0.9%로 G7(7국) 평균(1.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까지 합한 전체 부동산 세금 부담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세 부담이 결코 낮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해외 주요 도시는 보유 단계에 세금이 집중되고 거래·처분 시 세부담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부동산 거래 시 최대 3%의 취득세를 내야 하고, 팔 때는 최고세율 45%에 달하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반면 뉴욕, 도쿄 등은 보유세 비중이 크지만 1주택 장기 보유에 대해 양도세를 낮게 부과하거나 비과세하는 제도를 운용한다. 런던도 취득 단계의 인지세(SDLT)가 최대 12%로 높지만, 양도세는 장기 보유 시 상당 부분 감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말부터 개인 X(옛 트위터)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비판하는 글들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전문가들은 보유세 논의를 할 때, 단순 세율 비교만 하는 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주택 수, 보유 기간, 지역 등에 따라 실제 보유세 부담이 천차만별이어서 평균 수치만으로 현실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세무법인 대표는 “설령 보유세가 낮아도, 부동산 세금 문제는 취득세·양도세 등 모든 단계의 거래세를 총체적으로 감안해 설계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라며 “어느 한 세목만을 잣대로 삼아 성급하게 올리고 낮추면 시장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