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빚은 외계인의 솜씨, 포르쉐 타이칸을 맛보다[야! 타 볼래]
주행거리와 효율성까지 잡은 신형 스포츠 세단
혁신적인 PAR 서스펜션으로 완성한 주행 즐거움

천재적인 요리사가 평생을 바쳐온 가마솥을 뒤로하고 최고급 인덕션 레인지 앞에 섰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포르쉐가 브랜드 첫 전기차 타이칸을 내놓았을 때 세상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까웠습니다. 웅장한 엔진음과 코를 찌르는 가솔린 냄새, 기계적인 질감이 곧 영혼이었던 브랜드가 전기라는 낯선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해낼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르쉐는 역시 포르쉐였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배터리를 얹은 자동차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이용해 '외계인이 고문해서 만든' 다른 차원의 포르쉐를 창조해냈죠.
타이칸은 포르쉐 전동화 비전의 정점이자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전기 스포츠카로 꼽힙니다. 단순히 테슬라의 대항마를 자처하기보다는 70년 넘게 축적한 엔지니어링 정수를 전기 파워트레인 위에 고스란히 이식하는 데 집중한 결과물입니다. 특히 최근 부분변경을 거친 신형 타이칸은 전작의 약점이었던 주행거리를 보완한 동시에 출력마저 무시무시하게 키우며 '전기차 시대에도 왕좌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포했습니다. 0.1초의 가속력에 집착하는 포르쉐의 결벽증이 전동화라는 파도를 만나 어떤 괴물을 빚어냈는지 확인해 볼 차례입니다.

운전석에 앉으면 포르쉐 특유의 운전자 중심 설계가 돋보입니다. 다섯 개 원형 계기판을 디지털로 재해석한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필요한 정보를 선명히 전달합니다. 단, 불필요한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터치스크린으로 통합한 센터페시아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온도 조절부터 바람 세기, 심지어는 풍향 조절까지 터치로 해야하거든요. 방향 조절은 약간 투 머치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시트 포지션은 명불허전이네요. 배터리가 바닥에 깔리는 전기차 특성상 시트 포지션이 높아지기 쉬운데, 포르쉐는 스포츠카처럼 '바닥에 붙어가는 느낌'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시동 버튼(전원 버튼이라고 해야 할까요?)은 포르쉐 전통에 따라 스티어링 휠 왼편에 위치합니다. 마세라티 등 일부 브랜드가 '왼쪽 시동'을 고수하는데요, 이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의 유산입니다. 1923년부터 1969년까지 르망 경기는 드라이버가 경주차 맞은편에서 대기하다 신호와 함께 차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이때 왼손으로 시동을 거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기어를 넣으면 0.1초라도 빨리 출발할 수 있던 까닭에 왼편에 시동 장치를 왼쪽에 배치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죠. 이후 안전 문제로 드라이버가 달려가는 방식은 폐지됐지만,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일부 브랜드에 상징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로 위에서 타이칸은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을 지워내고 포르쉐만의 주행 질감을 완벽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이자 타이칸 라인업의 허리축을 담당하는 '타이칸 4S'는 최고출력 598마력, 최대토크 72.4kgf·m라는 가공할 성능을 뿜어냅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7초 만에 주파하는 녀석이죠.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터져 나오는 즉각적인 토크는 시트 속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히게 만듭니다. 이 감각에 익숙해지면 다시는 내연기관차로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죠. 동시에 강력한 힘을 부드럽게 다루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날뛸 때는 거칠게, 차분할 때는 한없이 세련되고 정교하게 힘을 전달하며 도로를 완벽하게 지배합니다.

사실 전작은 주행 거리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주행거리는 둘째치고, 우리나라 환경부 인증 거리조차 300km를 넘기지 못했거든요. 제아무리 포르쉐라지만 전기차라는 한계 앞에서는 아쉬움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신형 타이칸은 달랐습니다.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에너지 소비 효율을 끌어올리며 전기차의 아킬레스건인 주행거리를 기술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배터리 용량을 93.4kWh에서 105kWh로 대폭 늘렸는데, 극한의 효율을 끌어올린 결과 주행에서는 최대 전비 7km/kWh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배터리만 키운 것이 아니라 모터 효율, 에너지 회생 시스템, 공기저항 제어까지 차량 전반을 유기적으로 다듬은 결과입니다.

포르쉐 타이칸은 단순히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차가 아닙니다. 포르쉐가 수십 년간 쌓아온 스포츠카 제작 노하우와 미래 기술이 결합하여 탄생한,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기준점입니다. 낯선 동력원과 시스템 속에서도 포르쉐 고유의 정체성은 더욱 뚜렷하게 빛났습니다.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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