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영월이 반값…봄날 채우는 기차여행
제천·해남 등 인구감소지역 여행객
왕복 기차표 전액 환급 혜택 제공
숙박·식사·체험 비용도 50% 돌려줘
당일치기 중심이던 국내 지방 여행
숙박 동반 체류형으로 확산 선순환
민관 194곳 참여 30만명 유치 목표


금요일 저녁, 직장인 A 씨는 칼퇴근을 하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이번 주말 여행지는 충청북도 제천. 교통비가 사실상 공짜라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코레일 앱에서 미리 구매해둔 인구감소지역행 자유여행상품을 이용해 왕복 기차표 값을 전액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차에 몸을 싣고 두 시간 남짓 달리자 창밖 풍경은 빠르게 달라졌다. 도심의 불빛이 사라지고, 산 능선과 강줄기가 이어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늦은 시간 도착한 A 씨는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동 비용 부담이 줄어든 만큼 다음 날 아침부터 일정을 온전히 쓰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4~5월 진행하는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이용하면 A 씨처럼 여행을 반값에 즐길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의 자유여행상품을 구매한 뒤 해당 지역 방문지를 방문해 인증만 하면 철도 운임의 100%를 쿠폰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토요일 아침 일찍 눈을 뜬 A 씨는 ‘러닝 테마 프로그램’에 참여해 제천 도심과 자연을 잇는 코스를 달렸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며 지역을 경험하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도심을 지나 하천과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코스를 함께 뛰었다. 중간중간 멈춰 지역 이야기를 듣고 다시 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러닝을 마친 뒤에는 의림지로 향했다. 삼한 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저수지다. 수백 년 수령의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호숫가를 따라 이어져 있다. 물가를 따라 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시야가 탁 트이는 구간과 숲이 짙어지는 구간이 번갈아 나타난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단순히 ‘보는 관광지’에 그치지 않고, 머무르며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호수에서 내려오자 바로 앞 전통시장으로 동선이 이어졌다. 사전에 ‘여행가는 달’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해둔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시장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가게들을 둘러봤다.

온전히 머물면서 쉼에 집중하는 여행도 있다. 모처럼 육아에서 벗어난 B 씨는 전라남도 해남으로 향했다. 달마고도 숲길을 걷고 두륜산 자락의 대흥사를 둘러봤다. 달마고도는 해남 달마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로 능선과 남해 바다를 번갈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이번 ‘여행가는 달’ 캠페인 기간에는 달마고도 힐링 걷기 행사가 함께 운영된다. 길을 다 걷고 난 뒤에는 마을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에는 골목을 따라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어디를 더 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한곳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정이었다.
여행의 방식은 달랐지만 A 씨와 B 씨 모두 같은 혜택을 누린 셈이다. 제천과 해남은 교통비 환급에 더해 여행 경비 환급 혜택이 적용되는 지역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숙박·식사·체험 등에 쓴 비용의 최대 50%를 지역화폐로 돌려받을 수 있다. 개인은 최대 10만 원, 2인 이상은 최대 20만 원까지다.
이 같은 혜택은 올해 초 달라진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올해 2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정부는 ‘방한 관광 대전환 및 지역 관광 대도약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국가관광전략회의에 직접 참석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관광을 경제 전략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자리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운영하는 국내 관광 활성화 캠페인 ‘여행가는 달’을 올해는 이번 국가관광전략회의와 연계해 규모와 내용 모두 확대했다. 이전까지는 할인 혜택을 묶어 제공하는 방식 위주였다면, 올해는 ‘여행을 다르게, 곳곳에 다다르게’라는 슬로건 아래 러닝, 사진, 필사, 제철 음식 등 개인의 취향을 고리로 삼아 지방 여행을 자연스럽게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민관 194여 개 기관이 참가해 약 30만 명을 목표로 잡은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이 5개 테마를 실제 여행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봄 제철 음식부터 혼자 여행, 러닝, 출사, 독서·필사까지 4월 3주부터 5월 3주에 걸쳐 25개 지역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도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자연 체류형 코스, 전통시장 탐방, 지역 축제, 농촌·어촌 체험 등이 연계되고, 일부 관광지는 야간 개장이나 한정 개방으로 머무르는 시간을 늘렸다. 부산 송도 용궁구름다리는 이번 캠페인 기간 야간 개장을 시작하고, 전북 남원 광한루원에서는 특별 피크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원의 일월·영흥수목원도 5월에 한해 특별 개방해 야경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교통부터 현지 소비까지 이어지는 할인 구조도 이번 캠페인의 특징이다. 철도는 코레일 웹이나 앱에서 인구감소지역행 자유여행상품을 구매한 뒤 현장에서 QR코드나 디지털 관광주민증으로 방문을 인증하면 운임 전액을 쿠폰으로 돌려받는다. 국내선 항공권은 네이버 항공권을 통해 구매하면 인당 최대 2만 포인트(네이버페이)가 적립된다.
4월 8~30일까지는 숙박 세일 페스타가 함께 열린다. 1박 7만 원 이상 비수도권 숙박 상품을 이용하면 3만 원 할인권을 받을 수 있다. 현지에서 쓴 여행 경비 환급은 4월부터 8월까지 운영되며 돌려받은 지역화폐는 연말까지 쓸 수 있다.
일요일 오후 제천 여행을 마친 A 씨는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길, 그는 다음 여행지를 검색한다. 교통비를 포함한 여행 경비 부담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주말 여행의 선택지는 한층 넓어진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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